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화의 책은 처음 읽게 되었는데 알고보니 장이모 감독에 의해 영화화한  '인생'의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책을 읽다보면 삶의 도리를 자연스럽게 일깨워주는듯 말을 한다.

마음에도 없는 것을 당연히 그래야 한다며 강요하기보다는 그는 순리에 따르듯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허삼관은 자식과 처를 위해 목숨과도 맞바꿀 정도로 피를 판다. 그는 그것이 당연하듯 이야기 한다.

허삼관... 그는 똑똑하지도, 특별한 재주도 없는 사람이었으나  인간의 도리를 아는 사람이었으며 그는 사랑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보여 주었다.

그는 나를 웃게도 하다가, 금새 울게도 하여 나를 바보로 만들었다.

 

그중 큰아들이 친아들이 아님을 알고서 큰아들만 빼 놓고 식구들이 국수를 먹으러 가자 큰아들(일락)이 집을 나서는 대목에서는 얼마나 가슴이 먹먹하던지...하지만 허삼관만의 특유의 말과 행동으로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어준다.

 

친아버지와 의붓아버지로부터 외면당한 일락이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애원한다

"누가 국수 한그릇만 사주세요, 그럼 제가 친아들 노릇할게요. 누가 국수 좀 사 주세요. 네?

결국 집나간 아들을 찾아나선 허삼관이 일락이를 등에 업고  욕을 퍼부으며 걸어가다가 국수집 앞에 이르자

'아버지, 우리 지금 국수 먹으러 가는 거예요? 하자

허삼관은 문득 욕을  멈추고 온화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정말 허삼관 다운 표현이다(책을 읽는 사람의 느낌을 흐리지 하지 않기 위해 생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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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줄>

사람들은 나보고 바보, 천치, 멍텅구리, 한심한 자라대가리라고 놀릴 거라구. 자라대가리 노릇도 자꾸 하더니 갈수록 잘한다고, 이젠 재미까지 붙였다고 할거라구...(202)-이 글을 읽다가 얼마나 웃었던지 눈물이 다 나올 지경이었다

 

일락아, 하소용(일락이의 친아버지)이 이전에 우리한테 몹쓸짓을 한건 다 지난 일이다. 그걸 마음에 담아두면 안된다. 일단 목숨부터 구하고 보는 거다. 어쨌든 하소용도 사람이고, 사람목숨은 다 소중한 거 아니겠느냐(204)

 

일락아, 오늘 내가 한말 꼭 기억해둬라.

사람은 양심이 있어야 한다. 난 나중에 네가 나한테 뭘 해줄거란 기대 안한다. 그냥 네가 나한테, 내가 넷째 삼촌한테 느꼈던 감정만큼만 가져준다면 나는 그걸로 충분하다. 내가 늙어 죽을때, 그저 널 키운걸 생각해서 가슴이 좀 북받치고, 눈물 몇방울 흘려주면 난 그걸로 만족한다(205)

 

자기처럼 늙은이의 피는 살아 있는 피보다 죽은 피가 많아 원하는 사람이 없으니 가구에나 칠해야 한다고....

사십년만에 처음이다. 처음으로 피를 팔지 못한 것이다. 집안에 일이 있을때마다 피를 팔아 해결했는데, 이젠 자기피를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니...

그의 얼굴은 참을수 없는 슬픔으로 가득했다

눈물이 그의 얼굴 위로 뒤엉킨 그물처럼 흘러 내렸다.

마치 유리창을 때리는 빗물처럼, 금방이라도 깨질듯 금이 간 그릇처럼, 무럭무럭 자라나는 나뭇가지처럼,  논밭에 대는 물처럼, 도시 곳곳으로 뻗어나간 길처럼, 눈물은 그의 얼굴에 커다란 그물 하나를 짜놓은 듯했다(325)

 

지금 읽고 있는 책(데이비드 코퍼필드)을 잠시 내려 놓고, 이 책을 읽었다.

