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15 바보 같지 않나요? 있는 그대로 인간으로서, 제가 잘났으면 뭐 그리 잘났고 크면 얼마나 크며 아면 얼마나 알겠습니까? 안다고 나대고, 어디 가서 대접받길 바라는 게 바보지, 그러고 보면 내가 제일 바보같이 산 것 같아요
아...진짜 바보는 나다. 나는 높이 들어올림 받길 원했고, 사람들이 내게 좋은 말해주기를 바랬다. 행여 그러지 못할 경우에 혼자 속상해하는 교만함의 극치였던 것이다. 바보랑은 거리가 멀고 혼자만의 자만으로 어리석음만 가득했다. 이제 정말 大智若愚(대지약우)가 되기 위해서 좀 더 열심히 책을 탐구해보자.
차동엽 신부는 바보를 통해서 처세술이 아닌 처세 원리를 전해주고자 한다. 전략적인 방법이 아닌 존재방식을 알려주는 보다 근원적인 자기계발의 방법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높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명에욕을 갖고 있고, 권력을 가지고 싶어 한다. 그래서 바보는 누구에게나 싫은 존재이다. 하지만 차동엽신부는 이 바보를 바라보는 발상을 전환한다. 큰 머리를 쓰는 지혜를 가지고, 장기적인 이익에 초점을 두고, 인내심을 가지고 사는 그들이 궁극의 성공을 이룬다는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발상의 전환이다. 누구에게나 좀 어리숙하고, 하나만 보는 그러한 영역은 있다. 그곳이 바보 Zone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영역을 좋아하지 않는다. 지식이 만연한 세상에서 바보라고 불리는 자체는 도대와 뒤쳐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걸 잘 모른다..
p.76 척하는 바보는 바보인 척 하면서 자신의 의도한 바를 관철해내는, 계산된 바보라고 할 수 있다. '처세술적 바보' / 자발적 바보는 바보인 척 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바보의 삶을 최고의 덕으로 알고서 자발적으로 바보가 된 사람을 일컫는다. ' 현자 or 성자'
내 주변에 이런 사람이 한명있다. 감정과 기분변화가 얼굴전체에 들어나는 나와는 달리 늘 웃는쪽이고 뒤에서 가끔 놀라게 만든다.(나는 종종 당했음) 그래서 난 저사람 참 머리가 좋구나 생각했었다. 저렇게 자기를 숨기고 계산해서 잘 살아가는거 괜찮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발적 바보는 아니지만 살아가기에 괜찮은 방법이다 싶다. 처세술적 바보가 차동엽신부님이 말씀하시는 바보는 아니지만....사실 내게 좀 필요한 방법인거 같다. 포커페이스..
p. 260 바보가 유감없이 향유하는 자유의 극치는 그의 시간관에 있다.
빨리빨리 살아가야하는 세상에, 시간개념이 약하다는 것은 어쩌면 취약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해보면 하나를 위해 아홉을 버리는 그들이니 당연 세상의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 '다나카 고이치' 센몬빠가인 그 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연구하는 그저 그 것만이 중요하고, 그 시간만이 소중한 것이다. 이렇게 몰입하는데 성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하루에도 열두번도 더, 아침에 목표 세운것에서 얼마나 벗어나는 일들을 하는지 모른다. 일만 하면 되는데, 인터넷에 들어가서 메일을 확인하고, 그리고 카페에 들르고, 다시 나와서 일하다가 책을 조금 읽었다가, 보고서를 쓰다가, 일할 자료들을 준비하다가 도무지 집중이 안된다. 이러한 산만함이 오히려 일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시간을 질질 끌게 만든다. 일만, 보고서만, 책만 본다면 될 것인데 나는 이걸했다 저걸했다 왔다리 갔다리 그러고 있다. 바보의 우직함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하다
바보가 되기 위한 12가지 원칙들. 난 이중 미쳐라, 남의 시선에 매이지 마라, 충직하라, 늘 웃으라~ 요게 필요하다. 바보라는 어감자체에 대한 익숙하지 않음이 나를 좀 불편하게 하지만.. 바보라고 하지 않더라도 내가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다른 사람 눈 의식하지 않고 온전히 나로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게 아닐까 싶다. 내가 살아가는 모습에 대해 다시 또 생각하게 되는 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