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웠던 작년 여름 내게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던 할머니를 떠나보냈다.
그 때의 슬픔을 달래주었던 것은 남편과 딸이었다.
"엄마, 외증조할머니 생각나시면 저 안고 우세요." 라고 했던 딸이 있었기에 그 슬픔을 빨리 이겨낼 수 있었다.
아이도 외증조할머니에 대해서는 남다름을 가지고 있다.
특별히 기억될 만한 추억을 안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엄마를 통해 엄마의 어릴적 이야기에서 빠지지않았던 외증조할머니를 아이 또한 특별하게 생각해 주는 것이다.
이런 아이와 내게 이 책은 추억으로의 여행이었고, 가슴 찡한 추억을 되새겨주는 그런 책이었다.
책이 도착하자마자 아이가 반가움에 뛰어나가 받아본다.
그리고 혼자서 조용히 책을 읽더니, 엄마에게로 달려와 다 읽은 책을 건내주었다.
"엄마, 이 책 꼭 읽어 보세요. 저보다 엄마가 더 좋아할 책이에요. 그리고 외증조할머니 생각이 나실거에요. 아주 감동적인 책이에요."
아이가 알츠하이머 병이 무엇인지 사전 지식도 없이 이 책을 접했기에, 약간은 걱정도 있었지만, 아이는 이야기 그 자체를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말이었다.
그렇게 내게 이 책을 만났다.
할머니와의 추억을 아름답게 그려낸 이야기...내 이야기를 하는 듯 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그림속 아이는 내가 되었고, 그림속 할머니는 나의 할머니가 되었다.
할머니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모습은, 어릴적 내가 할머니께 삼국지를 소리내 읽어드리던 때를 기억나게 했고, 뜨개를 하는 그림 속 할머니의 모습은 어릴적 내게 스웨터를 떠 주시던 할머니의 모습 그대로였다. 함께 해바라기를 심는 모습은 화단에 함께 꽃씨를 뿌리던 때를 추억하게 하였고, 새이름을 가르쳐 주는 주인공 할머니의 모습은 내게 여러가지 산나물의 이름을 알려주시던 할머니의 모습을 떠오르게했다.
알츠하이머로 할머니의 기억이 사라져가는 모습은, 시력을 잃고 소리에 의지해 10여년을 사시다 가신 할머니를 생각나게했다.
할머니는 시력을 잃으신 직 후 내게 금목걸이를 손에 쥐어 주시며, 당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고 하셨던 할머니...그런 할머니를 위해 내가 해 드릴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손을 잡아 드리고 앞에 앉아서 이야기를 들어오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알았던지 딸아이도 외증조할머니 손을 잡아 드리고 안기기도 하고 뽀뽀도 하며 무서울법한 외증조할머니에게 사랑을 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책 속의 주인공 아이처럼 내가 좀 더 용감했더라면, 좀 더 사랑을 전해 줄 수 있었다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더욱 할머니를 그립게 했다.
이 책은 가족간의 사랑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는 책이었다.
이런 사랑을 받고 자라는 주인공아이처럼 우리 아이도 받은 사랑을 배풀 수 있는 그런 아이로 자라길 바라다.
사랑에 대해 잔잔히 생각해 보며, 오늘도 아이에게 외증조할머니와의 추억을 이야기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