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책을 접했을 때 제목이 ’인간관계론’ 이라서 철학적인 내용일 것이라 생각했다. 성선설이나 성악설 같은, 구체적이기보다는 학문적인 내용이 가득 하면 어찌하나 걱정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그편이 훨씬 더 재미있었을지도 모른다. 이 책 속에는 인간 특유의 가식들과 몇 가지 기술을 알면 사람까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위선이 가득했다. 과연 책의 내용은 얼마나 실천이 가능한 것일까? 책에 대한 나의 견해에 대해 혹자는 진실을 말하되 상대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는 방법이며 일명 처세술로 삶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내용이라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먼저 1부 사람을 ’다루는 기본적인 기술’을 살펴보자. 이 부분에서는 내가 어떠한 사람을 비판한다면 상대는 잘못을 알기보다 자신의 정당화로 오히려 미화하여 비판을 가한 나에게 앙심을 품을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자신이 하는 일에 의욕을 잃고 능률이 더 저하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세상 어떠한 사람도 비판과 비난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또한 칭찬을 듣고 난 후 의욕이 생긴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이 잘못을 한 경우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예로써 나에게는 6살 먹은 조카가 있다. 밥을 먹지 않고 밤늦은 시간까지 잠을 자려하지 않으며 하루 종일 텔레비전 앞에만 있으려 고집을 피우곤 한다. 아직 인격과 자아가 완전히 형성되지 못하고 사리분별이 가능하지 않은 나이이므로 자신의 욕구대로 행동을 하려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이 경우는 물론 칭찬을 해서 좋은 행동을 하도록 유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못을 한 경우 따끔하게 비판을 하고 왜 잘못됐는지 그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를 인지시켜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기준이 형성 되어있을 성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잘못된 경우에는 그에 합당한 비난과 비판을 겪고 반성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비난과 비판이 아무런 이유가 없거나 상대를 음해하기 위해서라면 자제되어야 하겠지만 모독이 아닌 적절한 수준으로 상대를 생각한 비판은 삶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바람직한 외부의 자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 사람의 욕구 중 자아 사회적 인정의 욕구에 대해 말하고 있다. 앞의 이야기를 발전시켜 상대를 칭찬할 경우 유의할 점이 열거되어 있다. 솔직하고 진지하게 칭찬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틀린 말이 아니다. 칭찬이 삶을 윤택하게 만들고 인간으로써 존중받고 있다는 마음이 생기게 한다. 또한 거짓된 칭찬을 들을 경우 상대가 알 수 있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어떠한 마음을 가져야 상대의 장점을 찾고 올바르게 상대를 평가할 수 있는 지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 추상적으로 솔직히 칭찬을 하라는 말밖에 없다. 과연 칭찬을 진실되게 해야 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 너무나 당연한 말을 거창하게 쓰는 것이 이 책의 또 하나의 특징이다.

상대에게 무언가 얻어내기 위해서는 자발적인 행동을 유발시키고 자신의 가치만을 주장하지 말고 상대의 기준에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렇게 하여 상대의 입장에서 어떠한 이익이 생기고 그로 인해 욕구를 자극하여 행동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한다. 아주 중요한 이야기다. 이력서를 쓰는 경우에도 자신이 회사에서 얼마나 많은 이익을 가져올 수 있고 회사의 입장에서 필요한 인재로 생각되도록 쓰라고 한다. 자신의 이기적인 입장만 상대에게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역시 잘못된 말은 아니다. 하지만 상대의 입장에 서기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언급이 없다. 상대를 생각하는 넒은 마음은 타고난 선함에서 생기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계속적으로 주위의 사람들을 생각하고 관찰하며 애정을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는가? 단순한 책 속의 기술을 외우고 익히는 것이 보다 주위의 모든 것에 애착과 관심을 가진다면 상대에게 무언가 얻어내려 하지 않더라도 필요한 것이 생기리라 생각된다.

이제는 마지막 장의 ’리더가 되어라’에 대해 생각해 보겠다. 앞의 내용과 일맥상통한 내용으로 결점을 지적하려면 칭찬이나 감사의 말을 먼저 해주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상대가 잔소리에도 기분이 덜 나빠진다는 말이다. 그 다음은 칭찬하고 비판을 함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나쁠 수 있는 사람이나 뒤에 붙은 비판으로 인해 칭찬의 말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는 방법이다. 이는 비판을 간접적하라는 것이다. 그래도 되지 않는다면 그때는 자신의 과거이야기를 들춰내어 자신의 잘못을 먼저 말해 주라는 것이다. 비난을 하기보다 나쁜 행동이 야기했던 자신의 경우나 주위의 경우를 말해 주어 생각의 변화를 일으키라는 것이다.

