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로알드 달의 작품은 몇 작품 읽지 않았다.
하지만 이 작가의 이름은 참 많이도 들어봤다.
많이 거론되는 작가다 보니 당연히 작품도 많이 읽을 법 한데 그렇지 못한 이유는 개인적 취향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상하게도 로알드 달의 작품 속 그림은 우선 내 취향에 맞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책을 손에 들었다가도 내려놓기 일쑤였다.
첫인상이 좋지 않다보니 쉽게 작품에 빠져들지 못했고, 그렇게 미루다 보니 이 책처럼 구매해 놓고도 2년이 지나서야 읽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 작품은 사실 필독서 목록에 올라있을 정도로 유명한 도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뒤늦은 선택을 받은 이유는 앞서 언급한 대로이다.
읽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참 오랜 시간을 책장에서 기다려준 책이다.

용기내어 책을 집어 들고 소리내어 읽기 시작했다.
사실 목감기로 목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참으로 오랜만에 소리내어 책을 읽으니 기분이 저절로 좋아졌다.
비록 덜 낙랑하지만 엄마의 목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이 든 딸아이를 살피며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었다.
2년간의 긴 기다림 탓일까 처음부터 별 것 아닌 이야기에 그냥 빨려들어갔다.
앞으로 전개될 내용이 뻔히 보이는데도 그러했다.

대단한 유머가 있는 작품도 아니고, 대단한 재치가 넘치는 작품도 아니요, 대단한 감동을 주는 것도 아닌데, 술술 넘어가는 책장으로 인해 신나게 읽고 나니, 몇 몇 눈에 띄는 문장이 가슴에 남았다.
그러면서 작가 의식이 강한 로알드 달이라는 작가와 작품이 더 읽고 싶어졌다.

그리고, 또 다시 생각이 많아진다.
이 작품을 다시 생각해 본다.
줄거리가 어려운 것도 아닌데,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말만은 쏙쏙 머리에 들어오는 것이 매우 신기했다.
특별히 기억하려 하지 않아도 되살아는 것이 이 또한 작가의 힘이 아닌가 싶다.

로알드 달은 그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어렵게 돌려 표현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직접화법을 통해 말한다.
그것이 거슬리거나 하지 않는 것은 그 말이 맞는 말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치의 반박할 틈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그저 고개만 끄덕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멋진 여우씨를 통해 로알드 달은 어리석은 인간군상을 보여주며 인간과 대치하는 여우를 그려냈다.
하지만 여우에게서는 탐욕을 찾아 볼 수 없다.
먹거리를 충분히 욕심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적당한 양만 취한다.
그리고 이웃과도 자연스럽게 나눈다.
반면 헛된 욕망을 가진 세 명의 사람은 나만 알며 절대 이웃과 나누질 않는다.

그렇다보니 여우를 이기지 못하는 인간이 한없이 어리석어 보이면서도 여우에게 당하는 모습은 통쾌하기만 하다.

이렇듯 로알드 달은 적당한 수준의 내용과 필체로 독자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작가일 수 있었던 것이다.

딸아이에게 재미있는데 한 번 읽어보렴하며 책을 건넸다.
아이는 처음에는 그리 재미없어보여 대충 훑어 읽어볼까 생각했는데,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어 단번에 모두 읽었다고 했다.

그러니 사랑받는 작가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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