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 생각해봤을 것이다. 나 역시 아직은 한창(?)일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가끔 걱정병이 밀려올때면 은퇴하고 뭐하고 사나 싶을때가 있다. 지금의 일을 선택할때 평생할 수 있을 일을 나름 심각하게 고민하여 선택했고, 아직까지는 큰 어려움이나 문제없이 지내고 있지만 한살한살 나이가 더 먹어갈 수록 막연하고 답답한 은퇴 이후의 삶이 걱정된다. 그러나 나와 달리 일하지 않고 가사와 육아에 충실하고 있는 내 친구들과 이야기해 봤을 때 그들은 나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했다 --;; 어쩌면 그들은 이미 내가 은퇴이후 겪어야할 시간활용이나 생활에 대해 나름 터득하였기 때문일 수도 있고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은퇴란 것에 대해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라. 또, 나에게 은퇴문제는 몇년 후로 다가온 아버지의 정년퇴임을 생각하면서도 다시 되짚어보게되는 문제인데 지금은 아주넘 멋진 생활을 하고 계신데 퇴임후에는 어떻게 생활하실지 우리들이 흔히 알듯 어깨 축 쳐진 은퇴이후 삶의 모습을 보게될까 걱정이되기때문이다. 사실 아빠의 은퇴모습을 이렇게 걱정하는건 내 스스로가 은퇴에 대한 자신이 없기 때문일것이다.

어떤 TV광고처럼 '100살까지 살면 어쩌지?' 하는 그런 시대가 온거다. 그런 시대의 은퇴는 사실 은퇴라고하기보다는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며, 일반적인 정년퇴임이후의 삶이 지금 내가 살아온 삶의 시간보다도 길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 이제 나는 은퇴를 어떻게 준비해야할까?

오랫동안 노인문제에대해 고민해온 작가가 제시하는 은퇴이후의 삶이 빛나기 위한 해답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시간활용과 내 모습의 재구성'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오랫동안 일을 한 사람들은 자신의 직급, 그리고 직장생활에 익숙해져 있어서 은퇴 후 주어지는 많은 시간을 감당하는데 무척이나 어려워한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직급(보통 은퇴시점 즈음엔 꽤나 대우 받는 자리에 있는 경우들이 많으므로)에 익숙해 대우받는데 익숙한데 그 직급을 뺀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도 어렵다고 한다. 정말 그럴거 같다. 지금 나도 아줌마나 00이 엄마라는 호칭보다는 회사직급에서 불리는 명칭이 더 익숙하니까. 그렇지만...그렇더라도 은퇴 후 삶을 위해서 우리는 준비해야한다. 사실 돈도 큰 문제이긴하지만...심리적인 이부분이 내게는 더 크게 느껴진다. 은퇴 후에 어떤 사업을 해보겠다고 사기를 당하고, 돈을 날리는 경우가 많은 것이 일하지 않으면 일선에서 밀려나는 기분, 내가 아무런 쓸모가 없는 기분이 크기 때문일것이다. 은퇴 이후에도 기본 경제력이 된다면(=연금 생활이 가능하거나, 기본 재산이 있을 경우) 굳이 돈을 벌 필요가 없는데도 일자리를 찾게되는 것이 나의 존재감에 대한 부재를 어떻게든 만회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기분을 감소시키기 위해서 작가는 봉사활동을 권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노년층 봉사활동이 크게 활성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외국의 사례는 다르다고 소개한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이 이렇다하더라도(노년층 봉사활동이 부족하더라도) 노인복지관등을 통한 봉사활동 전개가 가능하므로 찾아서 해보라고 한다. 시간을 쓰면서, 내 스스로의 만족도도 향상될 수 있는 좋은 경험이기 때문이기때문에...특히 은퇴자들이 겪는 시간활동에서 아주 좋다라고 말한다. 규칙적인 봉사활동은 삶의 활력소가 될 것인데, 집에서 티비만보고 가끔 친구를 만나는 다소 무기력한 삶에서 새로운 사람도 만나 사귈 수 있고, 내 노동력을 필요한 사람과 나눌수 있는 시간이 되어 더 가치있는 삶으로 이끌어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전 티비에서 사회적 기업에서 활동중인 노인분들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었는데 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고 하나같이 말했다. 그들에게 일은 단순히 돈을 벌기위한 수단이 아니라 자신을 찾는,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할수 있는 무엇이기에 다들 그런 대답을 한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들중에 비교적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었던 사장님이 한 분 있었는데 은퇴후 방황(?)을 많이 했었지만 지금은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 사장님의 방황사례가 아마도 전형적인 내모습의 혼란으로 생겨난 방황일 것이다. 난 어디가나 사장님 소리를 들으며 귀한 대접을 받던 사람인데 그게 아닌것에 대한 혼란. 직책과 나를 때놓지 못한데서 생겨나는 문제말이다. 은퇴가 세상끝이 아닌데 세상끝처럼 여겨지는 이유가 나의 존재가치가 직책이 없어지면서 함께 사라진다 생각이 들기 때문이리라. 작가는 한 신문사의 문화국장의 예시를 들었는데 그는 은퇴 대비를 위해 자신의 직책과 자신을 분리하는 연습을 한다고 했다. 지금의 자리에 있기 때문에 얻는 문화적 혜택들 가령 각 업체들로 받게되는 문화공연티켓등을 제공받았을때 당연히 여기지 않고, 은퇴후에도 이런 문화생활을 즐기기위해 일부 저축으로 미리 준비하는 등의 모습을 소개했다. 아주 중요한 지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젊은 나도 벌써 그런데(내 직책 호칭에 매우 익숙한...) 그렇게 몇십년을 살아온 사람들은 어떠하겠는가 말이다. 직책과 나의 분리, 직책이 없는 나 스스로 가치 찾기 그런 활동들을 미리 연습해두는 것은 중요한 일 같다.

