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허벅지>라는 다소 선정적인 제목을 가진 책을 처음 마주했을 때, 나는 무슨 생각을 했더라. 처음에 책을 마주하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첫 장을 딱 펼쳤을 때 보이는 '왠지 핀트가 어긋난 것 같기도 하고 원래 그런 건가 싶기도 하고'라는 두 문장을 봤을 때는 "이 책 왜인지 재미있을 것 같아"라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기본적으로 나는 유쾌하면서도 즐거운 글들을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여자가 들려주는 여자 이야기다. 어쩌면 여자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는 남자들에게 환상을 와르르 무너뜨릴 수도 또는 다른 환상을 심어줄 수도 있는 그런 책. 내가 생각하기로는 많은 남자들에게 대체로 전자일 것 같지만 말이다. 사실 여자가 보는 여자는 조금 더 객관적일 수 밖에 없다. 그다지 감정이 개입하지 않거든. 왜 '여자는 여자가 봐야 안다. 남자는 남자가 봐야 안다'라고 하지 않나. 드라마 속 여자사람친구, 남자사람친구들이 각각의 친구들에게 하는 말들 중 꼭 나오는 문장 중 하나. 어찌보면 당연한 거다. 쟤의 행동의 '의도'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동성일 수 밖에 없으니까. 그러니 이 책 속의 여자라는 존재는 가닥가닥 파헤쳐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여자가 여자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마음 먹었는데 파헤쳐지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말이지.

 

그 중에서도 <여자는 허벅지>에는 '가모카 아저씨'라고 책에 자주 등장하는 남자 사람이 하나 있는데, 이 남자와 작가의 의견차이에 대한 이야기들이 꽤나 흥미롭다. 작가는 어떤 의문이 들면 '가모카 아저씨한테 시험해보자'라며 의견을 구한다. 그러면서 알게 되는 남녀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솔직하게 풀어낸다. 남자가 세일러복을 입은 여학생에게 품는 환상을 깡그리 없애버리기도 하고(세일러복을 입은 여학생), 밤의 잠자리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하기도 하고(남자의 빗나간 예상), 남자들의 사이즈, 횟수 부심에 대한 일침도 (남자의 성적 능력), 여자와 남자의 인생 3대 쇼크에 대해 이야기 한 것도 흥미롭다. 작가는 여자의 3대 쇼크는 '성에 대한 지식을 처음 접했을 때, 결혼생활, 얼굴의 늙음을 확인할 때'로 꼽았다. (남자의 3대 쇼크, 여자의 3대 쇼크)

 

이런 방대하게 다른 남과 여를 대하고 있자니, 이런 문장이 딱이다 싶다. 남자와 여자는 정말이지 차이점 투성이다. 이 상태대로라면 죽을 때까지 서로를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153쪽)

 

사실 위에서 이야기했던 모든 이야기들은 <여자는 허벅지>는 다나베 세이코라는 작가가 71년부터 90년까지 1주일에 한 편 씩의 에세이를 무려 20년동안 주간지 <슈칸분슌>에 연재했던 분량 중 일부분이다. 정확히 기간을 한정하자면 71년부터 77년까지의 글을 모은 게 이 <여자는 허벅지>라고. (책에 들어가기 전 왼켠에 작게 쓰여진 글씨들이 그렇게 말해줬다.) 20년대 후반에 태어난 작가의 나이가 40살 즈음부터 쓰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글에서 거칠 것이 없다.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나 적나라하게 할 수 있을까?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 글들은 모두 70년대에 쓰여진 글인데 읽다보면 자꾸 잊어버린다. 물론 글 속에서 등장하는 클래식한 (혹은 오래된) 생활상이 언급되면 그제서야 시대를 되뇌게 된다. 아, 이거 예전 글이었지.

 

현재에 읽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아서일까.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여자는 허벅지>는 어디 굉장히 분위기 좋은 선술집에서 복작복작한 사람들 틈에서 어른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가모카 아저씨와 다나베 세이코의 '여자는 이래야돼!' '왜 여자가 그래야 돼!'의 싸움을 술이 살짝 오른 자리에서 듣고 있는 느낌. 술자리에서 나올 수 있는 야한 이야기가 기본적으로 깔리고, 사람에 대한 애정이 깔려 있는 글이라 과격하고 조금은 거친 이야기라 할지라도 거부감이 들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 시원시원한 화법의 작가는 독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강요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눈을 뗄 수도 없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고 말이다.

