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할머니!

표지를 보면 실뜨기 놀이를 하는 듯 하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실로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듯 한 괴상한 할머니가 그려져 있다.

표지만으로 실뜨기가 연상이 되어서인지 안의 내용이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아이 또한 별 반응이 없었다.

실뜨기 놀이가 동양, 그 중에서도 한국이나 일본과 같은 곳에서만 행해지고 있는 것이 아닌 유럽에서도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이 내가 느낀 새로운 사실이었다.

내용은 글쎄...

신선함이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좀 부족해 보이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다.

그래도 실뜨기 놀이를 이야기로 풀어낸 점은 마음에 든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판타지적 요소를 생각해 이상한 할머니를 등장시킨듯 한데, 이 부분은 그리 판타지적이지는 않는다는 생각이다.

아이 또한 보통의 경우라면 책을 읽고 난 후 최소한 한 문장으로라도 그 느낌을 이야기 하는데, 이 책에 대한 느낌은 없었다.

아마도 그리 아이에게 와 닿는 무언가가 없었던 듯 하다.

단지 아이는 이상한 할머니란 제목처럼 그림 속 할머니가 이상하게 생겼다고만 한다.  그 중에서도 머리 모양이 특히 이상하다고 한다.

이 책에서 무얼 찾아야만 할까?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이 두 질문을 계속 던져보며 책을 살펴보지만, 글쎄 아직 내 내공이 부족해서인지 그 두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단지, 실뜨기 놀이가 담긴 책이라는 점...이 점만이 이 책이 가진 유일한 특징이라고나 할까?

하여간, 신선함은 없는 밋밋한 느낌이다.

요즘 너무도 튀는 책이 많아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실뜨기 계절인 겨울에 따뜻한 온돌방 아랫목에 앉아 했던 실뜨기 놀이가 연상이 되긴 하는데, 오히려 이야기가 그런 우리내 옛 추억이 떠오르게 하는 것이었다면 공감도 되면서 빠져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 정겨운 추억을 떠오르게 하기에는 작가의 이야기가 부족해 보인다.

아무래도 정서적으로 유럽과 동양이라는 차이에서 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그리 재미있지도, 튀지도 않는 책이었다.

보리 출판사는 유독 우리 것에 대한 강한 색체를 띠고 있는 출판사다.

외국 출판물에 많이 노출되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것에 대한 배고픔을 채워주는 좋은 우리책을 펴내는 출판사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너무 민족주의적이라는 견해를 보이는 분도 보이기는 하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우리 것을 찾는 모습을 보면 그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좋은 우리 책을 꾸준히 출간하고 있기에 출판사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만나게 된 작품 '냇물에 뭐가 사나 볼래"

이 이야기는 수달이 전해주고 있다.

우리 자연을 담아낸 수려한 그림이 아이들에게 편안히 다가선다.

이 책을 읽기 전 아이와 시골 친정에 가서 '날도래 애벌레'를 함께 보았는데, 마침 산골짜기에 사는 물 속 생물 그림에 있어 많이 반가웠다.

아이에게 '날도래 애벌레'를 알려주면서도 정확한 명칭을 몰라 그냥 눈으로 구경만 시켜주어 안타까웠는데, 마침 책에 나와 있어 많이 반가웠다.

아이의 외삼촌은 올챙이를 잡아놓은 물에 '날도래 애벌레'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얼른 잡아 휙 던져버렸다는 이야기를 아이에게 전해 듣고, 안타까워하는 아이이 마음을 달래주느라 애를 먹었다.

우리 아이의 눈에는 너무도 재미있고, 신기하고, 알고 싶고, 호기심 자극하는 그런 거였는데, 외삼촌의 눈에는 어린 자식이 놀랄 수 있는 것으로 보여 그랬을 수도 있다며 달래주었다.

아이는 자기가 어른이었다면 이유를 이야기 하고 버리는 것을 말렸을 텐데, 자기가 아이라 그러지 못하고 안타깝게 버려지는 모습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엇다고 하였다.

이런 작은 부분 또한 아이에게 자연을 어떻게 접근시켜 주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에게 자연은 사랑 그 자체다.

머물고 싶고, 주고 싶고, 지키고 싶고, 사랑하고 싶은 것이 자연이다.

자연에는 작은 생물부터 큰 생물에 이르기까지 귀천을 따지지 않는다.

그 자체로서 바라본다.

그래서 아이는 도시에서 자라고 있어도 시골아이들처럼 놀다가도 작은 것도 놓치지 않고 머리속에 담아내고, 마음 속에 담아낸다.

그러니 그 상황에서 아이가 입은 마음의 상처는 상상 이상이라고 본다.

이렇게 첫 페이지부터 우린 이야기거리가 많았다.

엄마의 어릴적 이야기도 가미가 되어 본 책의 내용을 보충 설명해 주는 역할을 했다.

이렇게 산골짜기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시냇물을 지나, 깊은 물로, 깊은 물을 지나 여울로 가고, 여울에서 논으로 잠깐 갔다가 못으로 향하고, 못에서 쏘가리방죽으로, 마지막으로 강가 모래밭에서 이야기가 끝이 난다.

부록으로 민물에서 살아요가 있는데, 여러 민물 고기의 학명과 함께 설명을 해 놓아 물고기에 관심이 많은 어린 아이들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해 주는 페이지가 되리라 생각된다.

우리 아이 또한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생물이 물고기였기에 그 때의 기억이 되살아 나며, 그 때 이 책을 접해 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우리 자연을 보여 주고, 노래하고 있는 "냇물에 뭐가 사나 볼래"

진한 추억과 함께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엄마는 추억여행을 아이는 자연 여행을 떠난 그런 즐거운 여행이 되었다.

삼신할미 이야기가 우리 신화라...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서정오 선생님이 들려주는 삼신할미 유래에 얽힌 이야기는 색다름으로 가득했다.

아이가 이 책을 읽고 난 후 먼저 한 말은 "엄마, 정말로 옛날에 삼신할미가 이랬어요? 정말 있었던 이야기예요?"

난감할 수밖에 없는 질문...난 강한 긍정도 부정도 아닌 적절한 긍정의 답을 찾아야 했다.

지금 아이에게 너무 현실적인 말을 해 주는 것도 좋지 않고, 너무 환타지를 심어주는 것도 좋지 않다는 판단하에 적절한 선을 찾아 대답해 주었다.

아이는 계속 궁금해 하는 눈치다.

그런 아이를 모습을 바라보는 나는 흐뭇하다.

아이가 궁금해 하는 만큼 머리속으로 이 생각 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가끔씩 애매한 답으로 아이의 머리를 복잡하게 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너무 민족적인 것을 강하게 아이에게 심어주려 하지는 않지만,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면서부터는 우리 것에 대해 많이 궁금해 했고, 알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고, 이 책도 그런 맥락에서 골랐는데, 아이는 또 다른 우리 것을 찾게되어 만족한 느치이다. 

삼신할미 유래가 신화라는 이름으로 분류가 된다는 사실도 처음알게 되었다.

그 만큼 막히고 단순논리만이 보이는 좁혀진 사고를 이렇게라도 넓힐 수 있어 좋은 시간이 되었다.

재미있는 삼신할미 신화이야기...많이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