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부랴부랴 출근해서 커피한잔을 타놓고 신문부터 읽는게 내 하루일과의 첫 시작이다. 생각없이 신문을 넘기다가 눈에 "탁"하고 튀어 나온 새책이 있었다. 바로 이책!! 지금의 내마음을 그대로 읽는듯한 제목이 날 사로잡았다. 그리고 요즘 내가 궁그고 있는 고민에 대해 뭔가 결론을 내려줄것만 같아 주저없이 구매를 하게 되었다.

이책은 남성 2분이 쓰신 것 같은데 나와 같은 30대 여성과 관련 계층의 여러사람을 인터뷰하고 참고문헌 및 자료들을 바탕으로 출산율저하와 30대 여성의 혼인 주저에 대해 스피디 하면서도 신랄하게 비판한다. 책 읽는 내내 "맞아 맞아", "아.. 나도 저런데",라며 수십번 동의를 하고 무릎을 치게 만들고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들었다. 이책을 지금의 내 남친에게, 아직 결혼하지 않은 30대 후반의 우리 대표님에게, 결혼에 대해 심드렁한 내 동생에게, 아직 남친도 없는 같은 30대 회사 여자동료에게 너무나 권하고 싶었다.

지금의 여성을 "아들"처럼 길러냈다는 말.. 정말 공감한다. 우리 엄마도 "이제까지 공들여 길러낸 내 딸이 결혼과 동시에 일을 그만둘고 집에서 식순이로 있다면 정말 아까울것 같다"라고 말씀하시니...

	어머니들은 자식들을 잘 길러내는 것으로 인생의 보람을 삼으면서도 딸들에게는 ’누구의 아내와 어머니’이기 이전에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살아갈 것을 주문한다. 이 어머니들은 ’너는 엄마처럼 살지 말고 너만의 인생을 살아라’라고 가르치는데, 이는 세간에 ’골드미스는 엄마가 만든다’라는 말을 떠돌게 하는 근거가 된다.

페이지 : 51

아래의 글은 정말 백번 천번 공감한 내용이다. 내가 한참 서울에서 동생과 자취를 할때 느낌은 "결혼한 것 같은 느낌"(?) 이었다. 밖에서 일하고 집에 들어오면 밀려있는 집안일이 산더미 같았다. 동생은 언니가 더 어른이니 자신을 봐달라, 본인일이 더 많으니 이해해 달라라는 둥 현재 자신의 처지를 피력하며 집안일이 밀려있는 당시의 상황에 대해 합리화 시키기 급급했다. 이토록 동등한 위치의 동생과도 살아가면서 마찰이 많은데 정작 유교의식이 팽배한 (뭐 물론 아닌 남자들도 요즘은 많더라마는, 어쨋든 보통 남자들도) 남자와의 동거는 참으로 골치 아플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었다. 동생과의 동거(?)때에도 슈퍼우먼이 되어야만 했던 내가 결혼해도 그렇게 해야 한다면 정말.. 참....쩝.

	"지난주에 친구 돌잔치가 있어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게 됐는데, 거기서 제가 집안일 힘들다고 했어요. 그러니깐 결혼한 친구들이 다들 저보고 자취하면서 벌써 그런말을 하면 나중에 살림은 어떻게 할거냐고 그러는 거예요. 애 없는 두 식구 살림이면 제가 하는 거나 결혼한 친구들이 하는 거나 다르지 않을텐데 저는 ’자취’고 자기들은 ’살림’ 이라는 거지요." 그녀의 말은 일리 있는 지적이었다. 우리 사회는 결혼해서 자녀를 낳는 혈연 중심의 공동체를 가족으로 규정하고 가족만을 정상적인 삶의 모델로 이상화하고 있다. 이 모델에서 벗어나는 삶은 비정상적이거나 일시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결혼을 하는 것은 인생의 진도를 나가는 것이고 결혼하지 않으면 인생이 정체되어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바로 그러하다.

