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에서 화사대결이 정조 즉 임금의 명에 의한 것이었다면, 2권에서의 화사 대결은 훨씬 박진감 넘치면서 작가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삼국지의 적벽대전이 생각날 정도로.
어찌, 적벽대전과 견주겠냐고 할 사람이 많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같은 떨림이었다.
뒷 이야기를 상상 가능하도록 복선을 1권에 많이 깔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난 그것들을 모두 놓쳤음을 알았다. 그런 것을 작가는 김홍도를 통해 풀어나가면서 흩어진 퍼즐 조각을 하나하나 맞춘다. 그리고, 그 완성된 퍼즐 속에 있는 인물이 바로 신윤복이었다. 남장여자로 그려진 신윤복. 이 또한 반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마지막 여인의 초상화...신윤복의 자화상으로 작품은 감동과 아쉬운 여운을 남기며 애틋한 두 인물과의 이별을 고하고 있었다.
김홍도와 신윤복...사실 이 두 인물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은 매우 적었다.
2년 전 읽었던 인물이야기 중 김홍도가 있었고, 그 책에서는 내게 정설은 아니지만 일본의 사라쿠라는 전설적 화가가 김홍도일지 모른다는 정보를 주었다. 그런 설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안 순간 김홍도라는 화가가 단순히 풍속화에만 능했던 인물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물론, 아직 밝혀진 바는 없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다시 생각난 이유는 바로 책 마지막 장인 에필로그 때문이다.
에필로그는 김홍도의 나레이션으로 떠난 신윤복에 대한 풍문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글 속에 사라쿠가 나온다. 소설이지만, 작가의 방대한 자료수집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 중 하나였다.
역사의 베일에 가려진 두 인물.
비록 소설이지만, 두 천재 화가에 대한 해석과 그들이 남긴 그림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낸 작가의 상상력과 구성력이 빛나는 작품이었다.
그림에 대해 문외한인 나로서는 그림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배웠고, 그림을 해석하는 다시 말하면 그 그림이 말하려 하는 것을 찾아가는 재미를 알려주었다. 두 화가가 차지하는 문화역사적 가치는 학교에서 배워 어설프게나마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내가 얼마나 그 시대적 감각이 떨어져 있었는지를 깨우쳐주기도 했다.
소설 그 중에서도 한국소설은 잘 읽지 않는데, 서가에 꽂힌 책이 내게 손짓을 했고, 그 순간부터 내 주위에서 바람의 화원이 끊임없이 내 눈에 띄었다.
몇 번의 주저함 끝에 읽기 시작했는데, 손에서 책을 놓고 싶지 않을 정도로 몰입이 되었다.
소설에 이토록 빠져보기는 근 3년만의 일인 듯 하다.
어려서부터 책 한 권을 읽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 느낌을 노트에 정리했었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읽었고, 작가는 누구이고, 출판사는 어디인지...그리고 그 책을 읽으며 내가 느낀 점은 무엇인지...
지금 생각해 보아도 난 줄거리를 간추려 쓰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내게 가장 부족한 점이 줄거리를 요약하는 점이 된 것 같다.
그리고, 지금까지 책 한 권을 덮으면 자연스럽게 내가 느낀 그대로를 글로 남긴다.
이 글 또한 두서없이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읽고 난 후의 내 개인적 느낌이 주를 이루는 리뷰이다.
작품에 대한 강한 몰입과 강렬한 떨림을 선사하는 작품에 많은 사람이 빠져들었고,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빠져들거라 생각한다.
몇 년 후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고 함께 토론을 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은 꿈이 생겼다.
서로의 느낌과 그림에 대한 해석, 두 인물에 대한 사실과 허구...
정말 많은 이야기로 밤새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이런 상상을 하는 것 만으로도 배가 부르고, 즐겁기만 하다.
한 작품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잊고 지냈던 소설 속 흥분을 경험하게 했다.
이 책이 오래도록 내 기억속에서 그리고 내 서가에 꽂혀있다는 것 만으로도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