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작가 온다 리쿠의 소설 ‘흑과 다의 환상’을 읽었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에 등장했던 동명 소설의 1부작을 실제로 써낸 소설이다. 이 책의 제목이 삼월에 등장했다는 것은 알았지만 실제로 책의 내용이 소개되었었다는 사실은 뒤늦게 찾아보고 알게 되었다. 소년 소녀들은 아니어도 4명의 중년 남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에서 전작들의 느낌과 비슷한 점이 많았다.
이 책은 등장하는 4명의 인물들이 번갈아가며 화자가 되는 4부작의 구성을 띠고 있다. 그 각각의 문체는 비슷해 보이지만 그들의 생각과 아는 사실들이 서서히 드러나는 흥미진진한 구조로 나타나고 있다. 각자의 겉모습과 속마음이 상반되는 심리묘사가 무척이나 잘 그려지고 있고 그 안에서 개개인의 갈등과 미스터리가 절묘한 조합을 이루면서 진행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각자의 캐릭터가 여태 그랬던 것처럼 매우 강하면서도 고등학생이 아닌 어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보니 좀 더 신선하고 현실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
내용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대사는 ‘미스터리는 과거에 있다’라고 아키히코가 내뱉은 말이다. 그들이 정한 여행의 테마가 되는 ‘아름다운 미스터리’가 다양한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모두가 생각하는 진정한 미스터리는 유리의 이야기로 쏠려있다. 각자 과거에 해결하지 못했던 자신들의 트라우마나 고민들을 여행이 진행되는 순간을 통해 드러나고 해결되어가는 과정이 이 책만의 재미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로 돌아가 그 당시의 감성을 되살리는 과정을 ‘노스탤지어의 마법사‘인 온다 리쿠가 그녀답게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그려간다.
유리에 관련된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그보단 사소한 수수께끼들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 것이 사실이다. 인물들마다 겉모습과 속이 조금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의 내용도 겉으로 드러난 큰 미스터리보단 사소한 수수께끼에 가까운 얘기들이 더 인상적이었다. 전작의 인물들과 다르게 겉모습만으로 그 내면을 완전히 판단하기 어려운 모습들을 보이는데 아무래도 이들이 어른이기 때문에 그런 차이가 생기는 것 같았다. 모두들 대단히 분석적이고 눈치가 빠른 인물들이라서 서로가 추측하는 본연의 모습들이 화살표처럼 꽂히는 것도 재미있고 그 해답처럼 각자의 입장에서 번갈아 이야기가 진행되는 구조도 재미있다.
이 책이야 말로 온다 리쿠의 느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그녀다운 책이었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각자의 캐릭터를 조금씩 분석해가는 것과 미스터리를 흥미롭게 풀어나가는 과정이 너무나 그녀다웠고 대단했다. 조금 긴 분량이어도 그들의 이야기에 완전히 몰입될 수밖에 없었고 나도 같이 여행을 해나가며 성취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학창 시절의 순수함과 설레임은 없어도 어른이 되어 친구들과 교감해가는 과정이 아름답게 느껴졌고 부러웠다.
개인적으로는 마키오의 캐릭터가 가장 좋았다. 현실 세계에서 마주치기엔 너무 부담되고 어려운 인물이겠지만 소설 속에서는 묘한 긴장감을 풍기는 멋진 인물이었다. 그의 솔직함이 좋았고 남자다움이 부러웠다. 좋은 것과 옳은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밖에도 모든 캐릭터들이 매력적이었다. 아키히코의 소박함과 순수함이 좋았고 리에코의 영리함과 차분함이 좋았고 세쓰코의 어울리는 능력과 과감함이 좋았다. 한 면에서 느끼는 입체감이 아닌 360도로 회전하며 완전히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온다 리쿠의 능력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획기적인 걸작이란 생각은 아니지만 작가다운 느낌을 맘껏 음미할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었다. 책의 두꺼움 덕분에 읽으면서 아직 남은 양이 많다는 사실이 행복할 정도였다. 사적인 감정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리뷰 같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또 한 번 온다 리쿠의 팬이 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인물들의 심리묘사와 미스터리라는 키워드를 온다 리쿠의 감성으로 다시 한 번 잘 풀어낸 책 ‘흑과 다의 환상’이다.