 

책 속의 여자사람을 상상한다면 아마 상상 속 여자 사람의 모습이 와장창 깨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아마도 내가 살아보지 않은 나이대이긴 하지만, 살아온 사람이 이야기하는 여자의 모습이란 틀릴리 없을테니. 그래서 붙여주는 '여자환상 브레이커'라는 책의 닉네임.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다.

옛날이든 지금이든 여자는 변하지 않았다. 몸가짐이 나비 같은 여자라니, 그런 여자가 있을 턱이 있나. (70쪽)

 

 

 

* 인터파크도서 신간리뷰단을 통해 제공된 도서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여자는허벅지, 다나베세이코, 바다출판사

바야흐로 취업철(?)이다. 봄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예쁜 사랑을 꽃피울 계절이기도 하지만, 각 기업의 공채를 위해 피땀흘려 노력한 것들을 내보여야 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 '노력'들 중 하나에 꼭 들어가는 것이 '면접'이고. 아무래도 1차 서류면접과 인적성시험을 통과해야 볼 수 있는 것이긴 해서 상대적으로 모든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은 아니긴 한데, 그렇다고 노력이 안 필요한 부분은 또 아니니까. 요즘엔 한국 기업들에서도 쏠쏠하게 영어 인터뷰(영어 면접)를 하는 듯 하다. (영어 자기소개서에도 무너지는 판국에 말이다) 나날이 영어 면접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데, 여기 2010년에 1쇄를 펴내고 인기에 힘입어 이번에 2쇄 개정판을 내게 된 책 한 권을 소개한다. 제목도 꽤나 직관적인 <영어 면접 매뉴얼>이라는 책이다.

 

 

 

 

너나 할 것없이 누구나 긴장하게 되는 면접. 거기에서 나올 수 있는 질문이란 것은 어쩌면 뻔할 것이다. 면접관들은 앞에 앉아있는 사람에게 단 시간내에 많은 것을 파악해야 하고, 취업준비생은 그 질문에 자신의 많은 것을 내보이고 자신감 있어 보이되 자만해보여서는 안 된다. 사실 면접에 대한 이론은 아마 누구나 '빠삭'하지 않을까 싶다. 면접이라는 것은 중고등학교, 대학교에도 거쳐왔던 시간이니까. 동아리에 들어갈 때도, 알바자리를 구할 때도 우리에게는 늘 면접이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니 그곳에서 나올 수 있는 질문이라는 것은 한정적이다. 누구나가 생각할 수 있는 질문, 그리고 누구나가 대답할 수 있는 질문. 하지만 낯선 장소, 낯선 사람들, 취업에 대한 긴장감, 더불어 영어로 말해야 한다는 부담감까지 더해진다면 어쩔 수 없이 머릿속이 새하얘질 수밖에 없다. 긴장하지 않는 것이 최대한의 노력이라지만 그것이 어디 쉽던가. 그러니 긴장한 상태더라도 최선의 대답을 내놓을 수 있도록 많은 것을 연습해 갈 수밖에 없다. 우리엄마가 평소에 잘 하는 말인데, '무의식 중에도 누군가 옆에서 툭 치면 예상답변이 줄줄 나오도록' 말이다.

 

 

 

 

<영어 면접 매뉴얼>은 전공과 무관하게 외국계 항공사 면접을 봤던 이가 직접 쓴 책이다. 자신의 경험담이 담겨 있고, 어찌보면 합격자가 알려주는 예상답안 같은 느낌도 든다. "이 책에서 제가 여러분들께 도움을 드리고자 하는 바는 '나'에 대한 면접관의 관심도를 높여줄 수 있는 조언, 채용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 줄 답변 부분입니다."라는 저자의 말이 내 느낌과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잠깐, 하나 알아둘 것이 있다. <영어 면접 매뉴얼>은 '항공사' 면접 위주로 되어 있다는 것! 직업적인 디테일을 물어보는 내용들은 전부 항공사와 관련이 되어 있다. 자신의 경험을 살렸으니 아무래도 당연한 거겠지만. 그러니 이 책은 외국계 항공사 영어 인터뷰를 준비하는 이들에겐 가뭄의 단비같은 책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굳이 항공사를 준비하는 이들만 보라고 하기엔, 자신을 소개하는 부분과 자신을 적당히 드러내는 부분, 자신의 학과와 성장과정 등을 이야기하는 부분 등 일적인 부분들을 제외하고는 참고할 것들이 아주 많다. 그러니 다른 계열 영어 인터뷰를 준비한다고 이 책을 멀리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참고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영어 면접 매뉴얼>은 크게 몇가지 패턴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제일 첫번째 문항인 '자기소개' 파트를 가지고 설명한다.)  

