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올해부터 각 학급별로 돌려읽기 책이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돌려읽기 책' !
글자 그대로 돌려서 읽는 책을 말한다.
학급별로 인원수에 맞춰 도서를 선정, 매주 1권의 책을 읽게 되는 제도다.
아이가 이미 읽었던 책도 있고, 딱딱한 내용의 책도 있고, 교과서에 수록된 도서도 있었다.
지난 주, 아이는 예쁜 그림책을 가지고 왔다.
그림이 아주 예쁘지는 않았지만, 도서의 제목과 그림의 조화가 묘한 떨림을 주었다.
그리고 부담없이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도입의 잔잔하면서도 예쁜 표현이 중반에 들어서면 놀라움으로 변한다.
그 이유는 주인공 아이가 보통 아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는 앞을 보지 못한다.
그런 아이가 색깔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순간 머리속이 하얗게 변해버렸다.

작가는 도입에 아이가 현재 처한 상황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중반부에 이르러서야 설명을 하며, 처음과 다른 느낌으로 주인공이 들려주는 색깔이야기를 듣게 만든다.
보통 사람의 시각에서 색을 맛으로 풀어냈다면 그저 그런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앞을 보지 못하는 아이가 맛으로 색을 느끼고 표현해 낸다는 것은 그 아이가 처한 상황에서 가장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이용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맛으로 느끼고, 소리로 설명을 듣고, 까만 도화지 위에 그림을 그리고 한 번도 보지 못한 색을 입히는 작업.
이 작업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꿈도 흑백으로 꾼다는 이야기를 언젠가 들었던 것 같다.
영화 'Black'을 보고, 책을 읽는 일련의 작업을 통해 나는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현실에 보다 정확하게 눈뜨게 되었다.
그리고 인지적 측면에서 접근을 하며 이들에게 좀 더 다가갔음을 느꼈다.

그렇지만, 색에 대해서는 아니었다.
그저 사물의 형태, 느낌 정도에서 멈추었지, 색깔에 대해서는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작가는 이런 보통의 사람들을 다시 눈뜨게 만들었다.

눈을 감고 한참을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그러다 어두운 잠의 세계로 빨려들어갔다.
다시 눈을 떴다.
눈 앞에 그대로 펼쳐져 있는 책을 내려다 보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다시 멈추었다.

과연, 주인공처럼 색깔을 맛으로 느낄 수 있을까?
그것이 가능할까?
한 동안 이런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 던졌다.

결론은 NO!였다.
이미 색깔 인지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 아무리 눈을 감고 맛을 본다고 해도, 주인공 아이처럼 색깔을 맛보지는 못했을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은 일단 맛을 통해 세상으로 점점 들어온다.
그리고 그런 아이를 세상으로 이끌어내는 역할은 두 오빠가 하고 있다.
재치있는 두 오빠는 사물이 가지고 있는 색깔에 대해 아주 친절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와닿을 수 있도록 설명해 준다.
재치있기로 따진다면 '찰리와 롤라'에서 찰리가 떠오를 정도이다.
개구진듯 보여지다가도 그 속에 재치가 넘쳐나는 모습에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는 또 다시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다.
두 세번을 읽고 나서야 작가가 의도한 바에 근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반전의 묘미를 극대화시키면서도 주인공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도록 이야기 도입부에서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절대 글자만 읽지 말고, 글과 그림을 함께 읽으며 작가가 들려주고자 하는 바에 접근해 갔으면 한다.

그래서 이 책이 제목이 '색깔은 어떤 맛일까?'가 되었다.

끝으로 나 또한 한가지 질문을 해 본다,

여러분, 색깔은 어떤 맛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