이웃님인 도담이님의 소개로 알게된 책으로 영화로도 나왔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영화 또한 보고 싶어진다

미국의 가난한 여류 작가와 런던의 중고서적 판매원과의 우정어린 편지는 그야말로 나의 로망이 될 정도였다

그렇지 않아도 헌책방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아지고 있었는데, 이 책은 그야말로 헌책방에 대한 꿈을 더욱 부풀게 만든 책이다.

조금은 괴팍스럽지만 마음은 깊고 따뜻한 헬렌.. 그러기에 그녀의 마음을 서점직원들도 알고는 모두가 그녀를 좋아하게 된 것이다

20년간을 편지로 책주문을 하면서 영국과 미국으로 왕래하다 어느날 마크스 서점직원이 프랭크의 사망소식을 전하는 편지가 도착하게 된다 

그 편지를 읽을때 나는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 소리가 났다, 어떻게 이럴수가.... 드라마는 분명 아니지 않는가.

그녀의 편지글 중에는 재치와 위트 있는 글도 볼수 있었다. 예를들면,

"아니, 이런걸 무슨 페피스의 일기라고 한단 말이죠?

이건 페피스의 일기가 아니라 웬 중뿔난 편집자가 페피스의 일기를 야비하게 발췌해다 망가뜨려 놓은 책이에요....

이 대용품 책일랑은 한 장 한장 뜯어서 포장지로나 쓸랍니다" (57)

 "나무늘보씨,  당신이 뭐든 읽을 것을 보내주기 전에 여기서 썩어 죽을지도 모르겠어요.(73)

"거기 그러고 앉아서 몇년동안 남산만한 도서 목록을 발행해 놓고 이제 와서 달랑 한권 보내주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돌쇠씨?(98) 

 "메건 웰스한테 도대체 제정신이냐고 물어봐 주시겠어요?  문명세계가 그렇게 싫증났다면 시베리아 소금광산으로나 가지 그러느냐고요"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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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 주인이 즐겨 읽던 대목이 이렇게 저절로 펼쳐지는 중고책이 참 좋아요...

'나는 새책 읽는 것이 싫다'는 구절이 펼쳐졌고, 저는 그 책을 소유했던 이름 모를 그이를 향해 '동지'하고 외쳤답니다 (18)

저는 속표지에 남긴 글이나 책장 귀퉁이에 적은 글을 참 좋아해요. 누군가 넘겼던 책장을 넘길 때의 그 동지애가 좋고,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누군가의 글은 언제나 제 마음을 사로잡는답니다(50)

  저는 이 세상에 살지 않았던 사람들,일어나지 않은 일에는 흥미가 생기지 않아요(74)

워낙 새것처럼 원래 상태 그대로라서 누구 다른 사람이 읽은 적이 없을 줄 알았는데 아니에요. 가장  애교 넘치는 부분에서 자꾸만 펼쳐지는 것이 마치 전 주인의 유령이 내가 읽어본 적 없는 것을 짚어주는 듯하답니다(90)

 

마음의 준비 , 단단히 하세요. 지난 편지에서 요청한 세권이 일제히 당신한테 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한 건지는 묻지 말아요. 그저 마크스 서점의 서비스라고만 생각해줘요(108)

 

어쩌면 이대로가 나을지도, 너무나 긴 세월 꿈꿔온 여행이죠. 단지 그곳 거리를 보고 싶어서 영국영화를 보러 가기도 했고요. 오래 전에 아는 사람이 그랬어요.

사람들은 자기네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러 영국에 간다고. 제가 , 나는 영국 문학 속의 영국을 찾으러 영국에 가련다, 그랬더니  "그렇다면 거기 있어요" 그러더군요

어쩌면 그럴테고, 또 어쩌면 아닐테죠. 주위를 둘러보니 한가지만큼은 분명해요. 여기에 있다는 것.

 이 모든 책을 내게 팔았던 그 축복 받은 사람이 몇달 전에 세상을 떠났어요. 하지만 마크스 서점은 아직 거기 있답니다.

혹 채링크로스 가 84번지를 지나가게 되거든, 내 대신 입맛춤을 보내주시겠어요?

