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그리스로마신화를 열심히 읽고 있다.

비록 글줄 책이 아닌 만화이기는 하지만, 워낙 복잡하고 방대한 내용이기에 일단 만화로 접근을 하면 쉬울 듯 하여 아이에게 슬쩍 권하였는데, 아이가 생각보다 빨리 빠져들었다.

내가 어릴 적 글줄 책의 그리스로마신화가 있기는 했지만, 몇 번을 반복해도 쉽게 이해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내 기억속에는 그 당시 읽었던 내용이 전혀 남아 있지 않다.

한마디로 전혀 이해를 못하고, 글자만 읽어냈던 것이다.  그러니 전혀 기억에 남아 있는 사실이 없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앞으로 책읽기가 더 재미있으려면 그리스로마신화를 몰라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내가 그 필요성을 느꼈기에 이른 나이임을 감안하고서라도 아이에게 권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아이가 그리스로마신화를 읽으며 내게 물어오거나 이야기를 전할 때, 그것에 호응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는 내 자신을 보며, 나 또한 함께 읽고 아이에게 호응을 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다.

함께 만화를 읽으면서도 만화에 익숙치 않아서인지 아이처럼 바로바로 흡수되지 못함을 느꼈다.  그러다 발견하게 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사랑만을 그리고 있지만, 재미있게 읽을 듯 하여 선택했다.

전반적인 내용보다도 이렇게 추려놓은 책이 또 다른 재미를 주기에 이 책을 잡고 신화 속 사랑 이야기에 빠져 들어 보았다.

사랑이란 주제를 놓고 신화 속 사랑을 그리다 보니 지루하지도 않으면서 쉽게 읽히는 장점이 있는 책이었다.

게다가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인물들(신들)간의 사랑이 주축을 이루고 있어 아이와 대화를 나누기에도 적당한 책이었다.

공작의 깃털에 얽힌 사랑 이야기를 읽던 날은 아이가 갑자기 이 이야기를 하기에, 깜짝 놀랐다.  아이가 엄마가 읽는 내용을 꿰뚫어 보는 듯이 그냥 생각이 났다며 하는데, 순간 긴장이 되었다.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는 바로 신화를 바탕으로 한 명화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비록 그림이 작고, 흙백이라 그 느낌이 많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이야기 내용에 맞는 명화를 함께 실어 놓아 그림을 읽는 재미를 알려주고 있었다.

아이와 함께 미술 전시회를 다녀 보면 신화를 바탕으로 한 그림과 조각상을 자주 만나게 된다.

얼마전 있었던 부르델전에서는 많은 작품이 신화의 내용을 다루고 있어 아이가 감상하는데 책을 읽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었다.

아이는 신화와 관련된 작품은 아이가 내게 설명을 해 주기도 했다.

그렇게 아이는 아이의 방식대로 신화를 흡수하고 있었고, 나는 나 대로 신화에 접근해 가고 있다.

이 책은 그에 연장선 상에 있고, 출발시점에 있는 책이다.

내 아이가 좀 더 자라서 이 책을 읽으면 참으로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는 생각이 짙게 깔리는 책이었다.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싶은 책이었고, 틈틈이 다시 읽으며 나 나름의 신화도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

 

 

필독서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 '동강의 아이들'

강원도 영월의 '동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그렸겠구나 하는 제목에서 찾는 막연한 추측으로 책을 펼쳐 들었다.

겉표지에 남자아이가 여동생으로 보이는 어린 여자 아이를 업고 강가를 걸어가는 모습이 왠지 쓸쓸한 느낌과 함께, 아련한 추억을 되새기게 한다.

강원도 평창군에서 나고 중학교까지 다니고 도시 큰 학교로 입시 때문에 유학을 나오기전까지 살았지만, 동강에는 가보지 못했다.

마음만 먹으면 가보고도 남았을 텐데, 워낙 움직임이 없던 나였기에 그저 우리 동네 높은 산너머에 영월이 있고, 그곳에 있는 한 강이거니 했다.

그러던 어느날 영월댐 문제로 세상이 시끌시끌해졌고, 그때 미디어에 비춰지는 동강의 모습을 통해 정말 가보고픈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동강에 대한 아주 짧은 정보를 가지고, 이 책을 대했다.

표지부터 나의 옛 추억, 2살 아래 남동생을 등에 업어 주던 추억과, 일나간 부모님을 대신해 동생 낮잠을 재운 뒤 한 참 떨어진 가게에 가서 과자 한 봉지를 사가지고 오면 동생이 깨어난다.

그러면 난 힘들게 가서 사온 과자 한 봉지를 나눠 먹었다.

동생은 누나가 어린 걸음으로 한참 걸어가서 사왔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좋아라 하며, 좀 더 먹겠다고 욕심을 부리곤 했고, 난 언제나 양보하는 착한 누나였다.

그런 어릴적 내 마음이 고스란히 표지 그림 가득 담긴 듯한 착각을 하며 한 장 한 장 읽어 나갔다.

동강을 배경으로 오빠 동이와 여동생 순이가 장에 가신 엄마를 기다리며 나누는 이야기가 큰 줄기를 이룬다.

