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보 호랑이는 결국 돼지 취급을 받고 돼지우리에 같히고 만다는 이야기..

아이를 위한 동화를 골랐지만 늘 보면 같이 읽고 느끼는 점이 많아서 나도 좋은거 같다.

할머니의 국밥을 탐내던 호랑이가 할머니가 키우는 돼지들에게는 국밥을 준다는 것을 알고 돼지처럼 보이기 위해 털을 뽑고, 코를 납작하게 만들고, 꼬리를 꼬부랑하게 만들고 결국엔 국밥은 먹어보지도 못한채 돼지로 오인되어 우리에 갖히게되는 모습이.... 꼭 아이들에게만 욕심부리지 말라하는 얘기는 아닌거 같다..

 

그리고 또 달리 생각하면 나처첨 팔랑귀에게 뜨끔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거 조금, 저거 조금 바꾸고 또 바꾸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고 만다는 슬픈 이야기랄까?

처음에는 욕심꾸러기의 최후를 보여주어 욕심부리지 말자가 주제인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달리 생각해보니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도 되는거 같다.  물론, 욕심을 부리다 낸 결과이니 욕심부리지 말자도 되는건 맞지만, 초점을 조금 바꾸어서 생각해보면 개성이나 있는 그대로의 내가 아닌, 원하는 것 또는 어떤 목적을 위해 남처럼 보일려고 한 어리석은 호랑이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욕심잼이의 최후 이야기뿐만이 아이라 개성이나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가 되는거 같다 싶다. 나의 팔랑귀의 어리석음을 종종 느끼는지라....이것도 아이에게 함께 교육해주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시절에 난 친구가 내가 하는것을 따라하는게 참 싫었었다. 그래서 이건 참 웃긴 기억이기도 한데, 장래희망 발표시간에 남들이 하지 않는 꿈을 말하려고 했던 기억이 있다. 너무 개성적이었나? ㅋㅋ 그때 내가 뭘 말했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데 아나운서나 과학자였지 않나싶다. 그 당시만해도 대부분 선생님이 되고 싶다거나 종종 현모양처가 꿈인 아이도 있었으며, 회사원이라고 한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여자 아이들 중에 나와 같은 꿈을 말한 사람은 없었던거 같다. 그렇게 혼자 튀고파했던 개성파인 내가 요즘 정말 심각한 팔랑귀라서 '뭐가 좋데~, 00이 괜찮데~'란 말만 들으면 '오~그래?'하면서 팔랑팔랑 한다. 무엇을 구매하기 전에, 무엇을 하기 전에 나에게 맞는지를 생각해야하는데 그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그것이 내가 아닌 남이 좋은 것이라서 내게 맞지 않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돈 아깝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호랑이도 국밥에 눈이 팔려 자기가 돼지가 되어가는지도 모르고 그저 돼지처럼 되려고 행동하고 있다. 국밥이 먹고싶다고 굳이 돼지가 되어야할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돼지가 아닌 호랑이로 살아가도록 내가 어떤 모습인지 잘 생각해보고 살아야지. 꼬맹이에게도 너는 있는 그대로 참 멋진 아이야. 누구를 닮아서, 누구랑 같은 옷을 입어서, 누구처럼 행동해서가 아닌...그런 마음을 길러줄 수 있도록 하고싶다.

 

아이와 함께 하려해도 기다려주지 않는 다는 작가의 말에 마음이 쿵 내려 앉는다. 맞다. 그말이 정말 맞다.

아이가 아직 어리지만 그래도 내가 이 말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은 그동안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도 벌써 아쉬웠던 점이 있기 때문이다. 제일 아쉬운 일 한가지가 아이의 옹알이시절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두지 못했다는 점이다. 너무 이뿐 목소리였는데, 세상에서 제일 예쁜 목소리를 들었던거 같은데 그걸 제대로 담아두지 못한게 내내 걸린다. 아이는 '떼떼떼' 하는 듯한 옹알이를 한게 아니라 정말 '옹알옹알' 그렇게 내게 뭔가를 속삭이듯 말을했었는데 그때는 그때 그거 듣느라 정신이 팔려서, 기껏 담아둔것은 어디에 둔 지 찾지못해서 아쉽다. 이렇게 아이를 키우면서 그 때가 아니면 볼 수 없는, 할 수 없는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작가가 제시하는 45가지의 일들 중 어느 한가지 소중하지 않은게 없다싶다.

