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책 읽기를 해오면서 가장 최근 든 느낌은 바로 <우리 것>에 대한 ‘이끌림’이었다.
7살 후반기에 접어들며 두드러진 책 읽기 특징이 우리 작가, 우리 그림책, 전통문화, 우리 역사와 같은 것에 집중되는 것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우리 것>에 대한 ‘이끌림’이란 것이 이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아이가 서점에서 책을 골라도 우리 작가의 그림책을 우선 골랐으며,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할 때도 3권 중 1권은 우리 작가의 작품이 들어 있었다.
우리 작가의 작품이라고 해서 창작에 치우친 것이 아닌 전통문화나 우리 옛 모습, 우리 정서를 담아낸 책이 더 많았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 옛 것에 대해 알려주어야 할 텐데……하는 고민이 생겼다.
하지만, 쉽고 재미있는 책을 찾기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몇몇 단행본으로 그 갈증을 해소시키기에는 많이 부족해 보였다.
그런 부족함 속에서도 <우리 것>을 주제로 한 책을 열심히 읽어 나가는 아이를 보니, 역시 우리 것에 대해 더 많이 깊이 있게 이끌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집을 사주기에도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또한 시중에 전통문화를 다룬 전집이 많이 있어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도 고민이었다.
서점에서 짧은 시간 몇 권 읽은 것을 가지고 잘 본다고, 좋아한다고 판단하기에는 섣부른 감이 있었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단행본으로 목마름을 달랠 정도로만 채워주고 있었다.
또한, 아이가 지금 우리 역사에 한창 빠져있다.
역사를 접근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우리 것>에 대한 날개를 달아 준다면 훨씬 재미있는 역사 이해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차에 <위대한 유산>을 알게 되었다.
좋은 평을 많이 받은 책이라 궁금도 했다.
이번 이벤트에는 본 책 40권 중에서 받은 것이 아닌, <한국의 멋> 3권을 받게 되어 조금은 아쉬운 감이 들었다.
하지만, 이 <한국의 멋>이란 시리즈도 눈 여겨 보고 있었기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잘 볼 수 있었다.
그래도 본 책이 중요하기에 인터넷 서점을 통해 본 책 40권을 모두 펼쳐보기 해 보았다.
그랬더니 왜 이 책을 좀 더 일찍 못 사주었을까 하는 후회가 들었다.
그 만큼 마음에 쏙 드는 구성의 책이란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간결한 문체, 다양한 형식의 구성, 멋진 그림. 그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이 없어 보였다.
자, 그럼 왜 <위대한 유산>을 읽어야만 할까?
첫째,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너무도 많이 들어 본 말이다.
이 말은 그 누구보다도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적합한 말이라 생각된다.
최근 읽은 책 중 <그림책을 보고 크는 아이들>이란 책에 이런 글 귀가 나온다.
“어린 시절에 처음 읽은 책과 처음 본 그림에 의해서 자기 나라의 지난 역사와 전통의 훌륭함을 알고 강한 조국애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 책과 그림의 추억은 가슴 깊은 곳에 파고들어 일생 동안 간직하게 된다”
이 말은 프랑스의 문학사가인 폴 아잘이 그의 저서 <책, 어린이, 어른>에서 한 말이라고 한rong>위대한 유산>을 살펴보며 내가 느낀 감정이 바로 아잘의 말에 잘 드러나 있다.
그렇다고 민족성만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것에 대한 민족적 자긍심이 높을수록 국제성도 높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아잘의 말을 빌어 온 것이다.
<위대한 유산>은 그런 면에서 민족적 자긍심을 느끼기에 충분해 보였다.
시적인 짧은 문장과 정감 어린 그림.
아, 이것이 우리 것이란 느낌이 모니터 화면을 통해서도 충분히 전달되었다.
둘째, 우리의 역사가 숨쉬고 있다.
<위대한 유산>을 자세히 살펴보면 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아이가 지금 역사에 큰 관심을 갖고 접근해 가면서 큰 흐름의 역사에 우리 문화를 가지치기 해 주어야 함을 많이 느끼고 있다.
단순한 예로 아이가 책을 보다가 “엄마, 이건 뭐예요?”하고 물어와 들여다 보면 전통 농기구를 가리키고 있다든지, 전통 악기를 가리키고 있는 경우가 있었다.
다행히 시골에서 자란 탓에 우리 옛 농기구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많아 아이에게 쉽게 설명해 줄 수 있어 다행이었지만, 전통 악기나 의복 등에 대해서는 쉽게 설명을 해 주지 못해 헤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면 아이의 흐름이 끊어짐을 느꼈고, 우리 전통 문화에 대한 책을 같이 볼 수 있도록 해야 함을 절실히 느꼈다.
