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위스너의 그림책은 언제나 특별하다.
그가 보여주는 글자없는 그림책의 세상은 경이롭다는 말 그 이상의 말이 떠오르질 않는다.

그의 작품에는 유머와 심오한 철학이 공존한다.
그는 언제나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독자 스스로 생각하여 나름의 답을 얻게끔 그의 작품은 작은 동기를 부여해 줄 따름이다.

이번 작품은 기존의 작품에서와 달리 미술을 강조한 듯 보여졌다.
점에서 선을 지나 면위에 채색하는 일반적인 순서가 아닌 그와 반대로 채색된 3차원적인 이미지가 2차원의 평면을 지나 점점 색이 사라지며 결국 선만 남게 된다.
이것은 그림을 그리는 순서의 반대라 생각하면 훨씬 이해가 쉽다.
이와 달리 그림을 순차적으로 따라가면 다시 선 위에 물감이 방울방울 뿌려진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점으로 면을 표현함과 동시에 입체감을 살려준다.
 
또한 그림의 바탕 위에 글을 입혀 스토리를 더욱 튼튼하게 만들었다.

작가는 '예술가'와 '예술가가 되고픈 아이'가 새로운 그림 기법을 탐구해 가는 이야기라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기 이야기라고 한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 즉 작가 스스로 새로운 그림 기법을 탐구해 가는 과정을 그림책 형식으로 재미나게 풀어낸 작품인 것이다.

사실 작가 스스로 들려준 인터뷰 기사 내용이 아니었다면, 어떤 기법과 어떠한 미술 재료가 사용되었는지를 알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친절하게도 작가의 그러한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고 있어 더욱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었다.

무엇이나 배우고 싶어하는 어린이의 모습을 아주 잘 담아낸 이번 작품에서 등장인물들인 공룡과 도마뱀 케릭터를 그냥 지나쳐서는 안된다.
작가는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케릭터로 대비시켰다고 생각한다.
현존하지 않는 공룡의 모습을 한 예술가 아트와 사막이라는 환경에서 살아가는 도마뱀을 한 공간에 존재시킴으로써 작가가 그 동안의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상상과 현실의 대비를 이번에는 또 다른 방식으로 담아내고 있다.
시간 상자에서는 카메라의 눈과 사진 속 인물들의 눈을 통해 끝없이 현실과 상상을 넘나들었고, 구름공항에서는 구름을 타고 상상의 세계인 다양한 모양의 구름나라와 소년이 서 있던 빌딩의 현실을 구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현실에서 상상으로 다시 상상에서 현실로 연결해 주었다.
아기 돼지 삼형제 이야기에서는 작가의 개입으로 이야기 세계와 현실 세계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해 준다.

이렇듯 작가는 매 작품마다 다른 방식으로 현실과 상상을 넘나든다.

데이비드 위즈너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그가 보여줄 다음 작품에서는 어떠한 방식으로 새로운 미술 기법을 사용할지도 궁금하겠지만, 이 보다 상상과 현실을 무엇을 매개로 넘나들지에 초점을 맞춰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데이비드 위즈너는 어디로 어떻게 튈지 모르는 둥근 공 같은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그를 닮아 어떤 작품일지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이렇듯 작가는 독자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늘 새로운 시도에 두려워하기 보다는 즐기는 듯 하다.

 

지난 해 책살라구님이 진행한 온라인 도서전 이벤트에 참가하여 이렇게 좋은 책을 선물로 받게 되었다.
사실 처음에 이 책을 받아 들었을 때는 당첨 도서라는 기쁨도 잠시 밋밋한 표지와 함께 무거운 책의 제목, 그리고 선호하지 않는 출판사로 인해 좋은 첫인상은 솔직히 아니었다.

