성공의 성패가 사람에게 있다는데 동의한다. 하지만...나는 유리천장을 가진 소수자인 여성이다. 일단 나를 키워줄 스폰서를 못 만났고, 앞으로 내가 스폰서가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나는 당연히 나와 동일업무를 하는 후임이 나의 프로테제가 되겠구나 생각을 했는데 꼭 그런것도 아니구나싶기도 하다. 아무튼 중간관리자인 나도 스폰서가 될 수 있고, 잘 뽑은 프로테젤 나도 그도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직장에서 좌절의 경험이 많았던 나는 좀 더 많이 움츠러 있고, 비록 내 기량이 괜찮은 편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추진시켜줄 또는 추진할 수 있는 상황으로의 전개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좋은 말이다하면서 읽었다. 좋은 말이구나...뭐 그렇게.

다만, 내가 스스로 유리천장을 만들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고, 지금 내가 중간관리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어떤 점들을 놓치고 있는지도 실패한 프로테제를 보면서 일부 깨닫게 되었다. 가령 나는 회장이 없는 소모임의 총무를 맡고 있다. 그렇다보니 종종 의사결정을 내가 해야하는 경우가 있다. 이제까지는 내가 이 총무역할에 대해서 리더라고 생각을 못하고 보조, 일꾼으로 인식을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문제였던거다. 일반적으로 이 소모임에서는 회장이 없지만 어떤 사안이 결정 될 때 보통은 이 소모임에서 가장 연장자의 말이 가장 많이 영향력을 미쳤고, 그 사람의 의견대로 진행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까지는 대부분 옳은 선택, 최상의 답변인 경우가 많아서였기도 하지만, 모든 사안이 그런 것은 아니었고, 연장자의 의견이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특히, 가장 최근 어떤 결정 사안에서는 그 사람의 의견이 최상의 답안이 아니었고 대부분의 다른 구성원들은 그 결정사안에 대해 내켜하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고 싶어하지 않았고, 나 역시 나의 포지선을 일꾼으로 생각하고 있었기때문에 솔직히 말해서 이에 대해 반대 하고 괜히 욕먹기 싫었다. 그래서 그 사안은 결국 그 연장자의 안으로 결정이 나버렸다. 그리고 이어진 다음 결정 사안에서 이 연장자와 다른 구성원들의 생각의 차이가 있었다. 앞에 사안에서는 내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고 싶지 않았기때문에 (사실상 회장이 없는 이 소모임의 의사결정 책임은 총무인 나에게 있었지만 인식의 부재가 문제--;) 그의 의견에 무언의 동의를 해 준셈이 되어서 대부분의 소모임구성원들의 의견과 상충되는 결정이 되었지만 다음 사안에 대해서는 일단 모든 구성원의 의견을 전부 공개적으로 제시하게 한 후에 다수의 의견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랬더니 물론 그 연장자는 기분 나빠하였지만...... 일단 다수의 다른 구성원들의 의견을 취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만족도는 더 높아졌다고 본다.  굳이 이 일을 이렇게 되새겨보는 것은 내가 나의 역할을 적어도 중간관리자나 리더로 보지 않고, 일개 말단 직원이라던가 사회생활 초년생처럼 굴고 있었던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실행력, 일처리를 비록 잘 하고 있다하더라도 조직내 성장의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스폰서나 프로테제까지 이어지지 않더라도 나 스스로 조직내 포지션을 어떻게 취할 것인지, 어떤 생각으로 조직내 포지션을 잡아야할지, 업무진행에서는 어떻게 해야할지를 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과 진행방향이 너무 달라서 좀.....^^;;)

코로나19,  안나의 집 275일간의 기록.

 

 

그건 아무래도 안 될 것 같다.

체온을 재고, 거리두기를 지키게 하고, 마스크도 나누어주고...식사는 도시락으로 바꾸었다.

하루 한끼가 전부인 700명의 사람들을 모른척 둘 수 없다.

코로나 시대 누구도 선뜻 내리기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다. 안나의 집이 있는 성남쪽에 있는 다른 2곳은 문을 닫았다. 그바람에 더 많은 사람이 이곳으로 몰리고 있다. 김하종신부님의 급식은 단순히 밥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다. 밥을 먹으러 오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다독여주는 것이다. 왜 그들은 노숙자가 되었을까? 왜 노숙의 삶을 살 수 밖에 없게 되었을까?  정신적 문제, 육체적 문제, 경제적 문제, 심리적 문제에 성격적 결함, 사회성 결여까지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는 사회적 약자들인데....단 1분이라도 그들과 이야기를 나우어보면 이들이 얼마나 힘든 시절을 보냈고 지금껏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수 있다. 대부분이 어릴 때부터 이러이진 학대와 방임으로 정서가 매우 불안한 사람들이다. 마음의 상처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작은 이들을 사회는 보호해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 제발 겉모습이 아닌, 마음으로 사람을 보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단순히 밥을 무료로 나눠준다라고만 생각했던 내 어리석음에 대한 제대로 일침을 가한다. 모르고, 어쩌면 모른척 살았던 그들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그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한 끼를 책임지고 있기때문에 코로나19시대에도 그것을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 오늘 무료급식을 멈추면, 이곳으로 하루 한끼 식사를 하러 오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으니까, 제일 무서운게 배고픔입니다. '더이상 먹을게 없다는 것이 너무 무섭습니다.' 하는 그들을 모른척 할 수가 없는 김하종신부. 하느님께서는 안나의 집 사람들이 이렇게 힘든 시기에도 지속적으로 봉사자를 보내주시고, 후원자를 보내주시는 기적을 베푸신다. 여기에는 목사님부부도 오시고, 불교 보살님도 오시고, 이슬람을 믿는 외국인이 오기도 한다고 한다. 이것은 하느님을 믿는 가톨릭교회정신뿐만아니라 오롯히 인간에 대한 사랑, 사랑의 실천인 것이다.  한번도 경험해 본적이 없는 단절의 시대, 코로나19시대, 이런 시기 하루하루를 기록하고, 묵상하며 김하종신부님은 어떤 마음을 다졌을까?

이 기록 중에는 내가 염려하던 '머리검은 짐승은 거두는게 아니다'하는 상황도 분명히 있다. 여러차례, 만일 나라면... 나는 아마도 바로 이후 바로 포기하지 않았을까?싶은데 신부님은 '거짓말 하는 사람이 있으며, 모두가 같지는 않다. 그러나 모든 친구를 위해서 저녁을 준비하고 예수님께 기도해야 한다'고 하신다. 그런것이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때에도 이렇게 안나의 집을 계속해서 운영하고 계신건가보다. 짧은 인간적 생각에 머물러 있는 나 같은 사람이 헤아리기에 너무 큰 마음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어떤 생각이, 어떤 마음으로 이 모든 활동들을 하시는지 어렴풋이 짐작이 간다. 바로 예수님의 섬김의 삶인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아주 소소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의 마음 전함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