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사이라는 어떤 관계일까?

가까운 관계일수록 고맙다, 사랑한다 말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소중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늘 옆에 있으니 당연한줄 아는 관계. 사랑을 기본으로 하는 관계이지만 때로는 다투고, 때로는 미워하기도 하며, 그렇지만 그런 관계가 계속이 아니라 또 어느새 스르륵 사라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 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사람이 되기도 하는 관계. 이런 과정이 어느덧 일상이 되면서 세월이 흐름에 따라 나의 일부, 나의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다.

이런 삶을 글로 적어놓으니 아주 특별한 무언가는 아니지만 그것이 이야기가 되고, 소설이 된다. ‘여보, 고마워’는 그런 책이었다. 마치 내 일상이야기를 옮겨 놓은 듯 한 느낌이랄까? 아주 똑같은 일, 똑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느끼는 게 참 비슷하다 싶어서 책을 다 읽고 나니 마치 친한 언니와 결혼생활에 대해 수다한판 떤 기분이 든다. 차 한잔 앞에다 두고, 언니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언니는 그렇게 느꼈어요? 그렇게 말한 기분 말이다.

삶과 삶의 맞댐이 늘 부드러 울 수야 없지 않은가. 충분히 싸울(?) 이유가 있고, 충분히 의견차이가 날 조건들 속에서도 하루하루 무사히(?) 넘기게 되는 건.. 배려와 지는 게 이기는 것이라는 삶의 지혜를 펼쳐나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내 삶도 내 욕심대로 안 되는데 하물며 남편이나 자식에 대해서는 욕심내고 아등바등하기보다는 좀 비워내는게, 좀 내려놓는게 최선이 아닐까?

일 잘하던 남편이 회사 그만두고 공부를 시작한다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지, 그게 한해에 끝나지 않고 계속 반복되기 시작하면 어떤 기분일지 충분히 알겠다. 다른 집은 아빠가 회사 가는데 우리 아빠는 왜 안 그래요? 물어보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답해야할지.. 자세하게 나타나지 않지만 문득문득 비춰지는 삶의 일상에서 충분히 작가의 힘듬이 느껴진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유쾌하게, 정적으로 이어나가는 모습이 정말 배워야할 점이다 생각이 든다. 나라면 어떨까? 나도 이렇게 슬기롭게 넘길 수 있을까? 만날 싸움터가 아닐까? 돈벌어오라고 아옹다옹하게 되지는 않을까? 오래 공부하는 남편을 지지해줄 수 있는 든든한 조력자가 된다는게 참 어려울 텐데 여러모로 배울게 많다.

이전 작가의 글도 한번 읽어봐야겠다 싶었다. 일상을 이렇게 편하게 그려낸 사람의 다른 글은 어떨지 문득 궁금해진다. 글을 참 편하게 쓰는 좋은 재주를 가진 작가가 부럽다.

인숙 작가의 글은 첨이다. 소문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뭐 인연이 닿지 않았다고 해야할까? 그렇게 챙겨보게되지는 않아서...

나는 책 고를때 제목이 뭔가 유심히 보는 편인데 난 20대도 지나고 했으니 앞에 책은 안 봤던거 같고, 다른 책들도 뭐...그렇게 맘과 통하지 않았었나보다..^^::

이번엔...ㅎㅎ

'어쨌거나'란 말이 맘에 들었다. 그래! 어쨌거나....어쨌거나 있긴 있어야해...그런 심정이랄까?

그런 심정으로 마난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

읽으니 확실히 묘하게 당기는 매력있다.

정말 이건 여자입장에서 여자편에서서 남자들의 심리상태에대해 알려주는 책이 맞다.

예전에 유행했던 '화성에서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와는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랄까? 예전에 그책을 볼때 "아..그렇구나" 정도에서 그쳤다면 이건 "그래! 그렇군." 하는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아마도 이게 작가가 남자인지 여자인지에 따라 달라서가 아닐까 싶다. 물론 화법의 문제도 있지만 남녀의 시각차이는 생각보다 아주 크기 때문일 것일게다.. 나의 성별이 여자이기때문에 여자입장에서 남자의 심리를 알려주고 있는 남인숙작가의 글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고 해야할까?

책을 읽으면서 남자와 여자는 정말 참으로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구나하고 다시 한번 느꼈다.  생각이 다르니 행동도 달라지고, 결과도 달라지게 되는것이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친구관계에 관한 이야기인 남자는 여자들처럼 시시콜콜 모든 것을 모른다고해도 의리로 보증을 서 줄 수 있다는 점. 시시콜콜 다 알고 있어도 서주기 힘든데...그래서 남자와 여자는 참으로 다르구나하고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남자들은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사실로 객관화 시켜 표현한다는 점도 내게는 아주 새롭게 다가온 이야기이다. 자연스럽게 신랑과 동료들의 이야기를 분석(?)하게되었는데 정말 그렇다는것이 더 놀랄일..ㅎㅎ 현실에서 바로 적용가능하다는 것도 책을 읽으면서 맛볼 수 있는 매력.

전개는 무대와 금련의 에피소드로 진행되다보니 읽기도 한결 수월하고, 정말 다음이 뭘까 궁금해서 책을 다 읽을 때 까지 놓지 못하게된다.

남자와 여자, 우리는 서로 다르지만 어짜피 한 배를 탄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조율이 필요하고, 때로는 포기가 필요하며, 때로는 뒤에서 조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간혹 금련과 무대의 에피소드는 꼭 마치 내 이야기같아서 더 집중해서 보게되지 않았나 싶다. 한권의 책으로 남자의 심리를 모두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보는눈이 달라졌다고나 할까? 남자를 대하는 내 생각이 좀 달라졌다고 해야할까? 여하튼 변화를 일으키기에는 충분한 책이다. 곱씹어서 좀 더 봐도 좋겠단 생각이 들 정도니 말이다.

묘한 남자들의 심리를 도통 알 수 없는,

연애를 하지만 참 답답한,

결혼 생활을 하는데 시시때때로 곤란하고 당혹감을 겪고있다면..

그런데도 아직 책을 읽을지 말지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꼭 보기를 추천한다.

재미와 깨달음이 함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