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남자'들의 '요즘 연애' 이야기가 담긴 책이 나왔다. 책 이름은 <요즘 남자 요즘 연애>. 책 이름이 꽤나 직접적이다. (제목에서 언급하는 '요즘 남자'라는 것은, 특별한 남자의 종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닌 그냥 현대를 살아가는 남자들을 에둘러 표현하는 말일 뿐이다.) 세상이 많이 변화한만큼 연애의 모습도 많이 바뀌었고, 남자들의 모습도 그대로인 듯 많이 바뀌었다. 어디가 어떻게 바뀌었다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연애에 관해 꽤나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이 책에서 '요즘 남자'들의 속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요즘 남자 요즘 연애>의 성격은 저자의 '책머리에'에 나온다. "엿보기 어려웠던 남자들의 수다를 풀어냈지만 꼭 남자들만의 이야기는 아닐 거다. 이해와 이별 사이에서 지금도 고민하고 있을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6쪽)" 라고. 그러니까 <요즘 남자 요즘 연애>는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이다.

 

보편적인 사랑이야기라고 한다면 누구나가 생각하는 그런 사랑 이야기가 맞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사랑을 하고, 만나기만 하면 꿀 떨어지는 시간들을 지나, 함께 있어도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느끼게 되는 그런 시간들을 거쳐, 이별에 이르기까지의. 하지만 그런 보편적인 이야기들 속에서 보편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주체가 남자 넷이라는 것이다. <섹스 앤 더 시티>의 남자 버전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던 작가의 바람대로 하는 일도 성격도 다른 네 명의 남자들은 여자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수다'를 선사한다. (<요즘 남자 요즘 연애>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만났던 신선함은 '남자들의 수다'였다.) 여자들의 시시콜콜함에 견줄 바는 아니지만, 남자들의 수다도 또 다른 매력이 있는 듯 했다. 수다에는 늘 술이 빠지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

그럼 작가가 만들어낸 <섹스 앤 더 시티> 남자판 등장인물 소개를 좀 해 볼까. 먼저 화자인 '나'가 있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투영한 듯 한 주인공인데, 에세이 속 이름은 '태희'이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연애칼럼을 쓰는 일을 본격적으로 하는 중이다. 여자는 믿지 않지만 사랑은 믿는다는 주의. 그리고 그의 고등학교시절부터 친구인 '준'은 현재는 소셜데이팅앱을 개발하는 벤처기업 대표이자, 과거에는 애널리스트와 게임 tv 아나운서 등의 직업을 가졌던 화려한 직업란의 소유자. 사랑에 데인 기억이 너무나도 커 여자는 믿지만 사랑은 믿지 않는다. '주영'이라는 친구는 인간문화재 아버지를 따라 가업(아버지는 칼을 만든다)을 잇는 게 싫어 집에서부터 도망쳤다. 현재는 요리사. 여자와 사랑 모두 의미가 없다며 믿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 친구 '세운'은 기간제 교사로, 여전히 여자와 사랑 전부를 믿는 쪽. (챕터 1의 3번 이야기 참조) 프롤로그에서 태희가 실연을 당하자 모두 솔로였던 친구들이 의기투합해 그에게 위로 비슷한 걸 건네는 부분부터 본격 등장하는 4명의 친구들은, 여자에 대해 꽤나 솔직하면서도 대담하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 와중에 구구절절 옳은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말들이 속속 등장하는데, 여자인 내가 봐도 공감가는데 남자들이 보면 얼마나 더 공감할까 싶은 내용들이 많았다. 여자로서는 '아, 남자들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엿볼 수 있는 꽤 재미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풀리지 않는 매듭은 그냥 잘라버리는 편이 나아." 남녀 관계 역시 그렇게 꼬여버리는 순간이 있는 것 같다고. 아무렇지 않게 내버려뒀던 감정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복잡해져서 도무지 어찌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오면, 그냥 그땐 잘라버리는 게 나은 것 같다고 말하며 유턴을 했다. (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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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는 태희와 친구들의 이야기가 1인칭 소설처럼 혹은 에세이처럼 이어진다. 그 이야기들 사이에는 유기적인 관계가 있어서 하나의 이야기가 끝날 때 하나의 챕터가 끝나는 식이고, 앞의 이야기와 뒤의 이야기가 굉장한 텀을 두고 혹은 짧은 텀을 두고 이어지기도 한다. 쉽게 읽히고 그래서 흥미로웠다. 이들이 경험하는 이야기들이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들, 거기에 남자의 이야기들을 여자가 보더라도 괜찮을 만큼 '순화'해서 적어놓았으니 말이다. (실제 남자들끼리의 이야기들은 순화하지 않으면 여자들이 많이 낯선 법이라 했다.) 그 와중에 연보라색 종이에 적힌 이야기들은 태희와 친구들의 이야기와는 전혀 상관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들이다. 태희가 프롤로그에서 쓰기 시작한 '사랑은 없다'라는 가제의 소설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 속에서는 '도남'이라는 주인공이 있고 ('도시 남자'의 준말이다.) 어떤 사건을 중점적으로 다룬다기보다 '사랑'에 대한 포괄적인 이야기를 주로 한다. 뜬구름을 잡는 듯한 느낌이지만 읽어보면 공감이 될만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느낌.

