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안 모리아티 작가의 소설을 처음 만난것은 <허즈번드 시크릿>이었다.
꽤 독특한 구성과 사건전개가 너무 매력적이라서 꽤 재미있게 읽었다.
한국에서도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읽어봤을 거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처럼 리안 모리아티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에 읽고 싶어질것이다.

운좋게 서평단에 당첨이 되어 가제본으로 먼저 읽어보게 되었다.
워낙 전작에 대한 매력을 느낀 상태에서 가제본을 받아보면서 기대감이 컸다.
결론적으로 먼저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리안 모리아티 작가의 스타일이 굳어지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명의 여자 주인공, 살인사건. 이 구도가 너무 비슷하여, <허즈번 시크릿>의 또다른 형태의 소설이라는 생각이다.
매들린, 제인, 셀레스트 이 세명의 구도가 학교라는 배경에 서로 얽혀가는 모습이 꽤 유사하다.
재혼했지만, 활달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매들린, 싱글맘으로 아이를 키우는 제인, 가장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는 것 같은 셀레스트.
이 주인공 세명은 서로 아이들을 매개로 친해지게 된다.

​이 책에서 꽤 영리한 구도가 하나 있는데, 바로 맨 앞장이다.
소설의 진행이 과거와 현재의 주인공들의 삶, 그리고 주변 인물들까지 복잡하게 얽혀나가기 때문에 책을 읽어나가는 핵심적 무언가가 필요한 소설이다.
바로 이부분을 맨 앞장. 여러사람의 증언이후 결국 살인사건이 발생했음을 이야기하면서 전체 소설을 끝까지 읽어나갈수 있게 해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고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지기 때문에, 읽는 이에게 복잡하고 서로 얽혀진 부분의 끝을 끝까지 집고 풀어나가게 해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것이다.
이부분에 대해 리안 모리아티 작가는 매우 영리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살인사건이 있었다.
퀴즈대회 밤행사에서 학부모들 사이에서 마찰이 있었고, 몇명은 부상을 입고 한명은 죽게 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누가 죽었는지, 누가 살인범인지를 밝히지 않고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그 퀴즈대회의 밤에 일어난 일을 궁금하게 만든다.
약간의 반전이 있고, 그 반전의 비밀은 바로 세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에서 찾아내게 될수 있는 구도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이도 없고, 결혼도 안한 싱글이라서 많은 부분은 공감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처음의 그 살인사건을 알고 싶은 호기심에 꽤 재미있게는 읽었다.
그러나, <허즈번드 시크릿>과 너무나도 유사한 구도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 같아서, 좀 아쉬움은 남는다.
개인적으로 초등학생의 학부모들이나 중년여성들이 이 책을 읽으면 꽤 공감하면서 재미있게 읽을수 있을 것이다.
책 소개를 보니, 이 소설이 HBO TV 미니스리즈로 방영이 된다고 하던데, 딱 드라마로 제작하면 좋을 소재라는 생각이다.
소설로 읽은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을 니콜 키드먼 (아마도 셀레스트이지 않을까?), 리즈 위더스푼 (매들린일거란 추측)의 드라마로도 다시 만나고 싶다.

구병모 작가 하면 떠오르는 책이 <위저드 베이커리>이다.

판타지 소설같지만, 철저히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는 소설을 쓰는 작가이다.

특히 섬뜩할 정도로 냉정한 현실을 판타지 소설에 그려 넣으면서 소설을 읽고 책을 덮은 다음에 드는 착찹함이 입에 오래 남는 그런 소설을 쓰는 작가이다.

이번 단편모음집 <빨간구두당>도 작가의 <위저드 베이커리>의 계보를 이어갈만한 단품선들이었다.

<아가미>라는 소설도 읽었지만, <위저드 베이커리>가 더 좋았고, 같은 계열인 <빨간 구두당>이 더 깊은 인상에 남았다.

같은 판타스틱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지만, 동화에 모티브를 둔 작품들이 더 매력적으로 친근하게 다가왔다.

아무래도 우리가 어릴적 자주 읽었던 동화였고, 권선징악, 해피앤딩으로만 일관하는 단조로움을 냉정한 현실을 기반으로 뒤집어내는 매력이 있기 때문에 나에게는 이런 점에서 더 공감되는거 같았다.

 

8개의 단편들이 수록되어있는데, 모두 어디선가 읽은듯 하고, 어떤 소설은 어떤 작품을 모티브로 하였는지 명확히 드러나기도 한다.

