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스킨하면 철학자로 알고 있다.  그런 그가 어린이를 위한 그림동화를 썼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주 신선한 충격이었다.

과연 어떤 이야기일까 하며 책이 도착하길 기다렸다.

책이 도착하고 많은 궁금증을 갖고 표지부터 천천히 살펴보았다.

그런데, 글과 그림의 배치 순서가 맞지 않아 혼란스러웠다.  무슨 이야기냐면, 다음장에 나오는 내용의 그림이 앞선 장에 나온다거나하여 그림에 초점을 맞춰 보는 어린 아이들은 혼돈을 일으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위주로 보는 어른은 그림을 유심히 보지 않다보니 그냥 지나치겠지만, 세심한 아이들은 그림의 순서를 두고 의아해 할 듯 하다.

글과 그림의 구성에 의아함을 가졌지만, 글은 천천히 진행되다가 마지막으로 갈수록 박자가 빨라지는 구성을 보이고 있다.

황금강의 왕이란 제목과 맞지 않게 언제쯤 황금강의 왕이 등장할까 하는 조바심이 나다가 황금강의 왕이 나타났을 때는 생각과 다른 등장에 깜짝 놀란다.  그리고 순쉽간에 다시 사라진다.

이런 그림을 그리며 제목을 쫓아 읽었다면, 줄거리를 쫓아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황금강이라 불리는 폭포가 있고, 기름진 계곡에는 삼형제가 살고 있었다.  욕심많은 두형과 달리 막내 글룩은 착한 청년이었다.  두형이 집을 비운 어느날 글룩이 혼자 남은 집에 손님이 찾아온다.  이상하게 생긴 손님은 흠뻑 비에 젖어 있었다.  안으로 들여보내 달라고 애원하는 손님을 뿌리치지 못한 글룩은 손님이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허락한다.

그런 후, 욕심많은 두 형이 집에 돌아와, 손님을 집안에 들인 글룩을 방망이로 때리려던 형을 뿔모자로 구한 손님은 형들에게 불쌍한 노인이니 잠깐 쉬어가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하지만, 두 형들은 노인의 간청을 들어주지 않는다.  노인은 다시 찾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집을 나간다.

두 형에게 다시 찾아 온 노인은 방을 물에 잠기게 한 후 ’남서풍 다녀감’이란 쪽지를 남기고 사라진다.

이 후 기름진 땅은 사라지고, 부정한 방법으로 모았던 많은 돈을 다 써버린 형제는 도시 금세공사로 나서지만, 번돈을 모두 술집에서 써버린다.

그러다 마침내 동생 글룩이 아끼는 잔을 도가니 속에 던져버린다.  글룩은 석양을 보며 황금강이 정말 금이었으면 한다.  그 순간 소리가 난다.  그 소리는 바로 황금강의 왕이었다.

황금강의 왕은 글룩에게 힘센 왕의 마법에 걸려 글룩의 잔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글룩이 그의 마법을 풀어주었다고 하며, 고마움의 표현으로 산에 올라 황금강이 시작되는 곳에 성수 세 방울을 떨어뜨리면 오직 그 사람만을 위해 강은 황금으로 변할 것이라 한다.  하지만, 처음에 성수 세방울을 떨어뜨리지 못하면 두 번째도 성공할 수 없다고 한다.  또한 성스럽지 않은 물을 뿌리면 강물이 그 사람을 덮쳐 검은 바위로 변하게 될 것이라 한다.

그리고 황금강의 왕은 사라진다.

글룩은 형들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한다.

욕심만은 형들은 산에 오르지만 시험에 통과를 못하고 모두 검은 바위로 변한다. 

이 후의 이야기는 모두의 생각대로...

러스킨의 그림동화를 만났다는 것 만으로도 흥분되었다.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빈틈없는 이야기 구조가 돋보이는 그림동화였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었지만, 아직도 주저하지 않고 유아용책을 권하고 보여주고, 읽어준다.

아이에게 책의 흥미를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항상 즐기는 독서를 할 수 있도록 하게끔 하기 위해서다.

이 책은 그런 맥락에서 보면 딱 맞는 책이다.

4-7세 아이들이 날씨에 호기심을 가질 때, 읽어주기에 적당한 그런 책이다.  날씨라는 개념을 아이에게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물의 순환을 설명하며 비오는 날씨, 온도와의 관계도 접목해서 눈오는 날씨, 그리고 맑은 날씨, 습도가 높은 날씨 등등 정말 아이들에게 설명해 줘야 하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막상 아이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기에는 그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간접적으로 쉽고 재미있게 접근한 후에 원리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그런면에서 날씨를 궁금해 하는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도입부 부분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동물과 날씰을 연관시켜 이야기함으로써, 아이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어려운 원리 과학이 아니라 그냥 이야기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들이 좋아하는 여러 동물이 등장함으로써 각 동물이 가지고 있는 특징도 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그림책이 가지고 있는 일러스트의 다양함도 빼놓을 수 없다.

