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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츠는 동물들은 자유로운 상태에서만 성향과 행동을 충분히 드러낸다는 지론을 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동물을 길들여 친밀해진 후, 동물들이 사람을 피하지 않고 사람 앞에서도 자기의 본성대로 자유롭게 살게 함으로써 이를 가까이서 관찰했다. 로렌츠의 ‘길들이기’는 동물이 인간이 시키는 대로 따르거나 재롱을 부리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어린왕자와 여우의 관계처럼 가까워지고 정을 쌓는 것이다. 참으로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지만, 동물과의 교감을 통해 로렌츠는 커다란 학문적 성과를 거두었을 뿐 아니라 엄청난 행복과 기쁨을 느끼게 되었다.
그의 집에서는 동물들이 마음대로 활개를 치며 돌아다닌다. 원숭이, 쥐, 새 등등 온갖 동물이 집 안의 가구를 부수고 카펫에 똥을 싸고 화단을 망가뜨리고 커튼을 찢고, 침실에서 버젓이 잠을 잔다. 그는 동물이 도망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집에 못 들어오게 하려고 창문을 닫고, 동물 대신 그의 아이를 우리에 넣어 보호한다. 또 청둥오리 새끼의 어미가 되어 몇 시간 동안 꽥꽥거리면서 오리걸음으로 그들을 데리고 산책을 하고, 갈가마귀가 선물하는 벌레들을 어쩔 수 없이 받아먹고, 밤에 자다가도 한 시간마다 깨어 엄마를 찾는 새끼기러기의 울음소리에 대답해준다. 하지만 그는 동물들과 친구가 되는 일은 이런 모든 짜증과 손해를 보상하고도 남는다고 말한다.
어릴 때는 아주 재미있는 동물 이야기로만 읽었지만, 요즘 일 때문에 각종 동물과 곤충에 대한 연구서들을 읽다 보니 로렌츠의 연구방식이 얼마나 위대하고 아름다운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많은 연구들이 '자연과 생명의 아름다움과 소중함' 운운하면서도 대부분 동물을 잡아다 가두고, 이것저것 시켜보고, 동물을 일부러 다치게 하고, 표본으로 만들어버리는 게 아닌가. 아무튼 이 책은 아주 밝고 유머가 넘치고 기분좋은 데다가, 여러 동물들의 습성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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