 

 

 

 

 

일단, 저자가 나눈 주제별로 면접에서 자주 나오는 질문들을 첫 페이지에서 소개한다.

책 속에 큰 주제는 대략 20개 남짓. 거기에 챕터별로 여러개의 소주제로 나누어지는 것까지 합하면 꽤나 많은 질문들을 접해볼 수 있다.

 

 

 

 

질문을 했으면 응당 대답을 할 차례.

하나의 질문에 대해 꼭 필요한 항목들, 면접관들이 체크하는 항목들에 대한 내용들을 바로 아래쪽에 쭉 나열해 놓는다. 책에 여러 예시들이 소개되지만 그와 똑같은 말을 할 수는 없을테니, 참고할 때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이를테면 문장을 구성할 항목들을 이야기해주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답변에 어떤 것들이 들어가면 되는지 알았으니 이제는 실제 예시 답변을 볼 차례다. 자신에게 맞는 항목이 있다면 약간 변형해도 좋고, 변형하지 않은 채로도 간단하면서도 여러종류의 답변들이 주욱 나열되어 있다. '골라쓰세요'라는 저자의 말이 딱 들어맞는 시점.

영어 문장 옆에는 바로 한글로 해석도 되어 있으니, 영어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은 선택지이지 않을까 싶다.

 

 

 

 

한 문장씩 이루어진 예시 답변들이 끝나면 저자가 생각하는 최고 좋은 답변들이 여러개 등장한다. 일종의 예시로, 이런 식으로 문장을 구성하면 된다고 알려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 '샘플 케이스' 옆에는 어떤 상황인 사람이 이야기하면 되는지에 대한 것들도 자세히 나와 있으니, 문장 구성에 대한 안목을 키울 수 있는 파트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거기에 깨알같이 옆의 예시문이 왜 성공한 예시문인지에 대한 노하우도 정리되어 있으므로, 한쪽에 있는 팁이라고 무시하지 말고 꼭 읽어보고 넘어가자. 또한 중간중간 들어가 있는 면접에 대한 여러 읽을거리들도 한번쯤은 봐두면 좋을만한 이야기들일테니, 공부하기 싫을 때 읽어보는 걸 추천. (그리 심오한 내용이라거나, 꼭 필요한 내용은 아니지만, 읽어두면 좋을 내용들이다.)

 

 

 

넥서스의 여타 다른 영어책들이 그러하듯, <영어 면접 매뉴얼>에도 부록이 존재한다. 바로 무료 mp3이다. 

http://me2.do/5daLaaz3 바로가는 사이트 주소는 이곳이나, 넥서스북 홈페이지에서 <영어 면접 매뉴얼>을 직접 검색해도 된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다운로드' 코너가 따로 존재하는데,

여기서 책을 구매한 사람들만이 이용할 수 있게끔 만든 인증 시스템을 거치면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정답은 책 페이지만 제대로 찾으면 절대로 어려운 것이 아니니 걱정하지 말고 책을 찾아보길 권한다.

(대체로 1~2단어를 쓰는 것인데, 무조건 대소문자 구별은 필수!)

 

 

 

 

그러면 위와 같이 알집을 하나 다운 받을 수 있는데, 총 84개의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친절하게도 mp3는 각 챕터별 번호들로 구성되어 있으니 그 번호들을 찾아 들으면 된다. 핸드폰에 넣어놓고 수시로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영어 면접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니 발음에 대해 왈가왈부를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많이 들음으로써 해당 문장들이 익숙해지는 효과를 느낄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mp3 번호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영어면접을 낯설어할 사람들에게도, 영어면접을 당장 준비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도 꽤나 중요할 듯한 이 책. 승무원인 이들이 보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고, 그게 아니더라도 영어면접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을 공부하고 싶다면 이 책을 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여러 예시문장들과 더불어 이렇게 mp3까지 제공되니 말이다. <영어 면접 매뉴얼>은 책 이름처럼, 영어면접이 어렵고 힘든 이들에게 꽤나 단비같은 책이지 않을까 싶다.

