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문학 급성장 이유는?

▲박상률=2000년대 들어 아동 출판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아동 문학을 읽던 아이들이 청소년이 됐지만 읽을 만한 책이 없었다. 최근 청소년 문학의 급신장은 출판계가 그 틈새를 적극적으로 공략한 데 힘입은 것 같다.

◆청소년 문학이 왜 필요한가?

▲김해원=딸이 중1인데, 인터넷 소설을 밤새워 가며 읽는다. 어른들이 보면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공감하니까 보는 거다. 감동은 세대마다 다르다. 청소년들이 감동하는지가 중요하다.

◆올해 청소년 문학 트렌드·한계는?

▲박=일탈한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경우가 많았다. 문제아를 다뤄야만 청소년 문학인가, 해결책은 없고 문제만 던지는 것 같아 아쉬웠다.

▲정유정=여전히 학원소설이 많다. 10대의 동의어가 '학생'은 아니다. 그럼에도 학원소설의 울타리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아이들 말투와 인터넷 용어를 그대로 쓰니 청소년들은 열광하지만 무대를 학교나 집에만 한정하면 아이들 사고도 거기에 머문다.

◆요즘 청소년들의 관심

▲김=얼마 전 아이들이 만든 청소년 인권선언을 봤다. '미성년자라는 말을 없애자, 성(性)의 자유를 달라, 우리의 인권이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면 안 된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장(場)을 만들어주면 아이들은 사회 정치에도 관심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청소년들에게 어떤 책을 읽혀야 할까?

▲정=낸시 파머의 《전갈의 아이》. 짜임이 매우 정교해서 읽는 즐거움이 있고, 작가가 주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영화로 만들어져 유명해진 피터 헤지스의 《길버트 그레이프》도 좋다. 문장 자체가 재치 있고, 전체적으로 따뜻하다. 마커스 주삭의 《책 도둑》은 나치 시절 유대인 학살을 다룬 책인데, 낡은 이야기 같지만 시각을 재해석한 신작이다.

▲박=고전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자녀가 고등학생이라면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나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를 추천한다. 인간 저변을 생각하게 하고 사회 모순을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중학생에게는 포리스트 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권한다. 나 아닌 다른 존재와 자연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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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eu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