그리고 은퇴 후 삶에 있어서 집에 있을지, 노인시설에 들어갈지에 대한 이야기도 논의 되었는데 이건 각자의 환경에 맞게 선택하는것이 가장 합리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타인의 도움없이 살아가기에 힘든데 굳이 집에 있겠다하는 것도 문제고, 돈이 많아 들어간 비싼 노인시설에서 양질의 도움은 받고 있지만 마음의 평안이나 서로간의 어색한 가면속의 생활도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없지만 마을공동체에서 이런 노년인구를 함께 포함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제안된 우리보다 먼저 노령문제를 겪은 일본이나 미국의 은퇴마을사례가 가장 이상적인 모범답안이 아닐까한다. 그리고 이런 노력이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성미산마을이 있다는 이야기도 참으로 반가운 사례였다. 나도 지금 내 친구들 모아서 한 마을 이루면 살면 어떨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친구와 친구의 가족은 나와 나의 가족들과는 좀 다른 삶을 살았지만 공통분모도 있어 서로 도움을 주고 받기에도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귀농까지는 아니더라도 농촌에서 소일거리를 하고, 마실다니고, 필요할때 품앗이도하고 그런 노년의 삶도 즐겁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미리 준비를 좀 해볼까낭? ㅎ

책을 읽고나니 먼 이야기이지만 마냥 두렵던 은퇴가 조금은 손에 잡힐듯한 것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은퇴의 색깔이 회색빛에서 약간은 밝은 빛으로도 변했다. 정말 나의 선택에 따라 은퇴와 노년이 축복이 될 수도 있을 것이기에 말이다.

멋지게 잘 쓰고 싶었는데...그러니 더 안써지고, 오래걸린다..--;;

하고픈 말이 참 많았는데...에효..누굴 탓하리요. 짧은 내 표현력 탓이지...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책, 그리고 준비하도록 이끌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