물론 비판을 하는 이리 쉽지 않다. 편파적이지 않고 공정하게 상대의 단점을 짚어내는 것은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 고도의 기술과 넒은 사고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한 조건이 갖춘 후에야 상대에게 비판을 할 수 있다. 하지난한다. 비난 역시 진실되고 솔직해야 한다는 점을 이 책은 간과하고 있다. 단지 이렇게 해보면 상대에게 앙심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것밖에 없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비난이 가져야 할 요건이 아닐까?

이외 남은 이야기는 모두 앞의 말을 표현과 상황만 바꿔 서술하고 있는 것뿐이다.

칭찬할 때는 아낌없이 하라 던지 상대를 격려하라 던지 모두 앞의 내용을 더 세분화 한 것 뿐이다.

책을 읽고 난 후 처세술에 관한 책을 앞으로 읽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가지의 기술로 상대와 날 속이고 상대의 눈치를 보게 만드는 내용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은 잘 익혀둔다면 도움은 될 것이다. 그 예로 피자를 먹으러 가면 서버가음식을 가져다줄 때 ’콜라 나왔습니다’ 보다는 ’시원한 콜라 나왔습니다.’ 하는 것이 더 맛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같은 말을 해도 한번 더 생각해야 한다는 것도 맞다. 하지만 어떠한 상황을 나의 쪽으로 이끌기 위해 상대를 조정하고 기분을 맞춰 변화시킨다는 것과 그러한 모든 행동이 목적이 있거나 인간에 대한 예우가 기본이 되지 못하고 단지 기술로만 존재된다면 바람직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된다.

난 사람과 사람은 마음을 다해 맺어 져야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말을 잘하지 못하고 상대의 기분을 잘 헤아릴 기술이 없더라도 진실되게 그 사람을 살피고 생각한다면 원치 않아도 상대를 얻을 것이며 자신의 이기적인 마음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진실되게 칭찬을 하고 이 책에 나와있는 모든 행동을 하더라도 마음이 통하지 못한다면 처세술이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뿐일 것이다.

앞의 모든 내용들은 사회적 관계에서만 가능할 법한 이야기다.

마음의 벗이나 동반자 같은 지인들에게는 오히려 벽을 느끼게 하고 가식적인 사람밖에 되지 못할 것이다.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을 보면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기술을 강조하기보다는 열린 마음과 평화를 중시한다. 그는 자신에게 악행을 행한 사람까지 사랑하며 이해하고 그로 인해 상대를 용서할 기회를 얻고 자신의 결점을 알게 되었음에 감사하라 말한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진정으로 자신의 행복을 느끼게 되고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이 복잡하고 이기적인 사회를 살아가면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인간관계론’ 속의 설명되어있는 상대를 다루는 기술이 아니라 자신을 깎아내고 인내하며 세상 모든 사물에 가지는 측은한 마음이 아닐까?

 

사람들이 말하기를 용기있는 사람을 ’불의를 보면 못참는 사람’라 한다. 내 자신을 보면 그와 반대로 불의를 보면 피하면 도망가는 사람들중의 하나이다. 아주 평범하고 간이 작으며 눈앞에 닥친 상황의 불의 뿐아니라 평소머리가 아픈일이라면 질색을하는 나였다. 책에대한 선호도 예외가 될수 없어 사회성이 있거나 그러한 일을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책은 전혀 접하지 않았으며 그리하지 않기위해 무던히도 애써왔다. 이책은 나의 기피 대상 블랙리스트중 단연 으뜸이라고 할수 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고 1때 타의에 의해 이책을 읽을 뻔한 적이 있다. 담임선생님께서 우리반 전원에게 이책을 읽히려고 하셨고 그때 나를 비롯한 몇몇의 반대로 전태일이라는 비슷한 소설과 이책중에 선택을 할수 있게 되었다. 물론 난 그때 어떻게 하든지 이책을 피해보려는 마음으로 전태일을 택했고 다행히 영화가 나와 있어 감상문을 독서가 아닌 영화로 제출되었다. 물론 담임선생님께선 그사실을 아직도 모르실것 이다. 그때 나는 감상문에 그 시대와 차별 그리고 사회적 부조리를 그 나이의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이 울분으로 풀어내었다. 하지만 내 글속에 가식만이 가득했고 진실은 없었다.단지 선생님의 구미에 맞는 과제였다.