페이지 : 161~162

남친을 사귀고 대략 2년이 지났나... 서로 부모님께 인사하기로 약속을 했었드랬다. 일단 우리 결혼 결정의사도 중요하지만 우리와 세대가 다른 부모님들에게도 마음의 안정을 드려야 겠기에 피할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내가 느낀 현실의 벽은 엄청났다. 남친은 내동생에게 주저없이 ’처제’라며 반말을 해댔고 우리집에 오면 어머니가 해주시는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하지만 나는 그친구 집에 가서 밥한끼, 과일 한조각을 얻어먹어도 왠지 그집 어머니를 도와드려야만 할것 같고 어른에게 이렇게 대접받아도 되나 라는 생각에 좌불안석이었다. 남친 동생에게도 호칭을 뭐라 불러야 할지 한참 망설이다가 결국 부르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건지, 주변의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인지 나도 이미 이런 문화에 익숙해져 있었음을 온몸으로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호칭하나만 봐도 알 수 있는게, 저는 ’서방님’,’도련님’,’아가씨’ 하면서 하녀가 주인집 자식 대하듯 깍듯이 존칭으 쓰잖아요. 반대로 신랑은 친정에 가면 제 동생한테 ’처제, 그동안 자 지냈어?" ㄹ라면서 반말을 해요. 호칭이야 부르라고 있는거고, 그렇게 부르는데 돈이 들거나 힘든 건 없지만, 생각해보면 이 차이가 결혼의 속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어요. 결혼은 달리 말하면 여자가 아랫사람이 되는 통로인 거죠." ----------------------------------진중권은 "호모 코레아니쿠스"에서 한국의 평등이 신분제의 폐지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양반이 되는 식으로 이루어졌음을 지적했다. 말하자면 ’전 인민의 양반화’다. 껍데기만 남은 봉건적 신분제의 수직적인 지서는 자식은 부모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복속시키며 차별을 통해 계급을 정당화했다. 차별당하는 자가 있어야 견고해지는 봉건적 가족제도 안에서 차별은 또 다른 차별을 낳았다.

페이지 : 189~190

우리 엄마는 노환이 드셨던 우리 외할머니를 5~6년간 극진히 봉양하셨다. 돌아가시기 1달전, 굳이 나는 그래도 죽어도 아들품에서 죽어야 한다는 외할머니의 간곡한 청에 엄마는 눈 질끈 감고 외삼촌에게 할머니를 인양(?) 해 드렸다. 실컷 잘하고도 남일 한것 같은 마음에 나는 분개했지만 엄마 역시 "그래도 할머니 마음 편하게 해드리자"며 일반인들의 시각에 발맞추어 주며 나를 달랬다. 정말 웃긴건 친할머니도 우리 고모집에서 기거한다는 사실이다. 주변에서 딸에게 노년을 의탁하는 케이스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언젠가는 떠날 자식으로 생각했던 딸에게 노년을 의탁해야 하는 상황은 전통적인 가치관속에서 살아온 그녀의 어머니로서는 인생을 헛살았다는 회환이 드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최근에는 남아선호 사상이 많이 개선되었다. 거기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직접적으로 자신의 가족이나 주변에서 믿었던 아들에게 배신당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더이상 아들이 미래의 가장이 아닐 수도 있다는 자각을 부모들이 먼저 하기 시작했다.

페이지 : 197

수많은 공감을 이끌어내며 저자들은 미욱하나마 우리에게 충고를 해준다. 참.. 그 충고라는 것이.. 그 결론이란 것이 정말 당장은 해결할수 없는 부분이라서 너무 속상하다. 우리 전통적인 사고방식과 사회의 변화가 그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난 결혼을 해야 하는 것일까 말아야 하는 것일까...

저자들이 내린 미욱하다는(?) 결론 1) 트레이드오프-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는 버려야 한다.

	남성들은 여성보다 훨씬 고정관념에 길들여져 있는 동물이면서 집안과 전통이라는 관념에 충실하다. 그런 이유로 꽤 양호한 조건의 남성들이 한국 여성을 포기하고 외국인 여성을 선택하기도 한다. 남성 본인보다 더 큰 문제는 그 남성의 가족이다. 이미 50대 이상이 된 남성의 부모나 형제들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완고하게 굳어진 그들의 사고방식이 변화할 가능성은 극히 적다. 이런 점에서 보면 최고 신랑감은 ’능력있는 고아’라는 세간의 농담이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페이지 : 243

저자들이 내린 미욱하다는(?) 결론 3) 제도와 관습에서 사람이 자유로운 사회

	그렇다고 비혼의 삶이 이렇게 불편하니 어서 좋은 짝을 만나 결혼하라는 조언은 부적절하다. 배우자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인권의 문제인 것과 마찬가지로 배우자를 선택하지 않고 혼자 살 수 있는 권리 역시 개인의 삶에서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페이지 : 251

요즘 내가 화두꺼리로 안고 있는 문제로 같이 고민하며 읽은 책이다. 결론은 "결혼하기 싫다" 더 기울었지만.....

이젠 비혼이 사회의 이슈가 되게하고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주게끔 국가나 사회의 인식 전환의 시발점을 찍어주는 계기를 만들어준 두 저자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