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와 매일 아침 등교 시간에 쫒기며 살고 있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도 등원 시간을 지키지 못했었다. 그래서 3년 동안 아이에게 붙어다닌 꼬리표가 지각대장이었다. 7살 담임선생님은 학교 가서도 지각한다며 큰 걱정이라고 아이에게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아이의 지각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다. 사실, 문제는 아이에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엄마인 내게 더 큰 책임이 있었다.
사실, 난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 아이에게까지 시간에 쫓기며 지내는 삶부터 가르치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아침잠이 많은 것도 큰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래도 적어도 유치원 시절 만큼은 아이가 시간에서는 자유로왔으면 했다.
지각을 하더라도 되도록이면 결석은 하지 말자가 내 주의였다. 그리고, 아이가 아무리 늦장을 부려도 크게 다그치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주위에서 말을 많이 듣다보니 어느 순간 나도 아이를 다그치고 있었고, 시간과 씨름하며 늘 힘들어하는 아이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었다.
그렇게 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다. 학교에 입학해서도 아이에는 지각대장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그렇다고 완전 지각이 아닌 아침 10분독서 시간에 늦는 정도였다. 그래도 아이는 다정하신 선생님덕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시간을 지키려 애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재치 만점의 담임선생님은 아이에게 어린이날 선물로 일찍일어나는 약과 글씨 잘 쓰는 약을 직접 조제해 주실 정도였으니, 아이가 어떠했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그랬던 아이에게, 그리고 지금도 아침잠과 싸우는 아이에게 시간이 갖는 큰 의미를 알려주고자 이 책을 선택했다. 그런데, 내가 가졌던 생각과는 정반대의 책이어서 아이가 어떻게 생각할까가 가장 큰 고민이 되었다.
엄마로서, 이 책을 읽은 소감은 한마디로 가슴 아팠다.
자라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시간에 쫒기는 삶을 살고 있기에 더욱 가슴 아팠고, 그런 삶 속으로 너무도 일찍부터 내몰리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아타까웠다. 이 책은 그런 지금의 현실을 빗대어 놓은 책이라 생각된다.
작가는 이야기 한다. 옛날보다 훨씬 더 가난해진 것 같다고.
작가는 어른들의 빨리빨리 주의와 크고 많은 것에 대한 욕구에 대해 이야기 한다. 옛날보다 훨씬 좋고 넓은 집에 살고 있고, 각 종 가전제품을 갖추고 편리시설을 충분히 이용하며 살고 있지만, 그 어느 곳에도 여유를 찾아 볼 수 없음을 한탄하고 있다.
그리고, 어린이들을 위해 쓴 이 책을 통해 이것이, 이 삶이 과연 여유롭고 풍유로운 행복한 삶인가를 묻고 있다.
자원개발을 위해 내몰린 아이들, 시간의 통제를 받는 아이들, 그리고 으뜸 자원사냥꾼이 되려는 여러 자원사냥꾼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 오로지 또한 초단위까지 꽉 짜여진 스케줄을 쫓아 다니며 한 순간도 자기 자신을 위해 시간을 할애하지 못한다. 마지막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겨우 약간의 시간을 쪼갠 것이 오로지가 이 책에서 유일하게 본인을 위해 사용한 시간이다. 하지만, 머리속에 박힌 통제 칩으로 인해 감정의 통제를 받는 오로지는 어머니가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어머니를 떠나보내는 자리를 함께 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는다.
과연 이런 삶이 행복할까?
비단, 작품 속 이야기만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오로지와 같은 삶을 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점점 고갈되어 가는 천연자원으로 인해 우리는 지금부터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단순히 에너지 원이 되고 있는 지하 광물 자원 뿐만 아니라 우리의 식생활에 영향을 주는 곡물자원까지도 그렇다.
인간들의 마구잡이식 개발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그것을 임정자 작가님은 아이들에게 아이들 방식으로 알려주고 있다.
옛날처럼 땅을 밟으며 자유롭게 들과 산에서 뛰놀수 없는 아이들.
이 아이들의 머리와 가슴에 과연 어떤 정서가 자리잡을까를 고민한 흔적이 역력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그리고 시간을 스스로 통제하며 살지, 아니면 시간의 통제를 받으며 살지를 묻는 생각하는 책이라 생각한다.
단순하고 흥미 위주의 책이 범람하는 현실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작품을 만나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