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대형 할인점을 가는 날.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치듯 아이와 난 서적코너를 꼭 살피고 온다.
원하는 정도의 책을 찾을 수 없지만, 부족해 보이는 그 곳에서도 아이와 나는 종종 보물을 찾아내듯 한 권 한 권 찾아서 재미있게 읽는다.

이 책은 아이가 찾아냈다.
난 사실 자장노래라 이미 시기적으로 지난 책이라 생각하고, 선뜻 괜찮다는 의사 표현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는 너무도 간곡히 이 책을 보고 싶다고 했다.

아이가 원하기에 할 수없이 이 책을 사들고 집으로 왔다.

그런데 수록된 곡을 듣는 순간 내가 얼마나 큰 실수를 범할 뻔 했는지 알게 되었다.

아주 부드러운 리듬의 자장가가 가득 실려있어 아이는 한동안 이 CD를 들으며 잠을 청했다.

따뜻함이 온 몸으로 느껴졌다.
나 또한 곡에 취해 노래를 흥얼흥얼 거리게 되었다.

편안함을 원할 때면 언제나 이 CD를 일부러 들을 정도였다.

그림 또한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파스텔톤으로 되어 있어 CD와 같은 느낌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좋았다.

아이에게 들려주는 첫 자장노래로 제격이라 생각된다.

한국적 색채가 짙게 풍겨 고른 책이다.
아이가 고랐다기 보다는 내가 읽어봤으면 하는 생각이 더 강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기 전 아이에게 남사당패에 대해 사전 지식을 넣어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도 고민을 했다.

그런데, 어떠한 사전 정보도 없이 읽는 것이 아이에게 좋을 듯 하여 일단 읽어주었다.

표지그림을 유심히 보아서인지 아이는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어름삐리를 찾기 시작했다.
반응이 좋다고 할 수 있는 현상이다.
다음 페이지를 넘기자 의인화된 봇짐 속 인형들이 등장한다.
아이는 또 한번 각 인형들을 묘사한 글을 듣고 그림에서 인형을 찾는다.
하지만, 아이는 이미 그 전 페이지에서 어름삐리에 대한 글을 듣고부터 얼굴이 굳어지기 시작한 뒤였다.
좀체로 굳어진 얼굴이 펴지지않은 채로 계속 뒤장을 넘겨 나갔다.

남사당패 놀이순서도 모른채 그저 읽어나갔다.  이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는 어름삐리의 슬프고 창백한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그리고 슬퍼보인다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 또한 낮은 목소리로 글을 읽어 나갔다.
그리고....
어름삐리는 줄에서 떨어진다.  
그림에서는 작은 귀퉁이에 멍석에 실려가는 어름삐리의 일부분만 살짝 보여준다.
전체적인 구도는 덧뵈기 광대들의 한바탕놀이에 중점을 두어 대조를 이룬다.
양페이지의 분위기도 정반대요 색채도 정반대인것이 아주 극과극을 이루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그리고 이어지는 어우움. 
침울한 분위기가 페이지 가득하다.
아이는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이야기는 남사당패의 놀이와 함께 대조적으로 극적인 요소인 어름삐리, 그리고 의인화된 봇짐 속 인형들이 극을 결말로 이끌어 간다.
그리고, 그리고....

열린 결말을 내세운 글자없는 3장의 페이지가 이어진다.

책을 덮자 아이는 이불속으로 파고들어가 조용히 해 줄 것을 요구했다.
슬픔이 밀려오는 듯 했다.

한참 후 아이는 이불을 걷고 나와 어름삐가 어떻게 되었을지 이야기한다.
하늘나라로 갔을 것 같다고 말하는 아이.
그곳에서는 힘들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어름삐리의 엄마 아빠도 하늘나라에 계시다면 함께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아이.

아이는 그렇게 어름삐리를 떠나 보냈다.

열린 결말의 책을 처음 접한 것이 아니기에 아이는 이상해하거나 시시해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너무도 슬픈 이야기라, 남사당패의 흥겨운 놀이와 대조적으로 그려진 어름삐리가 많이 가엾었던 것 같다.
물론, 책을 읽어 준 나도 그러했다.
표지그리부터 아이는 슬퍼보인다고 말했었다.
그 때는 그냥 아이의 느낌이거니 했다.
하지만, 글을 읽으며 아이의 느낌이 얼마나 정확했는지 다시 알게되었다.

취학전 아이들에게 보다는 초등저학년 이상인 아이들이 읽기에 접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슬픈 내용과 대조를 이루는 원색의 그림.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우리 전통 내음새.
절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그림책이다.

아이는 슬픔을 달래려 '나뭇잎배'를 들으며 꿈나라로 갔다.

어름삐리의 느낌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자장가 같다는 생각을 했다.

책벌레 선생님의 아주 특별한 도서관 1에 이어 2권도 읽었다.
1권에 20권의 책이 소개가 되어 있고, 2권에도 20권의 책이 각각 소개가 되어 있다.
모두 해서 40권이다.

1권이 가볍게 생각을 키우는 것에 중점이 두어 있다고 본다면, 2권은 무거움이었다.
여러가지 환경, 사회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 책들로 포진되어 있었다.

이런 책들을 과연 초등 5-6학년 아이들이 읽는다고 생각하니, 내가 클 때와 지금이 얼만큼 바뀌었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경우 내가 고등학생 때 읽었는데, 지금은 이 책을 초등학생들이 읽는 필독서라고 하니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초등 필독서임을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작가가 의도한 바를 아이들이 얼만큼 이해할 수 있을 지 의문이 가는건 여전하다.
아직 아이들을 위해 이문열 작가가 손을 보았다는 책을 읽어보지 않아 뭐라 단정짓기는 이르나 그래도 요즘 아이들의 독서력에는 고개를 떨궈야 할 것 같다.

이런 무겁고 어려운 주제의 책을 단편적이지만 어떤 내용의 책이고,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우리가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읽어야 하는지 등을 아주 세세하게 안내해 주고 있어 아디들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하느 책이라 생각됐다.

또한,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을 소개하고 있어, 확장 독서를 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고 있다는 점 또한 마음에 들었다.

나 역시 이 책에서 소개된 책을 일부러 찾아 읽을 정도였으니, 초등 고학년 학생들도 충분히 나처럼 하지 않을까 싶다.

1권에서 소개된 책은 웬만큼 아는 책이었다면 2권에서 다루고 있는 책은 모르는 책이 더 많았다.
읽어봐야 겠다 싶은 책도 많았다.

내가 미리 읽어 두고 아이와 천천히 대화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독서지도.
요즘 많이 강조되고 있다.
특별히 독서지도법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엄마표로 진행하고 있는 입장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책 중 하나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