이해를 하면 할수록 역설적으로 이별에 가까워지는 과정이 바로 연애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모든 연애는 이별이란 허무한 결말을 향해 나아갈 뿐이다. (25쪽)

 

요즘남자요즘연애, 김정훈, 소담출판사

자식들을 모두 키우고 하던 일에서 은퇴하게 된다면, 그 다음에 부모님들이 갖는 대부분의 꿈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한적한 전원에서 나만의 집을 짓고 살아가는 것'. 실제로 그런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으며, TV에도 꽤 자주 등장하는 편이다. 그리고 우리 이모도 그 중 하나에 속한다. 엄마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이모는 이미 40이 넘은 아들도, 결혼해서 아이들을 셋이나 낳고 사는 딸도 있는, 전형적인 자식들을 모두 키우고 하던 일에서 은퇴한 부류에 속한다. (물론 은퇴는 이모부가 한 거지만.) 그렇기에 이모는 시골 한적한 동네로 내려가 집을 지었다. 우리 가족과 외삼촌네 가족이 내려가서 묵더라도 방이 남을만큼 큰 집을 시간과 공을 들여서 지었고, 그 동네는 물 맑고 공기 좋은 그런 곳이다. 많이들 꿈꾸고 또 많이들 이루지만, 그렇다고 모두 이루지는 못하는 그런 멋진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 <우리가 만약 집을 짓는다면>도 집을 짓는 이야기다. 그런데 집을 짓는 주체가 위에서 이야기한 노년의 부부가 아니다. 이제 30-40대이자 이제 막 딸아이가 무럭무럭 크기 시작하는, 인생을 시작하는 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젊은 부부의 이야기다. 부부는 주변이 잘 정리되어 계획된 신도시에 살면서도 그 '계획된 콘크리트'가 불편하다고 했고, 사람보다는 자동차가 다니기 좋은 길에 대해서는 산책하기 힘들다며 짜증을 실었다. 하지만 '영화나 공연을 자주 보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걷고, 뜨는 동네에서 술을 마시며 와글와글 지내는 걸 좋아하는' 부부는 '다양한 문화가 있고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유동성이 가득한 대도시는 부부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 같은 공간(24쪽)'이라고 소개할 만큼 도시를 사랑하는 부부이기도 하다. 성향은 도시형이지만, 부부가 직접 경험한 4년간의 신도시의 생활은 '결국 쾌적하고 편리할 줄 알았던 신도시 생활은 살면 살수록 교통은 불편하고, 걸어 다니기는 힘들고, 단골 식당 하나도 만들지도 못하는 곳(25쪽)'이 되어 버렸다.

 

신도시는 부부의 딸아이 교육에 안성맞춤인 공간들이 밀집한 지역이었지만, 정작 아이를 '보낸 곳'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들의 발달을 위해 마련된 공간 속에서 행해지는 일종의 프로그램들이, 아이의 놀이방식을 획일화 시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 거부감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남들처럼 학원들을 많이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들면서도,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공간에서 보내는 소소하지만 경험이 풍부한 하루하루를 느끼게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고. 그러니 그 공간에 살 이유가 또 줄었다. 게다가 부부의 직업상 부모님이 아이를 봐 주시기 때문에 부모님과 '같이 사는' 집을 갖고 싶다고도 이야기했다. (모시는 것이 아닌 같이 사는 집이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이 퍽 마음에 들었다.) 많은 이유들이 차곡차곡 모여서 나만의 집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현실로 이루게끔 만들었다.

