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처음에 읽었을 때는 리뷰를 선뜻 쓰지 못했다.
어떤 특별한 느낌, 인상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이 책을 펼쳐 들었다.

그런데, 읽는 내내 권정생 선생님의 『강아지똥』이 떠올랐다.
일본판 『강아지똥』이 바로 『감자공주 아리알의 꿈』인 것 같다.
하지만 두 작품의 닮은 점을 찾아내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은 듯 했다.
『강아지똥』에는 유머가 없는반면, 『감자공주 아리알의 꿈』에는 유머와 재치가 전면에 드러나 있다.
깊이로 다가가면 그때서야 『강아지똥』이 보인다.
그러니 생각없이 처음 읽었을 때는 서로 다른 작품으로만 보였던 것이다.

그림책의 맛이 이런 것 같다.
닮은 구석이 없어 보이는데 다시 읽다보면 깊이로 접근가능하고, 그 깊이에 도달했을 때의 희열...그 맛에 그림책을 읽는다.

그럼 『감자공주 아리알의 꿈』과 『강아지 똥』을 비교해 보자.
감자공주 아리알은 최고의 요리가 되고 싶은 꿈을 꾼다. 반면 강아지 똥은 쓸모없는 똥이란 이야기에 실망하고 좌절한다.
감자공주 아리알도 최고의 요리가 되길 꿈꾸다 그만 싹이 돋고 꿈은 한순간에 좌절된다.
감자공주 아리알은 농부아저씨를 다시 만나 엄마가 되는 최고의 기쁨을 알게 되었다며, 감사의 편지글로 이야기를 마무리 한다.
강아지똥은 온몸을 녹여 민들레꽃을 피우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 한다.

두 작품의 닮은 점은 바로 여기 마무리에 있다.
두 작품 모두 희생으로 새로운 탄생을 그려낸다.
감자 공주 아리알은 본인의 희생으로 다른 감자를 길러낸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씨감자는 모든 양분을 쏟아내어 싹을 틔우고 감자를 키운다. 본래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그림책 속에는 감자 공주 아리알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아마도 작가는 아이들에게 좋은 것만 보여주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도록 하고픈 마음이 강했던 것 같다. 
이와 달리 『강아지 똥 』은 자신을 모두 녹여 흔적도 없이 사라지며 예쁜 민들레꽃을 피우는 것으로 그려낸다.
아이들은 『강아지 똥 』을 읽으며 전혀 유쾌하지 않다. 오히려 가슴을 울리는 진한 감동을 느낀다.
하지만, 『감자공주 아리알의 꿈』은 유쾌하다.  감자공주 아리알의 희생은 전혀 슬프지 않다. 아이들은 유쾌한 웃음과 더불어 감동을 받고 책을 덮는다.
두 작품은 발표 시기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아마도 시대적 영향이 두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다.
『강아지 똥』은 1960년대의 시대상이 암울한 톤으로 그려지며 희생의 꽃인 새로운 탄생을 그려냈다면, 『감자공주 아리알의 꿈』은 2000년대의 통통튀는 신세대적 감각과 더불어 유쾌한 희생을 그려낸다. 전혀 희생이란 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다.

이 책을 읽은 10살 딸아이는 어느 한 곳도 허투루하지않은 작가의 꼼꼼함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책의 간지부터 시작해 마지막 장까지 어느 한 곳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게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같은 작가의 작품을 이미 읽어보았기에 이 책도 주저없이 선택하였지만, 이 작품에서 내가 보았던 부분을 아이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듯 하다. 하지만, 언젠가 아이도 엄마의 눈에 들어온 모습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아이를 놀라게 하고 이 작품을 다시 들여다 보게 한 작가 야나가와 시게루에 대한 프로필을 다시금 읽어보았다.
유명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가이자 동화작가, 그렇기에 톡톡튀는 신세대적 감각이 묻어나는 유쾌한 동화를 쓸 수 있는 것 같다.

유쾌함 속에 감춰진 인생의 깊이...그 깊이을 꼭 들여다 보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