하지만, 소중한 북피니언의 소중한 당첨 선물이기에 책을 바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장 한 장 읽어내려가는 내 눈과 몸이 곧 뻣뻣해지는 전율을 느꼈다.
밋밋한 표지의 인상처럼 본 내용의 그림은 어린아이가 그린 그림처럼 선으로만 이루어져 있고, 기교를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기에 그린이가 의도적으로 많은 생략과 단순화 충분한 여백을 통해 본 내용의 전달에 충실하려 하지 않았나 싶다.
한 줄 한 줄 읽어내려 가면 갈수록 글과 그림에 빠져든다.

이 작품은 우리의 먹거리에 대해 말하고 있다.
우리의 밥상에 올라는 고기에 대해 실화를 바탕으로 엮어낸 작품이다.

도축장에서 일하는 아빠를 둔 아이와 도축일에 대한 회의를 느끼는 아빠, 이 둘의 눈을 통해 작가는 생명을 먹는 우리에게 생명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일깨워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딸아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엄마 우리도 살인자나 마찬가지에요."
"왜 우리가 살인자지?"
"우리는 소나 돼지, 닭 등을 죽여서 그 고기를 먹잖아요. 그러니 다른 생명을 죽여 그 고기를 먹는 거니까 살인자나 마찬가지 아닌가요?"

이 대화를 할 당시만 해도 난 당연한 자연의 섭리라고 생각하고 먹이사슬에 대해 한 번 더 강변하며 살인자는 아니라고 우회적으로 말했던 기억이 났다.
그래도 아이는 먹이사실이 무엇인지는 알지만 살인자라는 단어의 의미를 놓고 나름의 생각을 펼쳐 보인 거라 쉽게 수긍하지는 않으려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아이의 생각을 결코 무시하고 지나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사실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도축업을 직업으로 가진 아빠를 둔 아이, 그런 아빠의 직업에 자신이 없는 아이, 그리고 도축업에 회의를 느끼는 아빠.
이 둘의 이야기를 통해 직업에는 귀천이 없음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생명을 먹고 살아가는 인간이 어떠한 태도로 밥상에서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해 준다.
특히, 직접 기른 소를 팔아 그 고기를 먹는 가족의 이야기는 일본스러운 부분이기도 했지만, 시사하는 바가 컸다.

확대 해석으로 논쟁의 불씨가 될 수도 있지만 애완동물중 하나인 개를 보신용으로 먹는 우리 나라 사람을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선도 떠올랐다.
집에서 기른 소를 팔아 그 고기를 먹는 이 책 속 이야기와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데, 소나 닭, 돼지는 괜찮고 개는 안된다는 것은 편견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친정과 시댁 모두 집안의 금기시 되는 음식이 있다.
바로 개고기이다.
두 집안 모두 집안에서 금기시하다 보니 나나 남편이나 모두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
하지만 보신탕도 분명 고유 식문화라고 생각한다.
단, 이 책에서 그려낸 것처럼 도축업자의 생명에 대한 배려가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단순히 업으로 도축일을 하는 것이 아닌 생명을 다루는 매우 중요한 일이고 우리 밥상에 오르는 음식의 재료를 다루는 일이기에 소중히 다루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을 읽은 후 딸아이에게 권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한 자도 놓치지 않고 읽어주었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싫어하면서도 다 읽었다.

이 책을 아이에게 반 강압적으로 한 자도 놓치지 않고 읽게 한 이유는 아이의 잘못된 식습관 때문이다.
유치원에서 처음 급식 문화를 접한 아이는 집에서 가졌던 바른 식습관은 사라지고 좋지않은 식습관을 가지게 되어 늘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이 날도 아빠와 엄마에게 음식을 그렇게 먹으면 안된다며 야단을 맞은 터였다.
그래서 바로 이 책을 읽게 했다.

딸아이는 어린 아이가 그린 것 같은 그림에 불만을 표했지만, 그도 잠시 책에 푹 빠져들었고,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며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물론 이 책을 통해 아이들에게 의도적으로 식문화를 변화시키려는 생각으로 씌여진 도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즐기는 육류, 채소, 생선류 등 모든 먹거리에는 생명이 있고, 모두 소중한 것임을 알려줌으로써, 올바른 식습관을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기르도록 도와주는 고마운 도서라고 생각한다.