꼴라쥬기법의 일러스트를 선보이고 있는 이 책은 아이들에게 다양한 미술 기법을 경험하게 해 주고, 글자보다 그림을 유심히 관찰하는 유아에게 각 동물이 가진 특징을 잘 살려 표현한 기법을 익힘으로써 그것을 말로 옮기는 힘이 생기게 된다.

실사의 자연관찰류 책을 잘 보지 않은 여자 아이들의 경우, 이런 류의 책은 그림책으로 받아들이다보니, 오히려 자연스럽게 자연과 동물들에 대해 정보를 얻게 되고 자연에 한발짝 다가서게 된다.

뒤늦게 만나 그림책이었지만, 아이도 나도 즐거움을 함께 공유했다.

 

도서관이 키운 아이.

제목만 보고 우리 아이도 도서관이 키워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이가 이 책을 읽고 더욱 더 도서관에 정을 붙이길 바랐다.

지금 아이는 나와 함께 도서관도 다니고, 학교 도서실도 이용하고, 마을문고도 이용하고 있다. 

단지, 많은 책을 읽기 위해서가 아니라 각기 다른 느낌의 공간에서 독서하는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다.  아이 또한 각 각의 장소가 가지고 있는 장단점을 잘 알고 있다.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곳과 방해를 받는 곳, 그러면서도 책에 몰입할 수 있는 곳.  또한, 다양한 종류의 책과 만남도 빼놓을 수 없다.  아주 오래된 책도 만날 수 있는 곳, 신간을 가장 빨리 만날 수 있는 곳, 다양한 전집을 만날 수 있는 곳 등 각기 장소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있다.

'도서관이 키운 아이'는 마을문고 서가에서 발견했다.  아이가 아닌 내가 찾아낸 책.  이런 경우 아이에게 표지와 책 제목을 보여주고 아이의 의향을 묻는다.  아이가 'OK'사인을 보내면 그 책을 빌려 본다.  그렇게 우리 곁으로 찾아온 책이다.

'도서관이 키운 아이'에는 3분의 친절하고 훌륭한 사서 선생님이 나온다.  아주 적극적인 3분의 선생님 베티, 리올라, 마즈.  이 3분의 선생님은 멜빈에게 도서관을 재미있는 장소로 인식시켜준다.  자료도 함께 찾고, 멜빈이 궁금해 하는 곤충의 이름을 찾아 목록도 만들고, 인터넷을 이용해 정보 및 자료 검색도 하고.

도서관을 어떻게 이용하는지에 대해 아주 재미있게 그려 놓았다.

사실, 아이들이 도서관을 많이 이용하고는 있지만, 대부분 책을 빌리는 장소로만 활용하는 경우가 제일 많은 것 같다.  아이와 함께 도선관을 가 보면 초등학생 대부분은 학습만화를 읽고 있다.  글 줄 책을 읽고, 자료를 찾고 하기 보다는 집에서 읽지 못하는 학습만화를 도서관에서 읽는 것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나와 내 아이가 도서관을 아주 모범적으로 이용하는 부류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조금 즐기려 할 뿐이다.

어린이 열람실 사서 선생님과 이 책에 등장하는 사서 선생님을 본다면 책 속 사서선생님이 아주 많이 적극적이다.  이런 부분도 우리 사서선생님도 배울 점이라 여겨진다.  물론, 현실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하여간, 주인공 멜빈은 계속 자라면서 그 수준에 맞게 사서선생님들이 도서관 책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이끈다.  그 덕분에 아주 모범적으로 자란 멜빈은 훌륭히 대학을 졸업한다.  그의 졸업식장에는 도서관에서 그를 키운 3분의 사서선생님이 함께 한다.

세월이 흐른 만큼 사서선생님들도 나이가 들어 얼굴에 주름이 지고, 머리가 희끗희끗해졌다.  모습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3분의 사서선생님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더불어 도서관이 키운 멜빈도 함께 도서관을 지키는 사서선생님이 되어 함께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도서관 사서란 직업, 그 중에서도 어린이도서관 사서의 역할을 잘 보여주는 책이었고, 도서관에서 단순히 책을 읽고 빌리는 장소만으로 국한되는 것이 아닌, 아주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장소란 점을 부각시켜 놓은 것이 아이들이 배울 점으로 보여졌다.

독서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어린이 도서관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이다.  아주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도서관을 즐기는 장소'라는 이미지는 아직도 많이 약해 보인다.  이용하면 할수록 무궁무진한 장소인 도서관.  자라나는 아이들이 이 책의 주인공 멜빈처럼 도서관을 즐기며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