역사는 단순한 왕조의 흐름, 사건만 안다고 해서 완성되는 것이 아님을 아이를 통해 알게 되었고, 전통 문화가 곧 역사라는 사실에 이르게 되었다.
그렇다 보니, <위대한 유산> 속에는 우리 전통 문화가 고스란히 잘 녹아 있었으며, 그 속에 우리 역사가 숨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셋째, 조상들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아이에게 늘 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지혜로운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아이는 묻고, 그럴 때마다 나는 아이에게 책 속에 그 답이 있다고 말해 왔다.
책 속에는 다양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과학적 지혜도 있고, 문학적 지혜도 있고, 인간 사이에서의 지혜 등 정말 무궁무진한 지혜를 체득할 수 있는 것이 책이다.
그 중에서도 아이가 가장 늦게 알게 되는 지혜가 바로 조상들의 지혜라고 생각된다.
내가 어렸을 때 예부터 내려온 속담이나 말은 그 시대에나 맞는 말이란 편협한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며 나이를 들고 보니 조상들의 옛 말이 하나도 그른 것이 없었다.
어쩜 그 짧은 문장 속에 그리도 현명한 답이 들어 있을 수 있는지 감탄하게 되었다.
요즘은 오히려 내가 아이에게 우리 속담이나, 옛 어른들께서 하시던 말씀을 아이에게 전하고 있다.
아이는 아직은 실감을 못하지만, <위대한 유산>을 통한다면 조금씩 그 지혜에 접근하리라 생각된다.
또한, 아이가 책을 통해 알게 된 <식은 죽 먹기>란 말을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우리 것이 담긴 책은 아이 스스로 그 뜻을 파악하고 상황에 맞게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이가 과연 이 말을 제대로 알고 사용하나 싶은 생각에 그 뜻을 물어 보았더니, 아이는 정확하게 그 뜻을 알고 사용하고 있었다.
어떻게 그 뜻을 알았냐고 물었더니, 그림을 보며 이 말의 뜻을 이해했다고 하였다.
그 책은 우리 전통 의상을 소재로 다룬 단행본이었고, 아이 혼자서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던 책 중 하나였다.
이 역시도 <우리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라 여겨졌다.
그렇기에 그 말 속에 담긴 지혜, 깊은 뜻을 알 수 있지 않았을까?
본 책에서 받은 느낌을 그대로 이어서 이번에 도착한 <한국의 멋> 3권을 아이와 함께 살펴보았다.
이번에 받은 책은 <01. 환상적인 꿈의 세계를 그린 안견>, <02. 조선 최고의 여류화가 신사임당>, <03. 조선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은 정선>이다.
아직 이 책을 아이가 혼자 읽어 낼 정도의 독서력이 갖추어지지 않았기에, 아이가 알고 있는 신사임당부터 자료사진 위주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02. 조선 최고의 여류화가 신사임당>
아이가 알고 있는 신사임당은 바로 율곡 이이의 어머니라는 사실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인물 중 한 사람이 바로 율곡 이이다.
왜 이이를 좋아하냐고 했더니, 책을 많이 읽고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라고 말한다.
아이는 유독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렇게 시작된 이이에 대한 호기심은 그를 낳아 기른 어머니 신사임당으로 옮겨갔다.
그러면서 이이를 읽는 날이면 꼭 신사임당을 같이 읽었다.
그래서 첫 번째로 보여줄 책으로 신사임당을 선택하였다.
아이와 신사임당이 그린 그림을 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는 그림의 제목을 손으로 가리며 내게 제목을 맞춰 보라는 퀴즈를 냈다.
그림을 자세히 보며 제목을 알아 맞추는 내 모습에 아이는 감탄을 했다.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미리 읽어 보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먼저 보았다는 사실을 아이에게 알려 주었고, 아이는 약간의 섭섭함을 드러냈다.
그렇게 시작된 신사임당은 차츰 그림 속 이야기로 옮겨갔다.
초충도에 그려진 수박, 가지, 오이등과 강아지풀, 여뀌 등의 풀, 도라지, 나팔꽃, 개양귀비, 맨드라미, 패랭이꽃.
거기에 어우러진 개구리, 여치, 나비, 벌, 쇠똥구리의 모습은 정감 어림 그 자체였다.
