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릴때부터 친구가 된 루와 만도 그들은 샴쌍둥이처럼 모든걸 함께 했고, 생각도 공유했다.
둘의 성격은 서로 대조적이었다. 루는 유약하고, 만도는 단호했다.
루은 어린시절 몇년간 엄마처럼 돌봐준 닌느를 성장해 가면서 점점 서먹하게 대했다.
닌느에게 루는 오로지 단 한사람이었으나 루는 그것마져도 부담을 느끼게 된다.
한편 엄마친구인 가비와의 우정이 만도와의 우정에 금이가게 될것을 미리 예고하는 듯했다.
그러던 중 여름캠프에 함께 가자는 약속을 깨뜨린 사건으로 루는 만도애 대한 우정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음을 감지한다.
이 책을 읽어가는 동안 나는 무언가 뒤로 갈수록 숨막히게 조여올 그 무언가를 기대했던 것같다.
그러나 책을 다 덮은 순간에 나는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었다.
다른 소설들과는 조금 무언가 다른 표현방식, 즉 저자의 담담한 필체와 전개방식, 저자가 말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그래서 마지막과 처음을 다시 찬찬히 읽어 보았다.
그제서야 그들의 집착어린 우정이 오히려 그들 자신에 의해 서로 악연을 만들게 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누군가와의 사랑을 시작할때나, 우정을 만들어 갈때 상대방이 내가 되기를 바랄때가 많다.

과연 그런 사랑이나 우정이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 오히려 그것을 서로를 구속하고 정신적인 집착으로 상처를 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정신분석가이면서 소설가인 그는 독자를 계산된 공포 속으로 서서히 빠져들게 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정작 본인은 나뭇가지가 잘려 나간 것을 뒤늦게서야 발견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아무리 절친한 친구라 할찌라도 상대방이 될 수는 없을테고 만일 그러한 상태가 된다면 그것은 정신적으로 다중인격이 될 소지가 많을 것 같다
그들의 우정의 깊은 이면에는 또다른 어떤것 , 즉 상대방이 되는 것에서 탈피하고 싶은, 바로 나 자신이 되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자문해 본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저 속수무책이었다.
속수무책이라니....
지금껏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아주 독특한 책 앞에서 나의 독서에 대한 관념은 무참히 밟혔다.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지면 언어의 파편을 맞은 기분이다.

머리. 어깨. 무릎. 발. 머깨.머어깨. 머리무릎.머리발.머발.머어무발.
이 책을 작가의 표현을 조금 빌리자면 난해하다, 어렵지 않다. 재미있다. 흥미롭지 못하다. 독특하다. 평범하다 라고 표현해야 할거 같다.

언어가 구멍 뚫리게 되면 바로 이런 의미없는, 사라지고 지워지는 언어가 되어 숨김없이 남김없이 보여주는 언어의 결정체가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이야기의 내용은 그와 그녀와 뭐,주둥이 사이에서 일어난, 일어날수 있는 것들, 이미 지나간 것, 뜻밖의 모든것, 엇나간 모든것, 모든것의 모든것을 숨김없이 남김없이 보여주었다.

너무도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때론 속이 메슥거리는 울렁증까지 일 정도 였으니까. 난 이렇게 모든것을 다 숨김없이 보여주고 표현한다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었음에도 기존의 소설에서는 흔히 보기 어려웠다.

비유와 은유를 가장한 것들이 과연 얼마나 진실성을 가져다 주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 책은 서사적으로 이야기를 읽어나가기보다, 단어의 리듬에 맞춰 작가의 돌발적인 운율에 그저 장단을 맞추어가며 읽어야하는 비트적인 소설이다.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쉽게 읽을 수 있지만 책을 덮고 나면 모호해지고 무너지는 그런 소설을 작가는 쓰고자 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이제사 조금 이해가 갔다. 기존의 소설과 달리 이책은 내용을 전개해나가듯이 읽으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도무지 알수가 없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읽게 되었을때 처음과 마지막이 즉 모든 것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모든 것은 저편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것이 내가 지금까지 읽고난 느낌을 숨김없이 남김없이 적어 보았다.

 

책을 읽으면서 물에 대해 생각을 했다.

물은 만물의 근원이면서도 모든걸 소멸시키기도 한다.

구약성서의 노아의 홍수때처럼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을 쓸어버렸듯이 말이다.

한편 물은 사막에서는 너무도 귀한 것이 아닐수 없다.

인간에 경우 70퍼센트 이상이 물로 이루어진 걸 보면 우리는 걸어다니는 물인 셈이다.

작가는 물질의 근성을 인간에게 접목시킨 것에서  김숨다웠다.  앞서 읽었던 <침대>에서도 그랬듯이 그녀는 사물을 그저 사물로 바라보지 않고, 또 다른 시선으로 사물을 재 탄생시키기도 한다.

책에서는 어머니인 물과, 아버지인 불, 소금인 나와  나와 같은 날에 태어난 쌍둥이 금, 공기가 한 집에 살면서 생의 아픔과 욕망이 서로 얼키고, 설킨 가운데 결국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물'이란 것을 깨달아 가게 된다.

물인 어머니가 가끔 얼음상테에 들때마다 소금인 나는 늘 안절부절한다. 날카로운 각들로 이루어진 소금은 물에 의해 망각되어지기를 바라지만, 물인 어머니는 그렇게 되도록 하질 않는다.

결국 소금은 단단하고 백야처럼 눈부신 결정체가 되기 위해서 소금섬으로 떠난다.

소금은 비실제화되고 비물질화된 비이성적인 아버지에 대해 원망과 증오를 품지만 결국 불은 소금을 자각하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한편, 무기력하지만 찬란하고 아름답게 빛나는 동생 금에 대한 질투로 고통스러워하면서 수치를 느낀다.

종교에 빠져 오로지 기도 외에는 다른 것은 관심도 없는 공기와 그 속에서 소금은 늘 모가 난채로 날카롭게 자신을 각지게 만든다.

300만톤의 저수지 물을 모두 사라지게 하고 집을 짓게 된 아버지의 내력이 왠지 모르게 물에 대한 불길함을 가져다 준다.

"한번 소멸된 물은 그 어떤 형식으로도, 형태로도, 상태로도, 기운으로도 돌아오지 않는다. 물의 순환을 두려워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223) 라고 한다.

현재를 살고 있는 지금 우리 주변에서도 더 많은 땅을 확보하기 위해 바다를 메우고, 갯벌을 메우고 물길을 돌리는 등 자연을 인간의 욕구대로 재탄생하려고 하는 것을 볼때, 그 결과는 금세 나타나는 것이 아닌 서서히 어느 순간 알지도 못하고 느낄 여유조차 없이 종말을 맞이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물질과 사물에는 저마다의 본질이 있듯이 그러한 것을 역행하려 할때 재앙이 오게 되어 있다.

상극을 이루는 관계에서도 그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에야 비로소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다는 사실을 작가는 말하고 싶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