 

영어면접매뉴얼, 강민경, 넥서스

많은 사람들이 그럴테지만, 나는 <마녀사냥>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곽정은'이라는 사람을 처음 알게 됐다. <마녀사냥>에서 보여줬던 속 시원한 말들은 '여자가 저렇게 이야기해도 될까'라는, 여전히 구태의연한 생각을 하고 있는 여러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듯 했었다. 여자를 '여전히' 여자라는 작은 틀 속에 가둬둔 채 촌스러운 생각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물론, 여전히 어딘가 모르게 생각하는 것이 구식같고 촌스러웠던 나에게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줬고 말이다. (500년을 넘게 이어온 '여자가 감히' 혹은 '여자가 어디!'라는 생각은 앞으로도 쉽게 고쳐지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프로그램이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서점에서 그녀의 책을 발견했을 때 반가웠다. 냉큼 집어 들고 집으로 왔고, 그게 <내 사람이다>라는 그녀의 책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개정되기 전인 책인 표지에 입술이 찍혀 있는 책이었는데, 그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옛 사람들에 대해 발랄하고 가감없이 여러 이야기를 했었다. '내 사람'이라는 것은 자신과 스쳐갔던 인연이 있었던 이들을 이르는 말로, 원래 글 쓰는 사람이었어서 그런지 참 잘 읽히면서도 유쾌한 책이었다. 모두 실존 인물이라고 했었는데 그들이 자신을 책 속에서 발견한다고 해서 기분이 나쁘지 않을.. 아니 나쁠 수도 있겠다. (그 사람이 왜 싫었는지에 대해서도 가감없이 나오니까) 하지만 제 3자가 보기엔 <마녀사냥> 속 그녀의 화법처럼 '속 시원한' 이야기들이었고 재미있었다. 그 이후 나왔던 <혼자의 발견>은 너무 유명하니까 생략. 이 책은 달출판사에서 나온 <내 사람이다> 이후 3번째 작품이자,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타인의 이야기에 조언을 해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실 표지만 봤을때 가질 수 있는 느낌은 '책이 예쁘다'였다. 올 봄 유행색상인 로즈쿼츠와 세레니티를 사용한 예쁘고 고급스러운 색깔이 눈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목인 <우리는 어째서 이토록>을 보면서는 '또 그녀의 사랑이야기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랑에 관한 거의 모든 고민에 답하다'라는 한 줄 문구를 보면서도 책이 가늠이 되지 않았으니까. (모든 책은 표지에 적힌 몇 줄로는 가늠하기 힘든 법이니 말이다.) 첫 장을 펼치고 프롤로그 '당신은 결국 괜찮을 겁니다'를 읽으면서야 알게 됐다. 이번에만큼은 책에 온전히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집어 넣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이 책 <우리는 어째서 이토록>은 자신에게 왔던 수많은 사연들에 대한 '답변'이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낸다는 것'은 꽤나 놀라운 일이었다. 사랑에는 어떤 것이 무조건 옳고 그름이란 없는 것이니 말을 전하는 입장에서는 그 말의 무게가 여타 다른 말들과 같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조언이 누군가의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책임감 또한 존재하는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어긋남이 나를 살렸고, 상처가 나를 성장하게 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상처받고, 회복하고 동립하는 그 과정이, 결국 우리가 세상과 만나고 삶을 받아들이는 과정과도 맞닿아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라는 프롤로그의 그녀의 말처럼, 사랑에 대해 모든 것을 알 듯한 그녀 역시 여러 번 상처를 겪어 그 상처가 아물고 성숙해진 것이기 때문이라는 전제가 깔린다. 그 전제라는 것은 자신이 겪은 많은 시간들의 축적이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전제된다. 그 전제들을 이렇게 밝혀두는 것은, 그녀 또한 아직은 사랑에 아파하는 아직 모든 것을 아는 존재는 아니라는 것을 밝혀두기 위해서다. 그녀의 말이 곧 정답은 아니며, 결국 선택은 사연 당사자들의 몫임을 명확히 해 두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는 어째서 이토록>을 읽어나가면 나갈수록 곽정은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다정한 사람인지를 깨닫게 된다. 그녀는 모든 조언들을 정답처럼 이야기하지 않는다. 자신이 받게 된 한정된 정보로 사연을 보낸 이들의 마음과 상황을 충분히 헤아려보려 노력하고, 거기에서 오는 그 사람의 상실감과 절망감 같은 여러 감정들을 보듬어 준다. 힘든 사람들에게는 같이 공감해주면서 옆에 있어주는 것이 그 어떤 위로보다 위로가 되는 법이라고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그녀가 딱 그렇게 행하고 있었다. (물론 말로써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 상황에 대한 가늠이 끝나면 사연에 등장하는 상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선택권은 여전히 사연 당사자에게 넘겨준 채 '선택은 네 몫이다'라는 결론이 꼭 들어가 있지만(그게 맞는 것이고 말이다.) 최대한 사연 당사자에게 잘 먹힐 수 있는 이야기들이 책 전체에 고루 퍼져 있다. 다정하지만 냉정할 때는 꽤나 냉정하게 몇 줄로 글을 마무리하기도 하고, '감당할 수 있겠냐'며 되묻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건, 아마도 그녀는 그 상황에서 생각할 수 있는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나열해 주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하나를 골라잡는 것은 당사자의 선택이겠지만, 적어도 다른 경우의 수에서 어떤 상황이 생길 수 있는지를 많이 전달해줘서 최대한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은 마음이 느껴졌달까. 사연의 경중은 그 누가 와도 따질 수 없는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죽을 힘을 다해 고민하고 있을 이야기에 대해서 함부로 재단하고 싶지 않다는 그녀의 마음이 느껴졌달까. 어찌보면 비슷한 느낌의 이야기들을 대하면서도 어느 한쪽을 허투루 대하지 않았다. 사연 당사자가 아님에도 책을 읽는 내내 느껴졌던 그녀의 마음들은, 그녀의 조언은 따뜻했고 다정했으며 날카로웠다.