그림 속 사물에 지닌 뜻이 있다는 사실을 아이에게 말해 주니 아이는 매우 놀라는 눈치였다.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다시 신사임당이란 인물과 그 주변 인물로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었다. 그런 주변 인물에 대해서까지 뒤에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어 힘들이지 않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03. 조선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은 정선>
이 책은 아빠가 아이에게 접근시켜 주었다.
진경 산수화니, 부감법 이니 하는 미술용어를 아주 쉽게 아이에게 설명을 해 주는 다정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내가 아이에게 설명했다면 딱딱하고 지루하였을 텐데, 아빠는 그 어려운 말들을 아주 재미있게 설명해 주었다.
정선을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 가장 먼저 그림에 대한 이해를 구하기 위해 진경 산수화가 무엇인지 부감법이 무엇인지를 설명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아이가 100% 이해한다고는 말 할 수 없다.
하지만, 아빠의 설명을 들으며 어느 정도는 이해하지 않았나 싶다.
첫 시작부터 진경 산수화에 대해 나온다.
이미 아빠에게 들어 알고 있던
이 책은 다른 두 권의 책과 달리 <생각하며 다시 보기>가 있어 그림을 보는데 지루함을 느낄 수 없었다.
전시회에서 그림을 설명해 주는 도슨트 같은 역할을 해 주었다.
서양 미술 전시회만 아이와 함께 했는데 이제는 동양, 특히 우리 그림 전시회도 많이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그런 좋은 길라잡이 책이 되어 줄 것 같다.
비록, 아빠와 이 책을 끝까지 볼 수 없어 아쉬움이 컸지만, 아이에게 이 책은 아빠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좋은 시간이 되어 주었으리라 생각한다.
<01. 환상적인 꿈의 세계를 그린 안견>
가장 힘들었던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역사에 막 발을 들여놓은 아이이긴 하지만, 이제 삼국시대에 머물러 있고, 조선시대에 대해 아이가 아는 것은 세종대왕과 몇 몇 학자가 전부이다.
그렇다 보니 역사적 배경까지 포함되어 있는 안견은 아직 멀게만 느껴졌다.
아이는 그림을 눈으로 보긴 했지만, 신사임당이나 정선처럼 가슴으로 느끼지는 못한 것 같았다.
하지만, 앞으로 아이가 삼국을 지나 고려, 조선에 이르는 역사에 이르면 이 책이 그 때 비로소 진가를 발휘하리라 생각한다.
<한국의 멋>은 우리 명화 갤러리라고 표현하면 그 느낌이 한 번에 들 것이다.
이 <한국의 멋> 시리즈를 제대로 느끼고 이해하려면 아무래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한국의 멋> 시리즈는 박물관 등의 체험 학습을 통해 빛이 날 책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아이와 좀 더 <우리 것>에 대한 접근을 많이 한다면 더 빠른 시간 내에 이 책의 맛을 알리라 생각한다.
어제 아이가 유치원에서 김홍도의 <새참>을 명화 감상 시간에 배웠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보니 자신도 농사를 지어 보고 싶었다고 한다.
시골 외가에 가서 자신도 씨 뿌리고 농사를 지어 보고 싶다며, 언제 할 수 있냐고 물어보는 아이.
그림 속 우리 내 모습 속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었기에 가능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얘기를 들으며, 이번 이벤트로 받은 <한국의 멋>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아직은 멀었다는 생각에서 지금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그리고, <우리 것>이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공감대를 형성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우리 것>을 더 늦기 전에 아이에게 접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 면에서 <위대한 유산>은 그 몫을 톡톡히 해 내리라 생각된다.
짧고 쉬운 시적인 운율이 느껴지는 문장과 다양한 기법의 그림.
이 두 가지만 보더라도 아이들이 부담스럽지 않고,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게다가 지금 뿐만 아니라 앞으로 두고두고 볼 수 있는 소장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이는 본 책 40권뿐만 아니라 함께 구성된 책도 포함해서다.
한 권으로 읽는 교과서는 풍부한 자료사진으로 그 효용가치가 높으며, 한국의 멋 또한 미술사적뿐만 아니라 한 예술가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라 여겨진다.
한 마디로 잘 구성된 전집이라 생각한다.
아마도 내가 이렇듯 칭찬 일색의 글을 쓰게 된 것도 그만큼 이 전집이 탐이 나기 때문이다.
갖고 싶고,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드는 책.
이는 좋은 글과 그림, 구성의 3박자가 잘 맞는 전집이기에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이런 좋은 책을 만나게 해 주신 인터파크 북아울렛과 한국퍼킨스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