편견과 선입견을 갖고 이 책을 대한 처음의 태도에 크게 반성하며 한 번 더 이 책을 읽었다.

이런 소중한 책을 만나게 해 준 책살라구님과 인터파크도서에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새해 들어 첫 리뷰를 쓰고 있다.
하루 한 권 꼴로 책을 읽으면서 선뜻 리뷰를 남기지 못했다.
그러다 이 작품은 꼭 리뷰를 써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에 이런저런 이야기가 씌여지면서 자연스럽게 컴퓨터앞으로 이끌렸다.

과연...무엇이 나를 이토록 간절히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쓰게 했을까?

무엇보다도 참으로 빨리 그리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무겁고 독자에게 과연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이것이 진실이다라고 그 누구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작가는 이 책을 읽는 모두에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게임을 과제로 남겨두었다고 본다.

이야기는 한 학교의 한 반에서 일어난 사건을 여러 사람의 시각에서 그려낸 듯 그리고 있지만 이 또한 정확히 누구의 시선인지에 대해 마지막에 의문을 남겨두었다.
책의 차례를 살피며 씌여진 의문의 숫자들...과연 이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책을 읽으려 펼친 순간부터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숫자들에 머리속은 여러 추측을 하기 시작했다.
10336, 10324....이 숫자들을 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년월일이었다. 
하지만 36일은 없기에 바로 다음으로 넘어갔다.
그럼 학번? 10336은 1학년 3반 36번, 10324는 1학년 3반 24번...맞는 듯 하다.
차례를 지나 본격적으로 본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가볍다...어느 학교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러면서 담임의 개인사가 부각되어 나오며 극의 대비를 이룬다.
작가는 담임을 전면에 관찰자로 그려놓으면서도 담임 개인의 이야기를 중간 중간 들려주며 한 호흡 쉬어가게 만들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 글을 정말 이 아이들이 쓴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누가 쓴 글일까? 담임의 추측이 맞을까? 
하지만 담임의 추측이 맞다고 한다면 왠지 작품의 진정성이 줄어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누굴까? 작가는 어떤 의도에서 이런 형식으로 작품을 전개하는 걸까?
마지막장까지 책을 내려놓을 수 없다.
누가 담임에게 이 글을 남겼는지 궁금해서라도 더 빨리 책장을 넘긴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작가는 독자에게 의구심에 대한 작은 단서를 남겨두지만, 사실 이 또한 명확한 진실처럼 생각되지는 않았다.
그만큼 작가는 치밀한 계산 속에서 독자에게 미궁의 진실에 대한 탐구를 과제로 던져주었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딸에게 들은 이야기를 소재로 새롭게 써내려간 이 작품은 현재의 청소년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 문제를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그리고 무거운 주제를 가벼운 터치로 풀어냈다.
그렇지만 그 안에 담긴 무게는 결코 가볍지가 않았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작가가 남긴 여러 단서들을 가지고 독서모임회원들과 토론을 했다.
각자 여러 단서에 대한 생각이 달랐으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다시금 살펴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럼과 동시에 요즘 청소년들의 문제를 돌아보게 되어 좋았다.

사실, 과거에도 이 작품과 유사한 일들이 학교에서 있어왔다.
그리고 여러 작품으로도 그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작품이 계속 양산되는 데에는 시대 반영이라는 중요한 사실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반 인터넷 소설가가 공감대를 줄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도 현실을 잘 반영함과 동시에 흡인력있게 짧고 굵게 풀어낸 작가의 필력 때문이란 생각이다.

물론, 이전의 이금이 작가의 작품에서 돋보였던 치밀하고 섬세한 심리묘사가 이 작품에서는 덜 들어나 아쉽기도 하지만, 이 작품의 구성과 흐름 등을 고려하면 이러한 구성이 오히려 독자에게 더 큰 반향을 불러오는 요인이 되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