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굉장히 묵직했다. 목차를 보고 선택했을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나 두꺼운 책이 배송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지.. 단순히 우리 집에 강아지(라고 하기엔 많이 늙은 할아버지 개)가 살고 있기 때문에 '읽어볼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 의해서 선택하기도 했지만, 목차의 여러가지 이야기들중 노견에 관해 다룬 부분도 존재하기에 지금 우리 집에 함께 사는 개에게 좋은 팁이 있을 것 같아서의 이유가 더 크다. 물론 책을 읽고 대처하는 것보다 좋은 선택은 집 주변의 동물병원을 자주 드나들면서 우리 집 강아지의 주치의를 만들어주고 수시로 건강체크 하는 것이고, 이와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에서 훈련을 받고나서 같이 사는 것이다. 그러면 아마 강아지는 말썽도 안 부리고 튼튼하게 같이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냥' 강아지를 키우고 있고, 설사 교육을 받았다 하더라도 키우다 보면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같이 살고 있는 이들은 '살아있는 생물체'이기 때문에 어떤 순간이 다가올 지는 예측 할 수 없는 부분이고, 미래의 어떤 상황에 대해 당황하지 않도록 최대한 상대쪽의 입장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는 게 내 입장이다. 그래서 눈이 갔던 건지도 모르겠다.....라고 적어보지만 역시, 강아지와 대화한다는 게 궁금해서이기 때문이다. 강아지와 대화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하는 건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모든 애견인들에게 해당되는 말일테니 말이다.

 

우리 집에는 내가 중학교 3학년 시절 입양 온 '똘이'라는 수컷 요크셔테리어가 살고 있다. 엄마가 가게를 하던 시절, 이웃 가게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똘이를 발견하고 입양을 해 왔다. 알레르기가 있어 개를 기를 수 없다고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물론 내 기억이 왜곡됐을 가능성은 농후하다), 집안에서 키우는 요크셔테리어를 가게 밖에 묶어서 키우던 걸 엄마가 얼마의 돈을 주고 넘겨 받은 것이다(이건 꽤 분명히 기억난다). 무튼 그로부터 햇수로 13년이 지난 현재까지 우리집에서 별 탈없이 같이 지내고 있다. 애초에 애기때 우리집에 온 게 아니라서 몇 살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일단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같이 살고 있기에 개들 나이로 따지면 이제는 파파 할아버지가 됐다. 그래서 우리가 부를 때 '똘이할배'라고 부르곤 하는데, 이 녀석은 그 뜻이 뭔지 알까. 요즘엔 하루가 다르게 잘 못 듣는다. 아주 큰 소리가 아니고는 반응을 하지 못하고 있고, 눈도 점점 시력이 안 좋아지는건지 눈앞에 그림자만 나타나도 버럭버럭 하곤 한다. 그래도 잘 먹고 잘 싸고(?) 목청 좋게 짖기도 잘 짖어서 앞으로도 몇 년은 끄떡 없을 것 같긴 한데, 함께 살 날이 얼마나 남은건지 잘 모르겠어서 이젠 할배를 볼 때마다 마음이 짠하다.

 

강아지와대화하기, 처음북스

제목을 보고 선택한 책이었다. 감성이 뚝뚝 떨어질 듯한 제목이 아닌가.

<미워했다면... 사랑한 것이다>라는 제목 자체가- 

하지만 실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아닌 둘이 등장한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광고하면서 사랑하지 않는 둘이 등장하다니. 이 책은 처음부터 아이러니했다. 첫 장을 읽어보니까 사랑하지 않기만 하면 다행이게. 사랑하지 않으면서 미워하기까지 하는 둘이 등장했다. 그런데 외려 그것이 사랑했던 거라고 단정짓는 책 제목에 고개를 갸우뚱 하며 책을 읽어나갔다.

미워했다면사랑한것이다

악동뮤지션 에세이 <목소리를 높여 high!>

 

 

 

 

이 서평단은 신청자가 많았고, 나는 북피니언 시작한지도 얼마 안 됐다. 악동 뮤지션은 이제 갓 데뷔를 한 그룹임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많았고, 그러니 나는 기대를 안 하고 있는게 맞는 거였다. 그래도 혹시나...하며 확인해 봤는데 정말 운 좋게 당첨됐다. 사실, 당첨확인을 보고는 긴가민가 했었다. 내 닉네임과 비슷~한 닉네임이 당첨자 목록에 올라와 있는데 내 닉네임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썸탔나요...) 긴가민가. 내 닉네임인 luznaile과 비슷한 닉네임을 보면서 책이 배송될 지도 모르니 기다려보자 생각했다. 영어 닉네임은 나밖에 없을거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나를 그렇게 했고, 다음날 진짜 배송되어 왔다. 와우!!

 

 

 

 

 

 

하얀 옷을 입고 있는 악뮤 남매와 하늘색 표지, 그리고 곳곳에 그려진 일러스트가 참 아기자기한 책이다라는 느낌을 갖게 했다. 그리고 역시 책의 구성도 아기자기했다. '음악 에세이'라고 표지에 써 있는 부분이 내가 관심을 가졌던 부분인데, 음악 에세이라기보다는 악뮤의 지난 1년간의 일기장을 보는 듯 했다. 그래서 서평의 제목도 "악뮤 다이어리"로 정했다. '음악 에세이'라는 부분에 내가 기대를 꽤 많이 했었나보다. 글을 읽으면서 아쉬운 부분이 존재했다. 음악을 어떻게 만드는지, 작사는 어떤 느낌을 가지고 하는지 그런 부분에 대한 호기심으로 인한 아쉬움. 나와 같은 느낌을 갖고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과한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해주고 싶다. 악뮤의 개인적인 이야기들과 K-POP 스타의 뒷 이야기 등이 알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강추!