특히 <빨간구두당>은 안데리센 동화의 <빨간구두>가, <개구리 왕자 또는 맹목의 하인리히>는 개구리왕자와 또다른 동화가 섞인 분위기이고, <카이사르의 순무>는 순무가 나오는, <거위지기가 본 것>은 거위가 나오는 어릴적 읽은 이름 모를 동화에서 읽은것 같았다.
<화갑소녀전>은 <파란아이>라는 창비에서 출간된 모음집에서 이미 읽었던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성냥팔이 소녀>를 모티브로 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잔혹동화라고 말할수 있다.

하지만, 솔직히 이 동화가 현실로 옮겨온다면 일어날법한 이야기라서 잔혹동화라고 하기보다는 그저 동화를 모티브로 한 현실에 대한 냉확하고 섬뜩한 비판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마도 구병모 작가의 소설을 이야기를 빼더라도 <빨간구두>, <성냥팔이 소녀>만 보고도 현실세계로 옮겨와 상상을 하면 엄청나게 아플것이다.

회색 세상에서 빨간 구두를 신은 여자가 춤을 춘다는 것, 입김한번에 힘없이 꺼져가는 성냥을 파는 소녀가 길거리에 혼자 남는다면...

다들 이 상황이 얼마나 끔직한 결과를 초래할 확률이 높은지 잘 알거라고 본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와 비교하면 상당히 살기 좋은 곳쪽에 속해 있음에도, 동화속 주인공의 결과는 참혹하다.

따라서, 구병모 작가의 이런 소설에 100% 공감하며 박수를 보내며, 즐겨 읽는 이유이다.

가끔은 세상을 잊고 살고 싶지만, 어쩔수 없이 세상의 기운과 세상의 숨결과 세상의 흐름속에 맡겨진 몸이 바로 우리인 것이다.

우리를 닮은 이 소설들, 그리고, 그저 어릴적 기억만으로 남겨두기에는 아쉬운 우리의 추억들이 결합한 이 작품들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구병모 작가는 단편선에 더 강한 작가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 단편집이었다.

 

사실 허무맹랑한 소원을 빌지 않은지 꽤 오래전이다.
엄청난 부자가 되게 해달라고 하기보다는 조금 높은 이익률을 낼수 있는 재테크 관련자료를 뒤지게 되었고,
좋은 남편감을 만나게 해달라고 하기보다는 이제는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고,
여행지에서 즐거운 여행을 해달라고 빌기보다는 오늘 야근이 없기를 빌게 되었다.
이처럼 세상에서 공짜로 쉽게 주어지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사실 이제는 아무것도 빌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가끔 어디서 누군가가 나를 도와준다면을 생각하게 되다가, 그런 내 모습이 나약해 보여 화가 나기도 한다.
또한 세상이 모두 불공평하다는 것을 알게되고, 누군가는 내가 갖고 싶은 모든 것을 아주 쉽게 얻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화가 나기도 했다.
진짜 별로인 세상이다. 책 속 마법의 해변과는 달리.

이 책을 읽으면서 내모습을 자꾸 비교해 보았다.
나도 마법의 해변에 갔다면, 나는 무슨 글씨를 쓰게 되었을까?
돈, 휴식, 집 (사실 요새 세입자의 설움을 톡톡히 겪고 있는 중이다), 맛있는 음식....
아 이러고 보니, 내가 너무 슬퍼졌다.

책은 정말 쉽게 읽었다. 한 세번정도는 읽은거 같다.
한번 읽고 바로 다시 읽었는데, 참 도돌이표같은 이야기 같았다.
단순한 그림에 허무맹랑하면서도 미소짖게 되는 이야기.
바닷물이 들어오면 모든게 끝인 상황들.
꽤 오래전에 쓰인 책임에도 요새 읽어도 촌스럽지 않은 이야기.
그림은 마치 스누피에 영향을 주었을 원조스러운 단순함이 있었다.
참 좋은 책이라고 할수 있을지, 아니면, 동화책같다고 해야할지 구분되지는 않는다.
좀 더 이야기가 진행되었으면 어떻게 전개되었을지 상상하게 되고,
내가 저 마법의 해변에 도착했다면 어떤 것을 썼을지도 상상하게 되고,
해변의 아이들과 왕은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하게 되고,
빵과 잼 맛도 궁금해지게 되는 여러가지 궁금증과 상상력을 동원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책을 읽고나서, 조카에게 선물해주기로 마음 먹었다.
이제 초등학교를 다니는 두 조카가 이 책을 어떻게 읽어나가게 될지 궁금했고,
이 책을 읽고나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무척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아쉬운 점은 조카들의 이야기를 서평에 남기고 싶었는데, 바쁜 초등학생들때문에 아직 그럴 기회를 갖지는 못했다.

누구나 마법의 해변에 도착한다면, 나와같이 현재 절실히 고민하고 있는 이야기를 적게 될거라고 생각된다.
아이들과 함께 읽어 서로의 생각을 나누기 참 좋은 책이라는 점에서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