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가 주는 깨끗한 이쁨이 있다.
하지만 그건 그저 '멈춰선 이쁨'일뿐이다.
살아있는 것,  움직임이 주는 이쁨과는 다른....

멈춰서 있는 칭화는 바람도 만나고, 나무도 만나지만 늘 그자리다.

하지만 반면 놀러온 얼룩고양이는 여기저기 자유롭게 다닐 수 있고, 밤바람이 불어오면 달빛 아래서 사랑 노래도 부를 수 있다. 그래서 늘 그자리에 멈춰 서있는 이쁜 칭화고양이를 안타깝게 여긴 얼룩고양이가 어느 날 칭화를 데려가기로 결심한다. 유채꽃 가득한 곳으로 구경을 가기로 말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칭화가 진짜 고양이가 되도록 도와주기로 맘먹는다. 유채꽃밭으로 가기 전에 얼룩고양이는 고양이를 만드는 할아버지들에게 가서 부탁을 한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제 친구를 진짜 고양이로 만들어 주실 수 있어요?" 하지만 바쁜 할아버지들은 그 말을 듣지 못하고 계속계속 고양이를 만들 뿐이다. 그리고 가마에서 칭화가 태어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칭화처럼 예쁘지만 모두 움직이지 못하는 고양이였다. 결국 둘은 도자기 고양이의 몸을 깨트리면 진짜 고양이가 될 수 있는 곳으로 간다. 움직이지 못하는 고양이는 몸을 깨트리고 나와야지만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것이다. 드디어 흙과 꽃향기가 섞인 황금빛 유채꽃 밭에 칭화는 뛰어 내린다. 그렇게..........칭화는 진짜 움직일 수 있는 고양이가 된다.

세상 이치가 그런가보다. 

기존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면 한계에 부딪치게 된다.

칭화가 이쁘다고 해도 그저 도자기 고양이일 뿐이다.

칭화는 직접 움직여 몸을 구부려도 되고, 꽃과 땅의 느낌도 느껴보고 싶다. 다른 고양이들과 놀고도 싶다. 하지만 도자기 고양이일뿐이다. 꿈꾸는 모습으로의 다른 변화가 어려운 것이다. 여기에 작은 바람이 불어온다. 얼룩고양이의 관심이다. 얼룩고양이는 칭화를 데리고 다른 모습을 꿈꾸고, 함께 변화를 추구한다. 매끈한 도자기 겉모습을 박차고 나오자 진짜 고양이로 변하게 된다.

이 대목에서 진짜 고양이만 좋을거냐? 하면 꼭 그렇다고 할 수 만은 없지만...

여기의 포인트는 지금의 모습에서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기위해서는 틀이 깨고 나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그냥 여기에 지금 이대로 머무를것인가? 아니면 벗어나고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보기도 할 것인가?

처음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평소 내가 잘 보지 않는 부류의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먹고살려면 어쨌든, 일은 해야 하니까.”

오늘도 살기위해 버틴 모든 직장인들의 공감 에세이

라는 문구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다.  나는 이 책에서 직장인의 애완을 기대하며 골랐던거다. 그러나....방송국은 일반 직장과 비슷한듯 다른듯, 다른듯 비슷한 세계다. 그래서 공통분모가 없나 싶다가도 어? 이런건 또 비슷하네 하는 부분이 생겼다. 가장 극명한 차이는 연봉이랄까? 5월이면 바쁜 억대연봉자인 작가와 나는 완전 다르지만........우리의 비슷한 회사생활은 분명히 있었다. 좋은 팁 하나는 이어폰의 활용이었다. 음하하하하 나도 꼭 그렇게 써 봐야지~

 

글쓰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 역시 글이 술술 잘 읽힌다. 작가의 꼰대이야기를 보면서 격하게 공감도 했다.

- 사실 꼰대라는 건 인정하고 싶지 않으면서 열심히 성실히 살았다고 인정받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내 과거를 들먹였고 내 삶을 따라 하도록 강요했다. 그리고 내 말대로 변화되는 후배들을 보며 뿌듯해했다. 하지만 결코 그게 옳은 게 아니었따는 걸 깨달았다. 이번에는 운 좋게 후배가 나의 말을 듣고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겉으로는 흉내를 내며 따라 오는 듯 하다가도 실제 업무적으로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런 일련의 경험을 통해 나는 오늘도 다짐한다. 앞으로 만나는 후배들에겐 절대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을 꺼내지 말아야겠다고.

"오늘부터 라떼는 마시는 걸로 만족하자."

나는 오늘 후배에게 담담히 이야기했다.  모레 휴가를 가는 그에게 휴가를 간다 안간다 명확히 이야기하지 않았던 상황이라서 나는 긴가민가하고 있었다고, 휴가를 가기로 결정을 했으면 이야기를 해 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나때는 이런 연휴때나 샌드위치때 휴가가는건 언감생신 꿈도 못꿨다 이런 얘기는 안했다. 나 때는 휴가 언제 간다고 미리미리 이야기하고, 최소 2주전에는 결제 올렸다고 그런 얘기도 안 했다. 휴가 가기 전까지 간단안간다 말 일언반구도 없다가 선배가 먼저 알고 얘기 꺼낼땐 휴가 못가는거구나 했단 얘기도 안했다. 그냥 담담히 상황를 전달하고, 또 내 생각을 전달했다. 맷집도 자꾸 맞으면 생긴다고 라떼는 마시는 걸로 만족하고, 후배 대하는 방법을 조금 배운것 같다.

 

어느 직장이던 아이, 육아는 여성이 일하는데 최악의 조건인가보다.

- 야, 나 진짜 친한 사람한테만 말해주는 건데, 절대 아이는 낳지 마. 절. 대! 아이가 주는 행복은 개뿔. 그런 행복 누릴 틈 없다!!

그래도 애는 낳아야지 하는 부장님은 남자라서 그렇다고 난 생각한다. 그러면서 출산후 다시 시작하는 작가에게 하는 질문이 애가 아픈거랑 대본쓰는거랑 선택하라고 하다니... 회사생활에서 결혼한 여자는......................어디서든 힘들다.

 

호의를 호의로 볼 줄 아는 사람이 잘 없다. 지 멋대로 볼 뿐. 당연한줄 안다.

- 사람이 사람에게 베푸는 호의는 호의일 뿐 당연한 권리가 아니라는 것. 호의는 둘리에게나 줍시다! 호잇-

나도 딱 착한사람 이용 잘 당하는 사람이라 일이 모이는 스타일이다. 일복이 아니고, ㅁㅊ해서다. 다행히도 작가는 이런 상황에서 끝까지 "대표님 다른 작갈르 구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기획까지 같이 도울 여력이 안 되네요."라고 정확하게 짚었고 이 후 대표가 괘씸하다, 매정하다는 등 온갖 말들로 협박과 회유를 강요했지만 결국 기획 작가를 고용해 정당한 임금을 지급하고 업무를 시켰으며 뒤끝도 없었다고 하며, 이후 추가적인 일 시킬땐 추가 임금을 먼저 언급하고, 서포트해줄 후배 작가를 붙여주기도 했다고 하는 해피앤딩이다. 그러나 실제 회사에서는 어떨까? 그래도 목소리를 내야한다. 내야지 깔린줄도 알고 고마운줄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