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사실 학교에 다니며 국사 과목으로 많이 배웠지만, 지금 내 기억속에 남아 있는 것은 극히 제한적인 것들뿐이다.
남편은 남자라서 그런지, 국사 교과서를 그대로 기억하며 내게 그것도 기억 못하냐며 핀잔을 줄 때가 많다.
그런 핀잔을 듣던 내가 한국사를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아이 때문이다.
아이가 7살이 되면서부터 부쩍 한국역사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삼국유사 삼국사기를 비롯해 우리 문화를 다룬 다양한 책들을 통해서였다.
그렇다 보니 아이가 보는 위치에 역대 왕조 계보도 붙여 주고, 어린이용 삼국유사 삼국사기도 다양한 종류로 볼 수 있도록 책장에 꽂아 주었다.
그런데, 글줄로 된 역사책은 관심을 갖고 보기는 해도 아주 많은 부분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보게 되었고, 만화로 된 책을 주어 대략적 흐름을 익힐 수 있도록 이끌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되었다.
남편이 있으면 쉽게 해결될 아이의 궁금증을 엄마는 한 번에 시원시원하게 대답을 못해주는 일이 자꾸 반복이 되다보니, 아이가 가지고 있는 우리 역사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되는 거였다.
그래서 한국사를 좀 더 많이 알아서 아이의 호기심도 채워주고, 나의 부족한 부분도 채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우선, 한 권으로 한국사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선택의 요인이었다. 또 하나는 간단간단하게 나눠진 구성 때문이었다.
챕터로 구성되어진 부분은 한 번에, 꼭 하룻밤 사이가 아니어도 읽는데 부담을 주지 않았다.
또한, 시대적 흐름을 읽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읽기 쉽다는 이유로 아주 천천히 읽어 나갔다.
화장실에서, 이동중인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그리고 틈나는 시간마다 이 책을 끼고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바로 승자의 입장에서 씌여진 역사적 기록에 대한 재해석을 해 놓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시대가 바뀌면서 역사적 재해석은 많이 시도되는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학생들에게는 아직까지는 역사가 기록한 사실에만 입각해서 가르치고 있다 보니 아무래도 사고의 폭이 좁다는 단점이 있다.
그런 단점을 보완하는 책으로 이 책이 딱 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작가 개인적 의견도 포함이 되어 있다는 점은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할 역사를 한 개인의 의견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사고의 폭을 넓힌 학생들이나 어른이라면 그리 큰 문제로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옛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반감을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역사를 다룬 책을 읽을 때도 다양하게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으로써 대립되는 의견도 읽어보고, 정설이라고 여겨지는 의견도 충실히 숙지한 후에 본인의 사고를 정리해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 책 한권으로 역사를 다 안다고 할 수는 없다.
많은 양을 한 권의 책으로 엮다보니 빠진 역사적 사실이 훨씬 많다.
그러니 다른 책으로 그런 부분들을 채워 줘야 한다.
아이의 질문에 답할 정도의 세세한 정보를 많이 얻지는 못했어도, 나름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 만으로도 만족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바로 대왕 세종을 다룬 부분이다.
세종대왕이 후대에 위대한 인물 중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는 반면, 개인적으로 보면 아주 불행했던 가족사를 알려주고 있어, 잘 잊어버리는 내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부분이었다.
아무래도 요즘 텔레비전 사극에서 대왕 세종을 다루고 있어 더 관심있게 읽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어린 아이들 책에도 역사를 다양한 시각에서 다루고 있다.
그렇다 보니 정설을 기본 틀로 해서 다른 이견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 추세이다.
나 또한 아이에게 정설을 먼저 이야기 해 준 후에, 다른 의견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정도로 아이와 책읽기, 역사 알기를 진행중이다.
이런 내게 이 책이 반가운 조력자가 되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