나이를 먹고 이제 생각해 보니 고작 이런 이유로 책을 이렇게 까지 싫어한다는 것은 나의 정신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자세히 이 책이 꺼려지는 이유에 대해 말하자면 먼저 이 책은 겉표지에 손이 닿기라도 하면 그 검은 우울이 날 뒤덮고 끝내 벗어날수게 될 것 같은 비논리적인 느낌과 내용을 자세히 모름에도 불구하고 제목에서 풍겨오는 쓸쓸함, 고통 등이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무관심을 가장한 나의 비열함을 질타하는 것 같아서 더욱 읽기가 두려웠다. 이런 류의 책은 거창하게 외치는 사회정의에 대해 나의 행동을 요구하고 비겁하게 입으로 말하는 그 모든 것을 행동으로 옮기라고 나에게 주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너무도 뻔뻔하게 책의 내용이 짐작되는 제목도 싫었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난 제목을 보며 난장이가 있는데 사회적인 차별과 억압속에서 일반인의 왜곡되고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그와 함께 보이는 사회보습을 조명한 글 일꺼란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이글이 궁금하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이글이 읽고 싶지 않았다. 손에 잡고 싶지도 않았다. 얼마전 용산의 참사를 보고 더 이상 이 책을 모르는 척 해서는 않되겠다는 단단히 각오를 하고 글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의 나의 당당한 비난을 비웃듯이 이 책은 날 점점 당황시켰다. 비록 내가 읽은 건 아주 일부분일 뿐이지만 난장이는 사회를 비난하고 비판하며 자신의 처지를 괴로워하는 사람도 아니 였으며, 이 일부분의 주요내용은 그가 살아가는 사회가 그에게만 보이는 반응이 아닌 가진 것 없이 힘들게 일하고 있는 이 땅의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것이었다. 난 슬슬 겁이 났다. 지금까지 아주 오랫동안 내가 이 책을 괜한 의심으로 괴롭히고 기피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어찌 되었던 책장은 계속적으로 넘어갔다.

이야기는 난장이가 죽고 난 이후의 일이였다. 난장이는 신체의 장애로 인한 멸시를 받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었으며 어엿한 한 가정의 가장으로 옳바르고 신념있는 아이들을 길러내고 있었다. 난장이가 죽고난후 딸이 말하는 난장이의 마을은 그들의 아버지에게는 이루어 질수 없는 이상향 같았다. 그곳과 너무나도 다른 은강이라는 곳에서 끝내 삶을 마감해야 했던 아버지에 대한 연민이 느껴졌다. 또한 글속에서 먹이사슬을 말할때 그들 아래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말 그들은 사회에 먹히기만 할뿐 아무것도 먹을 게 없다는 말에서 나는 과연 이사회에서 누구를 먹어가며 살아가고 있으며 누구에게 먹힐 것인가? 얼마나 많은 고통이 있어서 이런 간단한 과학사실에서도 그러한 말이 나올까? 앞에서 걱정했듯이 너무 많은 생각과 암울함이 내 머릿속이 채우기 시작했다.

책속의 너무 많은 근무시간과 그에 비해 형편이 없는 수당 또한 잘못된 일을 고발하고 받는 불이익 그 모든것이 덮어지는 사회가 날 공포스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제시되어 있는 모든 사실들이 나에게 해결책을 생각해 보라고 이시대의 구성원으로 더 이상 묵인하거나 모르는 척 하지 말라고 아우성쳤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 끝내 난 이 책 속 사회에 빠져있었다.

그 뒤로는 책장이 넘어 갈수록 점점 더 괴로웠다. 그 난장이의 모습 영희의 공장 근무 모습에서 나의 아버지 어머니가 보였다. 그분들이 일하셨을 때도 이 시대였을 것이다. 그 분들도 이 글처럼 잠이 오지 않는 약과 몸을 찌르는 바늘을 참아내며 일하셨을까? 만약 내가 이책을 피했듯이 모든 사람들이 그러했다면 지금도 그와 같은 상황이 되풀이 되고 있었지는  않았을까? 소름 끼치도록 끔찍했다.

은강의 공해로 인해 썩어가는 사람들과 그보다 더한 물욕으로 악취를 풍기는 사람들 그들로 인해 고통받아 생지옥을 보여주는 사람들 모두다 나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내용들이였다. 글의 마지막에서 말했듯이 모두에게 잘못이 있다. 신 뿐만 아니라 배우고 익히고 그러한 일이 자행되지 않도록 막아야했던 모든 사람들 , 숨을 내쉬며 살고 있는 그 시대 모든 사람들에게 잘못이 있다.

이제서야 이 책에게 무조건적으로 보였던 적대심을 푼다. 난 이 책은 다른책처럼 나를 간단한 언어유희로 소외받은 사람들의 고통을 이해하는듯 하지 않을 것 이라는 기대가 생긴다. 아직 다 읽어보지 못했지만 이제 이 책의 검은 우울속으로 빠져보려한다. 그 검은 우울이 나에게 이세상을 살아 나가는데 옳바른 길을 찾는 빛으로 작용해 주지 않을까하는 조금의 희망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