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키핑의 작품을 보면 이면을 생각하게 만든다.
『창 너머』에서 보여주었던 창문을 통해 보여지는 세상...그리고 볼 수 없는 세상은 의미하는 바가 컸다.
그림 또한 무서움을 주면서도 역동적인 움직임도 담고 있어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빈터의 서커스』에서 역시 긍정과 부정이란 대비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아이에게는 밝으 컬러를 부정적 생각을 한 아이에게는 흑백톤의 칙칙함으로 표현해, 역시 한 번 쯤 곱씹어 생각하게 만든다.
『길거리 가수 새미』에서는 작가의식을 언어유희로 승화시켜 놓았다.
『조지프의 마당』은 어린 왕자를 떠올리며 역시 전달하고자 하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리고...그의 마지막 작품인 『낙원섬에서 생긴 일』을 읽어보면 말년에 사회와 어느정도 타협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그 동안 그의 작품은 사회의 또다른 면을 그리며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 작품에는 그 동안 볼 수 없었던 결론 또는 작가의 생각이 기술되어 있다.
색감은 기존의 작품과 별반 차이가 없지만, 글에서만큼은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가늘고 딱딱하면서도 강한 인상을 주던 선이 매우 부드러워져 있음도 알 수 있다.
컬러와 흑백의 대비 효과는 여전하지만 분명 다르다.
산업화에 발맞추어 이루어지는 무분별한 도시개발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역기능을 심각하게 문제시하지 않고 있다.
작가는 오히려 융통성을 보여주고 있고, 서로 다른 개개인을 모두 존중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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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사람이 다 만족하는 일이란 세상에 없는 법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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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위 한 문장을 통해 그동안 작가가 펼친 작품세계와 다름을 느끼며, 이 작품이 유작이 아닐까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런 생각을 안고 앞으로 돌아가 작가 프로필을 읽어 보았다.
보통의 경우 먼저 작가 프로필을 읽는데, 짧은 시간 그의 작품을 읽다보니 지나쳐 버리고 말았다.
책을 다 읽고 돌아와 읽어보니 예상대로 그의 마지막 작품이었다.
마지막....그는 세상과 타협한 듯 하다.
그는 삶의 종착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그동안 스스로에게 던져왔던 삶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은 듯 하다.
짧은 시간 그의 작품을 살피며 작품 발표시기에 따른 작가의 생각의 변화를 알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 작품...그의 마지막 열정을 담아 만들어낸 이 작품은 찰스 키핑의 작품 세계에 대해 그 동안 품어왔던 의구심을 풀어내는 열쇠를 쥐고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