강 너머 보이는 바위는 큰 새가 되기도 하고, 아기곰이 되기도 한다.

큰 새처럼 보이는 바위와 아기곰처럼 보이는 바위를 보고 두 아이들은 두 아이만 아는 이야기를 나눈다.

동생 순이가 엄마가 색연필을 사오는지 물으면, 오빠 동이는 엄마가 색연필을 사셨다고 대답해 주는 식이다.

정말 마음 넓은 오빠 동이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놀다 보면 엄마가 생각나고, 그런 여동생 순이는 엄마 마중 가자고 오빠 동이를 조른다.

그러면 오빠 동이는 집에 가서 기다려야 한다며 동생 순이를 설득하고, 울며 떼쓰는 여동생 순이의 모습은 정말 귀여운 우리 아이들의 모습 그대로였다.

우는 동생 순이를 달래주려 물수제비를 보여주는 오빠 동이.

어릴적 정말 물수제비를 많이도 했지만, 이제는 제대로 던져지지도 않는 옛 추억이 되고 말았다.  그런 추억 속의 놀이로 오빠 동이는 우는 동생 순이를 달랜다.

우리 내 어릴적에는 장난감 보다도 우리내 곁에서 늘상 접하게 되는 자연이 놀이터요, 장난감이었다는 사실을 너무도 예쁘게 보여주고 있다.

바위위에 놓여진 병으로 인해, 그 바위가 공룡으로 보여 아이들이 놀라 달아나고, 그런 아이들을 안심시켜주는 노저어 강을 건너는 할아버지.

정말 추억 속의 따뜻한 이웃 모습 그대로였다.

힘들다는 여동생 순이의 말에 자신의 작은 등을 내어 주는 오빠 동이.

그 작은 등이 이 세상 어느 등 보다도 커 보인다.  그 넓은 마음을 헤아릴 길이 없어 보인다.

엄마는 장에 가시고 안계시고, 아빠는 탄광으로 돈을 벌러 간 이 아이들의 모습은 안타까우면서도 맑은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엄마 아빠를 보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지사인데, 조바심 내며 엄마를 찾는 동생 순이를 오빠로써 잘 달래며 놀아주는 모습은 어른 못지 않다.

해님이 다 지기전에 온다고 한 엄마의 말을 되새기며, 애타하는 동생 순이를 달래는 오빠 동이.

오빠 동이는 어쩜 동생 순이보다도 더 조바심이 낫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오빠라는 이유로 그 마음을 동생에게 들킬까봐 깊이 깊이 숨겼을 것이다.

동생이 불안해 할까봐.

그리고, 엄마는 약속한 그 시간에 돌아오셨다.

아이들이 그토록 소원하는 동이 운동화와 순이 색연필을 사 가지고.

정말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다.

지금 자라고 있는 내 아이가 경험해보지 못한 이런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책으로라도 들려줄 수 있어 좋았다.

배경이 동강일 뿐, 우리 내 어릴적 한번 쯤 있었던 이야기가 아름답고 따뜻하게 잘 녹아있는 책이다.

필독서로 꼽히는 이유 있는 책이다.

아이가 도서관에서 찾아낸 책이다.

학교 도서관에서 있는 시리즈 중 제일 첫번째 책을 빌려왔다.

이와 비슷한 류의 책을 몇 권 접해보긴 했어도, 이 책은 또 다른 특징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우선,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는 특징이 있다.

옛 그림 속에 담긴, 창포나 옥잠화 등에 얽힌 옛 이야기가 담겨 있어, 그림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아이는 책 속에 책을 읽는 듯한 색다름을 아주 많이 경험할 수 있었다.

또 하나의 특징은 많은 인물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홍도, 정선, 신사임당 등이 그린 그림을 부분부분 볼 수 있어, 누구 그림의 일부인지를 알아맞추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무래도 나비와 같은 곤충을 테마로 하고 있는 책이다 보니 초충도를 즐겨 그린 신사임당의 그림이 단연 많았다.

아이가 가지고 있는 책 중에 신사임당과 정선의 그림을 주로 다룬 책이 있는데, 그 책에 실려 있는 작품과 이 책에 실린 작품을 찾아 보는 재미가 있었다.

게다가 책 속 그림들이 여러 작품의 일부분을 가지고 모아서 구성해 놓기도 하고 부분만 따로 떼어 내어 구성해 놓기도 해서 아이와 어느 그림의 일 부분인지를 찾아보는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림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게 되고, 어떻게 그림을 감상해햐 하는지도 알려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런 부분들이 모여 훗날 그림을 읽는 남다른 감각으로 표출되겠다 싶었다. 

재미있고, 다양한 구성이 빛나는 책으로, 미술에 문외한인 분들이 아이와 그림을 어떻게 감상해햐 하는지에 대한 정답을 제시해 주는 책이라 생각된다.

박물관이나 전시회에 아이를 많이 데리고 가긴 하지만, 설명이나 대화를 하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였는데, 그런 부분을 이 책 시리즈가 채워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만간 아이와 이 책 시리즈를 모두 구매해 함께 시간을 두고 다시 한 번 천천히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