★★★★☆ 내가 좋아하는 작가 온다 리쿠의 소설 ‘흑과 다의 환상’을 읽었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에 등장했던 동명 소설의 1부작을 실제로 써낸 소설이다. 이 책의 제목이 삼월에 등장했다는 것은 알았지만 실제로 책의 내용이 소개되었었다는 사실은 뒤늦게 찾아보고 알게 되었다. 소년 소녀들은 아니어도 4명의 중년 남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에서 전작들의 느낌과 비슷한 점이 많았다.
이 책은 등장하는 4명의 인물들이 번갈아가며 화자가 되는 4부작의 구성을 띠고 있다. 그 각각의 문체는 비슷해 보이지만 그들의 생각과 아는 사실들이 서서히 드러나는 흥미진진한 구조로 나타나고 있다. 각자의 겉모습과 속마음이 상반되는 심리묘사가 무척이나 잘 그려지고 있고 그 안에서 개개인의 갈등과 미스터리가 절묘한 조합을 이루면서 진행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각자의 캐릭터가 여태 그랬던 것처럼 매우 강하면서도 고등학생이 아닌 어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보니 좀 더 신선하고 현실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
내용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대사는 ‘미스터리는 과거에 있다’라고 아키히코가 내뱉은 말이다. 그들이 정한 여행의 테마가 되는 ‘아름다운 미스터리’가 다양한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모두가 생각하는 진정한 미스터리는 유리의 이야기로 쏠려있다. 각자 과거에 해결하지 못했던 자신들의 트라우마나 고민들을 여행이 진행되는 순간을 통해 드러나고 해결되어가는 과정이 이 책만의 재미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로 돌아가 그 당시의 감성을 되살리는 과정을 ‘노스탤지어의 마법사‘인 온다 리쿠가 그녀답게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그려간다.
유리에 관련된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그보단 사소한 수수께끼들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 것이 사실이다. 인물들마다 겉모습과 속이 조금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의 내용도 겉으로 드러난 큰 미스터리보단 사소한 수수께끼에 가까운 얘기들이 더 인상적이었다. 전작의 인물들과 다르게 겉모습만으로 그 내면을 완전히 판단하기 어려운 모습들을 보이는데 아무래도 이들이 어른이기 때문에 그런 차이가 생기는 것 같았다. 모두들 대단히 분석적이고 눈치가 빠른 인물들이라서 서로가 추측하는 본연의 모습들이 화살표처럼 꽂히는 것도 재미있고 그 해답처럼 각자의 입장에서 번갈아 이야기가 진행되는 구조도 재미있다.
이 책이야 말로 온다 리쿠의 느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그녀다운 책이었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각자의 캐릭터를 조금씩 분석해가는 것과 미스터리를 흥미롭게 풀어나가는 과정이 너무나 그녀다웠고 대단했다. 조금 긴 분량이어도 그들의 이야기에 완전히 몰입될 수밖에 없었고 나도 같이 여행을 해나가며 성취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학창 시절의 순수함과 설레임은 없어도 어른이 되어 친구들과 교감해가는 과정이 아름답게 느껴졌고 부러웠다.
개인적으로는 마키오의 캐릭터가 가장 좋았다. 현실 세계에서 마주치기엔 너무 부담되고 어려운 인물이겠지만 소설 속에서는 묘한 긴장감을 풍기는 멋진 인물이었다. 그의 솔직함이 좋았고 남자다움이 부러웠다. 좋은 것과 옳은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밖에도 모든 캐릭터들이 매력적이었다. 아키히코의 소박함과 순수함이 좋았고 리에코의 영리함과 차분함이 좋았고 세쓰코의 어울리는 능력과 과감함이 좋았다. 한 면에서 느끼는 입체감이 아닌 360도로 회전하며 완전히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온다 리쿠의 능력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획기적인 걸작이란 생각은 아니지만 작가다운 느낌을 맘껏 음미할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었다. 책의 두꺼움 덕분에 읽으면서 아직 남은 양이 많다는 사실이 행복할 정도였다. 사적인 감정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리뷰 같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또 한 번 온다 리쿠의 팬이 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인물들의 심리묘사와 미스터리라는 키워드를 온다 리쿠의 감성으로 다시 한 번 잘 풀어낸 책 ‘흑과 다의 환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