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이야기 책에서 비슷한 내용을 접해 보았지만, 같은 글도 권정생 선생님을 만나 더 감동적이었습니다.

겉표지에는 점자로 함께 제목과 지은이등이 표시가 되어 있어, 아이와 함께 점자도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답니다.

특히, 아이가 점자를 찾아 읽으며 더욱 재미있어 했고, 장애가 없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도 가지게 되었고, 또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어려움도 느낄 수 있었답니다.

유독 요근래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을 다양하게 만나게 되었습니다.

유아를 위한 '꼬부랑 할머니', 초등생들을 위한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 그리고 그 전에 만나 본 '강아지똥'.  그 외에도 몇 권의 책이 더 있는 듯 한데,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네요.

지난 번 아이에게 지은이와 그린이도 꼼꼼히 살펴보라고 했더니, 이번에는 이 책의 지은이와 그린이를 살펴보더군요.

특히, 그린이가 '강아지똥', '훨훨 난다'의 그림도 그렸다는 사실을 알고는 제게 신이나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귀엽기만 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바로 앞못보는 손아저씨와 걷지 못하는 길아저씨가 주인공입니다.

두 아저씨는 부모님이 살아계시는 동안, 부모님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았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두 아저씨는 어려움을 겪습니다.

앞을 못보지만 걸을 수 있는 손아저씨는 동냥으로 그럭저럭 보내지만, 밖을 나갈 수 없는 길아저씨는 집안에만 움크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어느날 동냥을 하던 손아저씨가 길아저씨 이야기를 듣고, 길아저씨를 찾아가면서 두 사람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함께 행복하게 살아나갑니다.

나중에는 결혼도 하여 서로 이웃해 살며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는 이야기로 우리에게 행복한 함박웃음을 주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가끔 우리는 아주 작은 행복을 잊고 살아갑니다.

그런 것 중 하나가 바로 내 몸이 건강하다는 사실이라 생각합니다.

아기가 태어날 때, 손가락 열 개, 발가락 열개, 눈 두개, 코 하나, 입 하나 겉으로 들어난 인간의 기본적인 형태를 보며 마냥 뿌듯해 합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 와 준 것 만으로도 행복을 느끼고, 감사합니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그 작은 기쁨을 잊게 됩니다.

이 글은 그런 작은 행복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옆에서 이 글을 읽고 있던 아이가 '엄마도 잊었냐며, 눈물을 보이네요.' 

이 책을 읽으며 아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어 많이 기쁩니다.

작지만 큰 행복을 이 책을 통해 느껴보세요.

어릴적 부르던 노래.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갯길을 꼬부랑 꼬부랑 걸어가고 있네.

꼬부랑 꼬부랑 꼬부랑 꼬부랑 꼬부랑 열 두고개 고개를 고개를 넘어간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꼬부랑 할머니 노랫말이다.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이라 아이의 나이에 상관없이 골라잡은 책이다.

좋아하는 작가가 있으면 그 작가의 작품은 모두 읽어버리는 취향을 가진 나로서 당연한 행동이었고, 아직 엄마의 독서 취향을 모르는 아이는 왜 엄마가 유아책을 골랐을까 시시하다는 듯 이 책을 읽었다.

그래도 나름의 유머가 담겨 있고 우리네 모습이 담겨 있어 그런지 웃으며 읽었다.

한 쪽에 한 줄의 짧은 문장이 전부인 책.

그림이 한 가득인 책.

유아들이 읽기에 딱 맞는 책이다.

하지만, 글자 수로 작품을 말할 수 없기에, 아이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해 하며 이 책을 건네주었다.

아이는 제목처럼 모든 것이 꼬부랑 꼬부랑이었다고 하네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꼬부랑.

아이의 기억속에 꼬부랑이라는 말의 의미 하나는 확실히 자리잡은 듯 보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본 것 같아 아쉽기도 합니다.

외국의 창작 작품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정서를 담은 유머가 있는 우리 책을 만나 좋았다.

아이에게 권정생선생님의 또 다른 작품을 아는지 물으니, 금방 읽은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를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 작품보다 더 유명한 책이 있다고 하자,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래서 책 속 작가 소개란을 보여주며 읽어보라 했더니, 그제서야 '강아지똥'을 외치는 아이.

아이에게 작가 소개 페이지도 이제는 읽어보라고 한 마디 던졌다.

권정생 선생님의 '강아지똥'처럼 이 책도 우리 아이들에게 오래 기억되는 책이었으면 한다.

 

작가 권정생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좋은 작품을 많이 남기셨습니다.

이 책의 그림을 그린 이담님도 어두운 톤의 그림으로 이담이란 작가를 한번에 각인시켜줍니다.  이담님이 그린 여러 작품을 접해 보았지만, 어둡다라는 표면상으로 느껴지는 이미지보다는 글과 그림의 조화됨과 그 속에 담긴 우리네 정서를 느낄 수 있어 매우 좋아하는 작가님 중 한 분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너무도 잘 아는 두 분이 만나 한 작품을 엮어냈습니다.

바로 6.25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죽은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 그것이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였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처음에 죽은 이들의 대화를 담아냈다는 점이 아이들 책에서 찾아보기 힘든 부분 중 하나였고, 전쟁의 아픔을 담고 있다는 점, 또한 요즘 아이들에게서 잊혀진 한국전쟁의 처참함을 그리고 있다는 점, 그리고 해님 달님 이야기 속에 빗대어 놓은 우리 민족의 어리석은 판단에 대한 가엾은 결말을 보여줌으로써,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이 책을 골랐을 때, 이담이라는 작가의 그림을 몇 번 접해보았기에 그러하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아이에게 죽은 이들의 대화인데, 알았냐고 물었더니 그런 것 같아서 좀 의아했다고 하였습니다.

아이가 먼저 이 책을 읽고 제게 건네주며 뒷표지에 쓰여진 글을 읽어주며 실제로 있었던 일을 담은 작품이라고 하더군요.

장소는 강원도 원주의 치악산...아버지의 고향이기도 한 원주의 치악산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란 것을 아이에게 일깨워주며, 아이의 느낌과 저의 느낌의 서로 나누었습니다.

전쟁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 모르는 아이는 마음으로 전해오는 슬픔과 고통을 느끼면서도 그 깊이까지는 아직 얕아보였습니다.

저 또한 전쟁을 직접적으로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어릴적 반공교육으로 인해 전쟁에 대한 것을 알고 있기에 아이에게 제 느낌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요즘 초등학교 1학년에서는 6.25 한국전쟁에 대해 크게 이야기 하지 않는 것 같더군요.

초등1학년인 아이에게 6월 25일 아침, 오늘은 무슨 날이다라고 알려주었는데,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학교에서 선생님이 알려주시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전혀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세월의 변화가 이리 큰 것을....

그렇기에 권정생선생님이 아이들에게서 잊혀진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글을 남기시지 않았나 생각되었습니다.

전쟁은 정말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분단과 함께 휴전이라는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휴전...말그대로 종전이 아닌 휴전입니다.

전쟁의 비참함과 고통...그런 아픔에 대해 자라나는 아이들도 어느정도는 알아야 다시는 그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리라 생각합니다.

색다른 주제로 색다르게 씌여진 작품을 보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평화발자국의 첫 발을 내딛게 하는 작품으로서 꼭 한 번 읽어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