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는 우리 구만이랑 판박이다. 어린 나이에 너무 커져버린 덩치에 너무 세져버린 힘, 엄청난 식욕과 엄청난 배설량, 품위 없이 허겁지겁 먹고 덩치에 안 맞는 바보짓을 하고, 질질 흘리는 침과 묵직한 앞발을 들이대며 사람을 반기는 모습..... 우리 구만이는 집밖에서 키우고 있어서 심하게 망가뜨리는 물건들이 없고 목줄을 끊어버리지도 않는 게 다행이다.

"읽는 동안 내내 행복해지는 책"이라는 문구가 띠지에 씌어 있었지만,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행복하지 않았다. 계속 눈물만 났다. 구만이뿐 아니라 너무 일찍 떠나버린 우리 개들 생각이 자꾸자꾸 나서... 똑똑하든 멍청하든 잘생겼든 못생겼든 나쁜 습관이 있든, 어떤 개와 인연을 맺게 되면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된다. 개 때문에 생기는 번거로움이나 비용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다. 구만이는 부디 말리처럼 천수를 다했으면 좋겠다. 날마다 묶여 있는 신세라 마음껏 삶을 즐기지는 못하겠지만...

나이를 먹어서일까? 이제 환상의 세계, 선악의 대결 같은 이야기에는 별 흥미가 없다. 그래서 린드그렌 할머니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좀 망설이다 읽게 되었다.

줄거리를 간단히 말하자면, 허약하고 못생긴 동생과 용감하고 잘생긴 완벽한 형이 있다. 이들은 서로를 전혀 시기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끔찍이 아낀다. 어느 날 집에 불이 나 동생을 구하려다 형이 죽고, 동생은 형을 찾아 사후세계인 '낭기열라'로 간다. 폭군과 괴물에게 지배당하는 이웃 골짜기를 구하기 위해 형제는 모험을 하고, 승리를 하고, 형은 또 먼저 죽게 되고, 동생은 형과 함께 '낭길리마'라는 또 다음 세계로 가기 위해 형을 업고 낭떠러지에서 뛰어내린다. 용기를 내서....!!!

이 이야기는 동생의 1인칭으로 펼쳐지는데, 형제 간의 깊은 사랑이 아주 진솔하고 절절하게 느껴져서 눈물이 사정없이 흐른다. 형 요나탄은 용감무쌍하지만 학대받는 사람이나 동물을 보면 얼굴이 하얗게 질려 눈물을 흘리고, 생명을 해칠 수가 없어 전쟁터에 나가 싸우지 못하는 사람이다. 모험은 상당히 박진감 있다. 린드그렌의 책이 늘 그렇듯 여기서도 남다른 동물사랑이 느껴진다. 사후세계에 대한 설정도 독특하다. 다만...형제는 평화와 행복을 꿈꾸며 다음 세계로 가지만 거기에는 죽은 폭군과 괴물도 와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뭐 그럼 또 한차례 모험이 펼쳐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