제가 정말 큰 신세를 졌답니다(145)

- 이 마지막 글이 지금도 잔잔히 울린다. 마치 지금이라도 가서 그녀 대신  입맛춤이라도 보내야 할것 같은 의무감마져 드는 것이다

<밑줄긋는 남자>의 여주인공 콩스탕스가 너무도 좋아해서 그의 사진까지 벽에 걸어놓고 그가 남긴 책이 얼마안되기 때문에 한번에 다 읽으면 더 이상 읽을게 없을거 같아 읽는 것도 아껴서 읽는다는 것을 보며 도대체 로맹가리란 누구인가 관심이 생기지 않을수 없었다 

그래서 (로맹가리)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어 처음 읽은 책이 바로 <자기 앞의 생>이다

이책은 지은이가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아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던 1975년 공쿠르 수상작이며, 공쿠르상은 일생 한번밖에 주어지지 않는 것을 로맹가리란 다른이름으로 발표해서 두번 상을 받게된 책이다

14살짜리 어린 소년 모모가 들려주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삶의 모습에서 진한 감동을 느꼈다

특히 70년대 김만중이 부른 노래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좇아가는 시계바늘이다... 날아가는 니스의 새들을 꿈꾸는...  인간은 사랑없인 살수 없다는 것을 모모는 잘알고 있기 대문이다 "라는 노래를 어릴적 가사가 참 마음에 들어 좋아했었는데  바로 이 소설을 주제로 한 것이었다는 것도 이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미하엘 엔데의 <모모>가 그 내용을 담고 있는줄 알았었다 

지난 겨울  이 책을 읽으면서 학창시절에 눈물을 펑펑 흘리며 읽었던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의 <제제>와  <모모>가 많이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을 나혼자 해보았다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없이 살수 있나요?"  이 질문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가슴 속에 메아리되어 울려왔다

 

"사랑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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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밀 할아버지는 아주 슬픈 모습이었다 사람의 가장 슬픈 기색은 언제나 눈을 보면 알수가 있다(46)

 내가 좋아하는 니스에 관한 이야기들, 미모사 숲과 종려나무들, 너무나 행복한 나머지 박수를 치듯이 날개를 탁탁 치는 흰 새들을 무척 좋아했다(47)

 몸을 팔며 사는 여자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엄마가 될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여자들에게 있어서 손님들은 자꾸 바뀌는 것이지만 아이는 그녀들에게 미래를 주기 때문이다(54)

 사람들은 이세상엣 무엇보다 생명에 집착한다 그것은 이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생각해볼 때면 때로 우스운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60)

 무서운 데에는 꼭 이유가 있는게 아니란다, 모모야.

이 말이야말로 내가 들은 말 중에서 가장 진실한 말이었다(66)

 아무것도 절대적으로 희거나 검은 것은 없는 법이다(하밀) (88)

 나는 진정한 삶을 위해서는 아주 젊었을 때부터 삶에 열중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늙게 되면 그 가치를 잃고 선물을 주는 사람도 없게 되니까 (92)

 시간이란 것은 이 세상 무엇보다도 늙은 것이어서 지독히 천천히 가고 있었다 사람이 아플때면 눈이 커지고 전보다 더 많은 감정 표현을 한다 (107)

 시간이란 것은 사막에서부터 낙타 대상 무리와 함께 천천히 온 것이며, 또 시간은 영원이라는 짐을 운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두를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매일 조금씩 조금씩 도둑맞고 있는 늙은이의 얼굴에서 시간을 보는 것보다는 그런 이야기 속에서 시간을 보는 것이 언제나 훨씬 아름다웠다. 

내 생각에는 시간을 찾는 데 있어서는 도둑맞은 쪽에서가 아니라 도둑질하는 쪽에서 찾는 것이 좋을것 같았다(160) 

 내게 있어 가장 좋은 것은 실제가 아닌 곳에 가서 사는 것임을 깨닫기 시작했다

하밀할아버지는 늘 내게 다른 세상을 확인시켜주는 사람은 시인들이라고 했다(164)

 아름답다는 것은 우리가 누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사람이란 모든 것을 하나의 눈으로 볼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