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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학교에 간 날!

그리고 처음 시험을 본 날!

정말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날들이다.

또, 처음 맞은 시험 점수 역시 잊을 수 없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잊을 수 없는 것은 시험 점수가 가장 안 좋았을 때 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초등 1학년 때 가장 못 본 받아쓰기 시험 점수를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버지께 공부와 관련해서 야단을 맞은 날이 바로 그 날이었다.

그 날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받아쓰기 시험을 보았고, 처음으로 어려운 받침글자 받아쓰기 시험을 본 날이었다. 그날 10문제 중 제일 잘 한 친구가 70점이었으니 얼마나 시험 점수가 낮은 지 알만 한 상황이었다. 이 친구를 제외하고 나머지 친구들은 모두 50점 미만이었다. 나 역시도 40점을 받았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문제 '핥다', '끓이다', '끊다'처럼 어려움 받침 문제만 골라 선생님이 문제를 내셨다. 그날 반 아이들이 선생님 말씀을 너무 듣지 않고 떠들다 보니 야단을 치실 목적으로 갑작스런 받아쓰기 시험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40점을 받았다는 것에 있지 않았다.

난, 그날 처음으로 컷닝이라 것을 했다. 그것이 나쁜 행동이란 것을 아련서도 낮은 점수를 받기 싫었기 때문이다. 아마 내가 컷닝을 하지 않았다면 그 점수조차 받기 힘들었을 것이다. 마침 70점 받은 친구가 내 뒷자리였으니 그 점수라도 나왔지 그렇지 않았다면 정말 생각하기도 싫은 점수를 받았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처럼.

그 날 내 스스로에게 많은 실망을 했고, 부끄러웠다. 컷닝을 하는 순간 가슴 조마조마했던 그 순간도 잊을 수 없다.

점수가 매겨진 시험지를 받아들었지만, 부모님께 어떻게 이야기하나 걱정이었다.

바로 이 책의 주인공과 같은 심정이었다.

그리고, 그 날 처음으로 나머지 공부라는 것을 했다.

바로 위 언니가 같은 학교 3학년에 다니고 있었다. 당시 담임선생님은 언니가 초등1학년 때도 가르치신 분이셨다. 그렇기에 언니에 대해서 너무도 잘 알고 계셨고, 언니가 공부를 잘 한다고 칭찬도 많이 하셨다. 그런데, 그런 언니에 비해 나는 늘 뒤처지는 아이였다.

언니보다 못하다는 이유로 선생님께 비교도 당하고, 그럴수록 난 더 주죽이 들어 갔다.

그런데, 문제는 그 날도 담임선생님은 언니에게 내 받아쓰기 점수를 이야기해 주며, 동생 공부 좀 봐주라고 하셨다고 한다.

나머지 공부하느라 늦게 집에 도착한 나는 화가 나셔서 기다리고 있던 아버지와 마주앉았다. 아버지는 회초리를 들고 받아쓰기 시험지부터 꺼내놓으라고 하셨다.

난 40점을 받긴 했지만 그렇게 심하게 야단치시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 날 아버지는 처음으로 내게 공부하라고 말씀하셨고, 언성을 높이셨다.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았던 것 같은데 이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아마도 잊고 싶은 기억이라 그런 것 같다.

그래도 이 책의 주인공은 행복한 아이다. 훌륭하고 인자하신 어머니를 두어서 말이다. 빵점 맞은 시험지를 가지고도 심한 야단을 맞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주인공의 심리는 충분히 알 것 같다. 그의 어머니의 마음도 어떠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간다. 그 때의 어린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지금 한 아이의 엄마로서 그러한 것처럼 말이다.

8살 딸에게 이 책을 아주 신나게 읽어 주었다.

때론 느리게, 때론 빠르게, 때론 작은 목소리로, 때론 큰 목소리로...

정말 실감나게 읽어 주었다.

아이도 아주 재미있게 이 이야기를 들었다.

아직 빵점이란 점수는 받아보지 않았지만, 그 점수가 갖는 의미를 알기에 주인공의 불안하고 두려운 심리를 십분 이해하는 듯 했다.

깔깔 거리며 웃기도 하고 가슴 졸이기도 하면서 말이다.

이와 다른 경우이긴 하지만 숨쉬기 힘들 정도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묘사된 상황을 알 것 같다고도 했다.

아이 또한 빵점은 아니지만, 1학기 수학 단원평가에서 70점을 받아 온 적이 있었다.

그래도 가장 어려운 서술형 문제를 맞췄길래 아주 칭찬을 많이 해 주었었다. 이 책의 어머니처럼 너그럽게. 하지만, 아이 아빠는 그 점수가 충격이었는지 그 날 아이를 나무랐다.

한 학기가 지날 무렵 그 날의 시험 성적을 알게 되었다.

같은 반 엄마들을 통해 그 날 시험이 예정에도 없었고, 갑작스럽게 치르다 보니 아이들 성적이 학년 전체에서 최악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또한 50점 이하 성적표를 받은 친구들은 선생님께서 시험지를 복사를 해서 아이들에게 집에 가서 부모님과 함께 다시 공부를 해 오라고 하셨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니 아빠에게 야단을 맞은 아이가 많이 안쓰러웠다.

충분히 잘 본 시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야단을 맞았으니, 아이는 얼마나 억울했을까. 또한, 야단치는 아빠가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래서 아이는 더욱 이 책의 내용이 자기 이야기인양 가슴으로 와 닿았을 것이다.

그 날 이후 남편은 아이가 받아오는 시험점수를 가지고는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는다.

빵점!

누구도 이 점수만은 아니기를 바란다.

부모가 됐든 자식이 됐든 모두 같은 마음이다.

주인공의 어머니처럼 너그러운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 또한 아이가 받아오는 시험 점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한 것이 현실이고 사실이다.

하지만, 주인공 엄마처럼 아이에게 희망을 주려 노력한다. 속에서 끓고 있는 피를 가까스로 삭히며, 웃는 얼굴로 아이에게 웃으며 반겨주고 "그럴 수도 있지 뭐."하며 아이의 마음을 위로한다.

흔들리는 마음을 다시 이 책을 통해 다잡아본다.

아이 또한 큰 용기를 얻었으리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심리를 그대로 그려 놓은 책으로 심플한 그림에 심리묘사가 잘 되어 있어 더 돋보이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