 

 

책의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번째는 K-POP 스타에 참여하기 전의 몽골 이야기다. 몽골로 가게 된 한국인 남매의 학교 생활 이야기, 홈스쿨링을 선택하게 되면서 시작된 자신과의 싸움, 음악과의 첫 만남. 몽골이라는 나라는 참 가까운 듯 느끼면서도 실상 알고 있는게 거의 없는 나라라 악뮤 남매의 몽골 생활 부분은 낯선 느낌이 강했다. 여행기처럼 느껴지지도 않는것이 그렇다고 친근하게 느껴지지도 않는 것이.. 그러나 두번째 내용인 K-POP 스타 도전기 때는 아는 이름들이 막 보이니까 신도 나고 흥미롭기도 했다. 경험을 쌓고 싶어서 도전했던 K-POP 스타에서 자꾸만 생기는 음악적 욕심과 시청자들의 기대, 생각만큼 나오지 않는 음악 퀄리티 사이의 고민들에 대한 이야기와 또래들과 어울려서 노는 악뮤의 이야기는 저절로 눈웃음을 짓게 했다. 아무래도 오프 더 레코드의 이야기니까 더 흥미로웠던 걸지도. 마지막은 YG 입성 후 데뷔까지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아직은 아이임에도 어른들의 사회 속에 편입되어 하나씩 배워 나가는 중인 남매에 대한 이야기- 빅뱅 콘서트에 게스트로 섰던 수현이의 두근거리는 마음도 묘사가 되어 있고, 여자 연예인이라면 누구라도 거치는 다이어트에 대한 이야기, 찬혁이의 작사 작곡에 대한 이야기 약간, 어른들의 세계에서 고민하는 청소년 이야기까지. 이 책에는 악뮤의 모든것? 이라고 하기에는 모자라겠지만 그래도 악뮤의 많은 것들이 담겨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악뮤가 더 가까워진 느낌이라고나 할까.

 

 

나는 무엇보다 책의 세 번째 파트부분이 가장 좋았다. 아무래도 화려한 이야기기도 하고, 궁금한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수현이의 글보다 찬혁이의 글쪽이 더 좋았는데 이건 뭐 개인취향이다.

 

십대와 어른 사이에 있는 강, 그곳에 놓인 다리 위에 앉아서 나는 어른 쪽을 바라보기도 하고 아직 십대인 쪽을 바라보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좋은 어른, 좋은 뮤지션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스무 살까지는 아마도 다리 위에서 양쪽을 바라볼 것이다. (199쪽)

 

세상에 같은 꿈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데 놀랐다. 그 순간, 우리는 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뮤지션이 꿈인 사람들 그 누구와도 닮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239쪽)

 

어느 날 커다란 사과 하나가 반쪽으로 톡 갈라졌다. 다음 날 다시 반쪽으로, 다시 반의 반쪽으로, 반의 반의 반쪽으로 쪼개지는 시간들을 견디고 있다. 왠지 모르게 아릿하고 아프지만 뭔가 풍성해진 기분도 든다. 쪼개면 열두 조각, 스물 네 조각, 아니 더 많은 조각의 사과가 된다. 그 사과 조각들은 모으면 다시 온 사과가 되는 것처럼, 첫번째 곡 '갤럭시'부터 마지막 곡 '물 만난 물고기'까지 다시 더해 동그란 사과가 되게 퍼즐을 맞추고 또 맞춘다. (259쪽)

 

 

수현이의 글은 좀 어린티가 난다고 해야하나. 그런데 그런 어린아이의 마음에서 나온 글들이 사람 마음을 톡 건드릴 때가 종종 있다.

 

이상한 점은 100점 만점에 80점, 70점.... 점수가 매겨질 때는 두렵지 않았는데, 점수가 전혀 매겨지지 않으니 더욱 겁이 난다는 사실이다.

'이만큼 하면 될까?'

순간순간 나에게 묻는다. 자신과 자기 인생을 책임지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두려움과 불안도 떠안아야 한다는 것을 안다. (234쪽)

 

 

큰 무대에 서보니 사람들이 열광할수록 더욱 에너지가 넘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게 무대가 가진 힘이었다. 관객들의 열정을 고스란히 끌어다 다시 몇 배로 관객에게 돌려주는 것, 바로 무대에 선 아티스트의 힘이었다. (248쪽)

 

 

 

 

어린티가 많이 나는 아직은 아이들인데, 의젓하게 맡은 바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는 게 안쓰럽기도 한 한편 대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저 어린 나이에 저렇게 앞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는 아이들도 있는데 나는 지금 뭐하는건가, 되돌아보게도 되고 말이다.

 

이 둘은 결코 운만 좋다고 말할 수 없다. 운이 왔을 때 그 운을 잡지 못하고 놓쳐버리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그것에 최선을 다할 때의 결과가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몸소 보여준 악뮤의 다이어리를 보면서, 앞으로 우리나라 음악계의 미래는 밝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로 서평을 맺는다.

 

 

 

 

 

 

 

마리북스 블로그 서평단 당첨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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