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동”하면 떠오르는 것은 흔히들 말하는 19금 영화뿐이었다.

내가 어릴 적 기억조차 나지 않는 시절에 한동안 우리나라 영화계는 19금 영화천지였다.

그때 유명했던 것이 씨받이, 뽕 같은 영화였고, 그 중에 유명 여성 캐릭터 중에 하나가 어우동이었다.

솔직히 실존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이름조차 좀 우스꽝스러워서 (어화둥둥 내사랑 이라는 춘향가 한 소절이 떠오른다), 굳이 누군지 찾아보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미실>이라는 소설로 유명한 김별아 작가님의 새 책 제목에서 “어우동”이라는 이름을 발견하고 적지 않게 놀랐다.

어우동이 실존인물이었다니……

그리고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서평단에 당첨되어 읽을 수 있는 행운을 잡았다.

 

조선 시대, 가부장 중심의 사회 속 부유한 집안 출신으로 어우동이 태어났다.

하지만, 고관대작의 집안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환경에서 자라진 못했다.

겉만 양반댁일뿐, 서로간의 사랑은 없고 아귀다툼에 욕심만이 가득한 곳이었다.

풍요롭지만 불행한 환경에서 자란 어우동은 분명 행복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결혼 역시 행복하지 못했다.

오히려 누명까지 뒤집어 씌어 소박맞기까지 한다.

나라도 복수심과 원망이 활활 불타오를거 같다.

하지만, 조선시대 여성의 지위가 하찮은 시대에 어우동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슬펐다.

고려시대까지만 해도, 어우동의 행실은 죄가 아니었다.

쿠데타 세력에 의해 새로 만들어진 조선왕실은 기존을 거부하고 다른 사상을 들여왔고, 여성은 하찮고 나약한 존재로 변해버렸다.

군대라는 남성중심의 사회가 장악한 사회는 비슷한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한편으로 “남자들이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랑에 빠진 여성은, 행복한 가정을 지키려는 여성은 남자로 인해 상처받을 수 있다.

이런 비슷한 상황은 요즈음에도 자주 발생한다.

어우동을 보면서 그녀가 시대의 희생양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조선시대, 남성중심의 사회라서 발생한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상처받고 이별한 사람은 그것이 여성이든 남성이든 모두 동등하며, 공정하고 공평한 잣대로 판단되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동안 어우동을 그저 섹시 심벌이라고만 생각했던 점이 미안했다.

어우동, 그녀는 섹시 심벌이 아니라 조선시대의 남성중심의 사회의 희생양인 가엾은 존재였다.

"혜린의 시체가 발견된 것은 토요일 오후였다"
이렇게 혜린이라는 한 여자를 죽여놓고 이소설은 시작된다.
더구나 눈이 내리지 않는 따뜻한 남부의 소도시 J시에 눈을 내려놓고, 혜린이라는 여자를 눈위에 누여놓고 시작한다.
그리고, "내가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 어쩌면 그것만이 그 후로 펼쳐진 모든 사건의 핵심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고백한다.

소설의 첫 단락의 내용이다.
사실 이 첫 단락을 읽을때만 해도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몰랐던 것 같다.
하지만, 소설을 모두 읽고 나면 이 첫단락의 묘미가 꽤 다시 들어난다.
김서진 소설가가 이 첫단락에 함축적으로 담기위해 고민했을 거라고 추측된다.

주인공 현재, 할아버지 윤조가 지어준 이름.
여동생 이름은 미래.
꽤 아이디어 번쩍이는 작명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현재를 중심으로 사건이 벌어지고, 그가 사랑했던 여자가 바로 혜린이다.
그녀를 사링했지만, 그녀를 버렸고, 그리고 그녀를 잃었다.
혜린을 잃은후 현재는 25년전 과거 같은 장소에서 죽은 여성 만리의 존재를 알게 되고,
죽은 혜린이 그녀에 대해 알아보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현재는 25년전 과거로 향하게 되고 그 끝에 자신의 이름을 지어준 할아버지를 만난다.

2월 30일생. 달력에 존재하지 않는 날.
그날 탄생한 여인과 그녀를 중심으로 밝혀지는 복잡한 가족사.
이 속에서 우리나라의 역사배경이 녹아나면서 꽤 섬세하고 감각적으로 풀어냈다고 생각한다.
꽤 가독성도 좋고, 미스테리한 분위기 속에서 베일을 벗어가는 구성도 흥미로왔다.
조금은 작위적이라고 할수 있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현대사와 잘 어울려져서 꽤 좋은 소설이 탄생했다고 본다.
김서진 작가의 소설은 처음이었는데, 그녀의 작품 <선량한 시민>도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신문기자 카밀은 커리 국장의 호출에 불려간다.

한건 터트릴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윈드 캡 사건의 취재를 이야기한다.

그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했던 카밀은 내키지 않았지만, 윈드 캡 사건의 취재를 향해 떠난다.

한주가 끝내기 전에 다시 시카고로 돌아오리라고 마음먹었던 카밀의 여행은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기나긴 시간속 특히 과거로 흘러간다.

 

이번째가 두번째 길리언 플린의 미스터리 소설이다.

<나를 찾아줘>에 이어 두번째 작품인 것이다.

두 작품을 모두 2014년에 읽었고, 자연스럽게 두 작품을 비교하게 된다.

거의 박빙수준이지만, 반드시 한개를 골라야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몸을 긋는 소녀>에 한표를 주고 싶다.

다만, 소설의 초중반부의 지루함을 견뎌낼수 있다면 말이다. ^^

한표를 <몸을 긋는 소녀>에 주는 이유는 몇가지가 있다.

한가지는 캐릭터이다.

개인적으로 카밀과 그녀의 가족들, 동생 엠마와 메리언, 그녀의 엄마 아도라의 캐릭터가 <나를 찾아줘> 남편 닉과 부인 에이미보다 더 끔찍했다.

그리고, 혈육간에서 일어나는 반 모성애적 행동들이 좀처럼 벗어날수 없는 틀속에 갇혀버린 느낌이었다.

몸을 긋는 소녀가 누구인지 들어나게 되면서부터 소설속이 들어나는 피비린내나는 잔인함보다는 냉혹함뒤에 서린 얼음장같은 소름끼침이 더욱 숨막히게 하는 느낌이었다.

왜 카밀이 커리 국장의 윈드 캡 사건 취재의 이야기를 꺼냈을때 손잡이를 그렇게 꼭 쥘수 밖에 없었는지 앞부분의 작은 행동이었지만, 무척 공감가는 부분이 되어버렸다.

카밀에게는 잊고 싶었던 과거이자, 아픔이자, 상처인 모든것들이 윈드 캡에 있었고, 그녀의 가족사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윈드캡 사건 취재는 결국 과거의 상처를 향한 여행이되었고, 그 속에서 다시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이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이런 인간의 깊은 본성속에 숨겨진 잔혹함이 싫다면, 그리고, 벗어날수 없는 틀속에서 버둥거리는 아이의 모습이 싫다면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나를 찾아줘>보다는 더 숨막히고 소름끼치는 순간들이 많고, 왜 아이들이 사랑속에서 커나아가야 하는지 너무나 잘 들어나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