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 선생님께서 추천해 놓은 책 중 읽어 보고 싶다는 강한 느낌을 준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그래서 그 책을 읽고 난 후 바로 이 책을 찾아 읽게 보았다. 역시 강한 끌림이 있는 책은 달랐다.
우선 이 책은 인간과 동물이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야생동물들이 인간에게 해를 끼칠 때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겨울철 먹이가 부족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민가로 내려와 닭을 잡아 먹는 살쾡이가 그러했다.
하지만, 인간은 그런 부분을 생각하기 보다는 우리에게 피해를 주는 해로운 동물로만 인식을 한다. 그렇다 보니 불법사냥이 여전하다. 만약 보호동물이라도 되면 희귀성 때문에라도 더 열과 성을 낸다. 이 책에 있는 내용 중 수달에 관한 이야기에서 이런 인간의 모습이 아주 잘 그려져 있다. 생물선생님이 되었든, 경찰관이 되었던 잡기만 하면 고가에 팔 수 있는 수달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잡으려 한다. 이런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순수한 마음을 가진 주인공 아이는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그리고 살기 위해 동물들은 더 깊은 곳,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꼭꼭 숨어 버린다. 이와 같은 일은 아직도 계속 반복되고 있다. 언제쯤 인간과 동물이 서로 공존하며 평화롭게 살아가게 될지....
물론, 지금은 인식이 많이 좋아져서 야생동물을 보호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뒤늦게 노력을 기울여 작은 불씨를 살리려 하고 있기에 안타까울 따름이다. 옛 조상님들은 지금의 우리 보다는 함께 하는 삶에 무게중심을 두었었던 것 같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었지만, 들이나 밭에 나가 일을 하다 새참이라도 먹을라치면 먼저 밥 한 숟가락을 떠서 ’고시레’ 라고 외치며 던져준다. 어린 마음에는 그런 행동이 참 무모해 보이고 어리석은 행동으로 비춰졌는데, 머리가 자라 생각해 보니 그런 행동 하나 하나가 바로 동물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였던 것이다. 자연과 조화롭게 사는 삶을 우리 조상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실천해왔던 것이다. 그리고 자손 대대로 그 정신을 이어지게 했다.
하지만, 그 정신도 빠르게 발전하는 도시화, 자본주의 사회에 순식간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함께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 아닌, 어떻게든 많은 돈을 버는 것이 이 사회의 가장 큰 미덕이라도 된 양 인간은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존재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정’이란 옛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아주 많이 삭막한 사회가 되었다.
순수했던 사람이 순식간에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단편으로 보여주는 이야기가 이 작품에도 나온다. 바로 ’족제비’에 얽힌 일화이다.
’두발로 걷는 족제비’란 제목하에 쓰여진 내용을 읽어보면 정말 동물과 인간이 전혀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족제비 가죽을 팔아 살아 가는 문태. 어느 날 그의 앞에 두발로 걷는 족제비가 나타난다. 문태는 그 족제비를 잡아 길을 들여 쥐를 잡게 하겠다고 장담을 한다. 두발로 걷는 족제비를 잡는 데는 성공하지만, 길들이는 것에는 실패한다. 그리고 죽을 힘을 다해 족제비는 철사로 된 코뚜레를 벗어나 도망을 친다. 그로부터 두발로 걷는 족제비는 자신을 괴롭힌 문태를 역으로 괴롭히기 시작한다. 문태네 병아리만 한 마리씩 잡아 먹는 족제비. 그리고 그 족제비를 잡기 위해 광분한 문태의 모습은 인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두발로 걷는 족제비는 어린 새끼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보다 몇 배나 크고 사나운 개와 맞서고, 결국 개와 함께 더 이상의 불행을 막고자 죽음을 선택한다.
이 일로 인해 문태는 많은 것을 깨닫고 다시 그 순박했던 문태로 돌아온다. 우리가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로 시사하는 바가 매우 많았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이야기가 바로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다. 이 책에 실린 여러 이야기 중 왜 하필 이 제목을 선택했을까를 책을 읽는 내내 생각했다. 슈퍼스타는 제일 마지막에 등장한다는 쇼음악프로그램의 공식처럼, 이 책도 그런 효과를 노리고 제일 마지막에 배치한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얼마나 생각 없음이었는지를 깨닫게 한다. 인간의 먹이로 사육되기 시작한 오리.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던 오리를 사육하면서 오리들은 본래의 특성을 잃어가게 된다. 바로 새임에도 하늘을 날 수 없게 된 것이다. 어릴 적 닭과 오리도 새라고 배울 때를 생각해 보면, 새의 가장 큰 특징은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인데, 왜 닭과 오리는 하늘을 날지도 못하는데 새로 분류하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나중에 조금 자란 후에 왜 그런지를 알게 되었지만, 어린 마음에는 정말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이야기에서 작가는 어떻게 해서 집오리가 하늘을 날 수 없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다. 다 아는 이야기를 다시 해 주는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본성으로 회귀’ 때문이다. 아주 영리한 집오리 한 마리가 있었다. 깊은 산속에서 유일하게 살아 남은 집오리. 집오리는 적들과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예리한 관찰’을 통해 하나하나 알게 되고, 실천하며 적자생존의 세계에서 꿋꿋하게 살아남는다. 그리고 청둥오리 신랑을 만나 새끼를 낳게 된다. 집오리와 청둥오리와의 결합 자체도 신기한 일인데, 거기서 새끼까지 태어났으니 그 새끼들이 오리 본래의 본성대로 클지, 아니면 어미를 닮아 집오리가 될 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새끼들을 지키다 죽은 청둥오리 아빠를 대신해 집오리 엄마는 새끼오리들에게 나는 법을 가르친다. 그리고 새끼들은 결국 하늘을 날아 어미 곁을 떠난다.
새끼들이 하늘을 나는 순간 어미 곁을 떠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오리 본래의 특성을 가르친 집오리의 교육은 과히 인간의 자식 교육에 대한 열정과 다르지 않았다. 동물도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교육도 잘 시킬 수 있다는 것 또한 말해 주고 있다. 그리고 인간의 이기적 생각으로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할 오리를 날지 못하게 만들었다.
물론, 인간이 그렇게 했기에 식량부족 없이 식량 전쟁 없이 풍족하게 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자연과 함께 생각해 본다면 인간은 자연을 거스르는 행동을 너무도 많이 해 왔다. 이 책을 읽고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은 자연을 거스르기 보다는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크다. 지금은 비록 아이가 이 책을 한 번에 읽어내기에 부족하지만, 조만간 아이가 이 책을 읽으며, 아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자연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