 

자신의 취향을 강요하는 연인때문에 힘들어 하는 이에게, 연인이 남자사람친구가 많은 것이 고민인 이에게, 끊임없이 잔소리를 하는 연인에게 지쳐가는 이에게, 취미 생활이 다른 연인때문에 고민인 이에게, 연인의 말투때문에 고민인 이에게, 질투를 하지 않는 연인때문에 고민인 이에게, 그리고 이외의 많은 이들에게 전하는 그녀의 일괄된 메시지는 '툭 터놓고 이야기를 해 보세요'라는 조언이다. 결국 사랑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소통이 되지 않을수록 한쪽이 점점 힘들어지는 것이라서 말이다. 상대의 마음이 상하지 않게, 서로 언성을 높이며 싸움으로 번지지 않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 자신의 힘든 점을 상대에게 전부 이야기할 수 있는 것. 누군가가 이야기하듯 사랑은 파워게임이 아니다. 자신을 드러내면 드러낼수록 게임에서 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랑은 게임이 될 수 없고, 그렇기에 자신을 온전히 내보이는 것만이 상처입을지언정 겪어야 하는 과정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어쩌면 당연해야 할 것들이 '사랑'이라는 이름 하에 무시되어 버리는 건 아닌지. 

 

우리는 어째서 이토록 사랑이 어렵고 힘들까. 늘 똑같은 모양의 사랑을 할 수 없어서, 세상에는 사람들의 수만큼 딱 그만큼의 사랑의 모양이 있기 때문에, 그렇기에 세상 모든 이의 사랑은 때론 무겁고 때론 힘들고 때론 아프다. 그래서 사랑을 통해 얻는 행복함의 반작용이 아픔이라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 반작용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서로에 대한 깊은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꼭 기억해야 할 옵션이라고도 생각해본다. 그 많은 수의 사랑엔 정답이 없고, 정답이 없는 문제를 풀고 있는 우리는 계속 사랑을 해야하는 존재들이니까.

 

 

 

 

우리는어째서이토록, 곽정은,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