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라하여 내심 블루데이같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하였으나...

그런 짧고 간결함 대신, 사진과 글이 묘하게 어울어진 그런 책이었다.

내가 사진을 잘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냥 사진을 보는 것과 글을 읽고 사진을 보는 것은 다른 느낌이란 것이다. 

아주 오래된 느낌의 사진도 있고, 풍경, 인물 다양한 느낌의 사진들이 그 글과 다른듯 같게 어울러져있다.

제목이 던져주는 사람이 무엇으로 가는가에 대한 물음.

내가 인생을 살아가는데 어떤 생각과 어떤 행동으로 살아가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작가는 나보다 먼저 인생을 산 선배로써 여러가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사진과 짧은 글로 구성되어 있기때문에 순서대로 쭉 읽어도 상관없지만 그날그날 필요한 것으로 목차를 참조해서  그냥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조금 아쉬운점은 각 큰 주제별로 여러 생각들이 모여있다면 목차를 참고해 읽기가 더 좋을 거란 생각이 든다.

p.59

신앙은 사람이 살아나가기 위한 힘의 한 가지다.

사실 나의 신앙은 내 선택이 아니었지만 내게 있어어 신앙이 없었다면 삶이 얼마나 버거웠을까 싶다. 내가 힘든 그 순간에 항상 함께 있고, 내가 주저앉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나가기 위한 힘. 신앙. 전적으로 동감.

p. 141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존재이다.

솔직히 말하면 내게 아이가 있기 전과 생긴 후는 여러모로 다른 게 참 많다. 그 영향을 실로 지대해서 내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이가 갖고 있는 그 무궁무진함의 놀라움은 정말 말로 다 표현할수 없다. 언제 배웠다고 뒤집기를 하고, 걷고, 밥을 먹고, 말을하고...

한 단어, 한단어 늘어날때의 기쁨과 변화, 때때로 내가 해줄게 아무것도 없는 정말 무력한 존재임을 알려주는 엄마의 교만함을 깨트리는 존재, 한번의 미소로 그날의 힘듬을 깨끗히 씻어버리는 존재.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놀래키고 힘들게하고 기쁨을 주겠지.

p. 174

시간은 삶이다. 삶은 곧 시간이다.

시간이 삶이라는 것을 나는 곧 잘 잊어버리는 어리석을 범한다.

그래서 덕분에 시간을 그냥 허비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지나고보면 이런 시간들이 모여서 나의 삶을 이루고 있는데 말이다.

글을 쓸때도, 이렇게 서평을 쓸때도 좀 더 알뜰하게 시간을 움직일 필요가 있는데 그저 멍하니 있는 경우도 있다. 시간과 시간들이 모여 내 삶의 전체를 이룬다는걸 기억해야지. 문득 뒤돌아보게 되는 어느날 후회하지 않도록..

p. 263

이제 나는 내 사진이 목적을 갖게 되었음을 확실히 인식한다. 나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본질을 탐색하고 발견하고자 노력했다. 내 사진에서는 우리가 이미 겪었던 일과 지금 겪고 있는 일, 그리고 그로 인한 무엇으로도 감출 수 없는 상처가 묻어난다. 나는 지극히 휴머니즘적인 입장에서 우리들 가슴 속 깊은 곳에 무언가를 새겨 주려 한다.

내가 하고 있는 어떤 활동이 비록 젊은날에 배고픔에 허덕이게 만드는 그런 일이라고 하더라도 나이가 들어 뒤돌아 보았을때 의미있고 보람된 일이 되어있다면.. 내 삶은 빛나는 순간들로 기억될 것이다. 내게 있어 사진은 기억하고픈 순간을 잡아두는 마술같은 것이다. 이렇게 단순히 기억을 잡아두는게 아니라 목적을 가지고 있고,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새겨주는 무엇이 된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일인가!

에세이의 편안함이 꼭 마치 내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이웃집 어른의 삶의 지혜를 듣는 듯 참 좋았다.

읽으면서 나를 생각하게되고, 내 모습을 생각하게 되고, 나의 삶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해야할지 어떤 생각을 하고 지내야할지에 대한 가르침도 함께 있어 감사할일이다. 편안함 속의 올곧은 생각의 나무가 있는 좋은 책. 그리고 사진으로 다시 한번 더 되새김질할 수 있어 더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