물론 지금 아이와 하기에는 어려운(?)일들이 많지만 이 목록들을 기억해두어야겠단 생각이 든다.

욕먹는 사람 변호하기라던가, 선의의 거짓말 해보기, 장점 찾아서 알려주기 등은 꼭 아이가 아니라 나 역시도 이런 활동을 하면서 좀 더 여유로운 사람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이를 가르키기 위해, 아이가 뭔가를 배우도록 하기위한 활동들이 아니라 부모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활동들도 참 많다.  물론 내가 하기 너무 힘들것 같은 암벽 등반이나 반려동물 키우기등도 있지만 특별한 시간, 특별한 장소를 마련하지 않더라도 생활에서 할 수 있다는거 그게 중요한게 아닐까? 좋은 부모가 하루아침에 될 수 있는 것이 아닐테고, 아이에게 항상 좋은 모습으로 비춰지기만을 바라지만 그렇지 못할때가 더 많다는것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부모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아이의 성장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p. 74

예인이 아빠와 경호 아빠는 알고 있었습니다. 자식의 꿈을 존중하고 그 꿈의 장소에 가보는 것이 부모가 꿈을 강요하고 잔소리하는 것보다 백배 낫다는 것을...

 

아이가 생겼을때부터 나는 우리아이가 이러이러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생각을 한게 있다. 대부분의 엄마들도 비슷하겠지? 그런데 그걸 자꾸 내 말로 하게되면 강요가 될 거란 생각이 든다. 아이가 하고싶은, 아이가 되고싶은이 아니라 엄마의 세뇌(?)에 따른 결과가 되면 어쩌나.. 그래서 커서 그 꿈을 이루게되고나면 허탈해지면 어쩌나 그런 생각도 문득 들었다. 부모들이 흔히 하는 가장 큰 실수중의 하나가 부모의 틀에 아이를 맞추는것이란걸 알면서도 마음을 비우기가 참 어렵다.  더욱이 아이가 어떤 꿈을 선택할지, 어떤 길을 택할지에 대해서 그리고 난 그 꿈에 대해 어떻게 지지해줄까 막막하긴하다. 하지만 예인이나 경호 아빠처럼 아이의 꿈을 존중하고 지지해주는 부모가 되기 위해 마음을 다잡아 본다.

 

p.108

박물관을 견학할 때는 무심코 찾아가기보다 어느 정도 준비를 해가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와 함께 방문할 박물관을 선택하고 사전 정보를 나누는 과정부터 공부는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예습을 하고 가면 아이들은 더 적극적으로 관찰하고, 더 긍정적으로 사물을 받아들이게 되더군요. 한 마디로 살아 있는 학습 현장 바로 그것이지요. 자주, 함께 박물관에 가봅시다. 거친 세월을 견뎌온 유물들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인 우리에게도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나도 이렇게 쓰레기 더미 속에 묻혀서 수천, 수백년을 견뎌왔잖아. 인생은 짧아. 지금은 힘들고 괴롭더라도 조금만 참아. 이 순간 또한 금방 지나갈 테니까.'

 

박물관은 내가 참 좋아하는 곳이다. 조용함이 좋고, 뭔가 안정되는 느낌이 들기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늘상 별 준비없이 박물관을 다녀왔던것 같다. 유물들이 내게 말을 걸기를 기달리게 아니라 내가 적극적으로 다가갔어야한단 생각이 든다.  박물관에 가면 수첩에 뭔가를 빼곡히 적고 있는 초등학생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그때는 그러려니 하고 넘겼는데 역시 아는만큼 보인다고, 다음번에 갈때는 아이와 함께 준비해서 유물들이 우리에게 하는 말들을 하나도 놓치지 말아야겠다.

 

명로진이란 사람에 대해 배우 정도로만 생각을 했는데 작가로 다가오니 느낌이 새롭다. 더욱이 직접 쓴 글은 처음 읽어봤는데 부담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이라 참 좋다.  또, 일상생활과 관련된 짧은 예시(?)글들이 함께 포함되어 있어서 내 생활과 비교하면서 읽으니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우리 아이가 좀 더 크면 하나하나씩 꼭 실천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