 

사실 <우리가 만약 집을 짓는다면> 속 부부는 조금 특이하다. 남들과 비슷하게 사는 삶에 혹하기는 하지만 거기에 현혹되지 않고, 자신이 원하고 꿈꾸는 삶이 무언지를 끊임없이 생각해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다. 비싸고 편하고 좋은 건 세상엔 많지만, 조금 덜 비싸고 많이 불편하더라도 그런 것쯤은 감수할 수 있다는 마인드도 일반적이지는 않았다.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조금은 촌스럽고 클래식한 느낌이 드는 부부의 성향은, 그렇기에 집짓는 것이 가능했던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의 과정에서 충분히 그런 성향들이 드러나기도 하고 말이다.)

 

집을 말할 때는 시설이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사람이 주인공이 되어야 하지 않겠어? (48쪽)

각자의 개성을 부여하면 공간(space)은 장소(place)가 되는거야. '삶은 장소 만들기의 과정'이라고 하잖아? 개인의 기억이나 가치, 꿈, 추억이 공간과 합쳐졌을 때 장소가 되는 거야. (50쪽)

집짓기에 대한 일반적이지 않은 시선은 '실내 건축 디자인'을 하는 부인의 시선에서 나왔다. 대체로 집이란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은 공간이 아니던가. 나는 이렇게나 좋은 집에 살고 있다,라고 자랑하는 것. 비싼 집, 비싼 차가 사람의 수준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요즘, '살고 싶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모습은 낯설지만 신선했다. 그러면서 나도 생각하게 됐다. 진짜 내가 살고 싶은 집은 어떤 집인가 하고.

 

<우리가 만약 집을 짓는다면>은 위에 잠깐씩 언급했던 집을 지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 과정부터, 집을 짓는 동안의 이야기를 유머가 담긴 글로 보여주는 집이다. 땅을 보러 다닐 땐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어떤 것을 놓치고 가면 안되는지, 작은 공간에 집을 짓는 과정을 보여주면서도 혹여 자신들처럼 집을 지을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팁을 주기 위해 'craft house tip'을 마련해 글보다 더 꼼꼼히 전해주기도 한다. 부부가 집을 짓는 모든 과정에 참여했으므로 그 속에서 일어났던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과 주민들과의 마찰, 집을 지으면서 행복했던 기억과 그렇지 않은 기억까지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 (가장 어이가 없던 부분들은 아무래도 2챕터 '노(怒)' 부분이 아닐까 한다. 땅값이 주인 마음대로 출렁이고, 집이 작다고 슬렁슬렁 공사하는 그런 것들.) 분명 그 과정이 힘든 일이었음이 자명한데도, 글 속에 등장하는 부부와 부모님, 딸아이까지 3대의 구성원 모습은 따뜻하면서도 입가에 미소가 그려질만큼 소소하고 재미있었다. (물론 분노는 분노대로 쏟아냈지만 말이다.) 모든 과정에 참여했기에 그 속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모두 애정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렇기에 따뜻함이 뚝뚝 묻어나오는 글이었고, 그건 읽는 이도 그 따뜻함에 전염되게끔 해 준다. 그래서 도시에서 집을 짓는다는 꽤나 무모하고 힘든 이야기가 따뜻하게 읽히는지도 모르겠다.

 

CRAFT HOUSE (202쪽). 맞춤 제작한 수공예품의 느낌을 입히고 싶어서 만든 '크래프트 하우스'라는 단어는, 하나부터 열까지 손이 직접 안 닿은 곳이 없었고, 중간에 시공사를 끼고 공사를 하던 것을 직접 하나하나 공사하는 것으로 바꿨으며, 결국 재공사까지 감행해 더욱더 견고한 집을 만들어낸 부부의 열정과 잘 맞는다. 정말 수공예품처럼 만든 이가 가족의 모든 꿈을 모두 담은 공간이기 때문에 크래프트 하우스란 단어가 너무 잘 어울린다. 굉장히 번거로운 일임이 책 속에 그대로 드러나지만, 그 열정이 부럽고 시도하면서 버텨나가는 모습들이 굉장히 보기 좋고 부러운 걸. 험난한 여정들이 잔뜩 등장하지만 여전히 부부는 열정적이고, 후회는 하지만 뒤돌아볼 수 없는 길임을 잘 알고 계속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그 어려운 걸 해내지 말입니다."

 

저번달에 신드롬을 일으키며 끝난 드라마 <태양의 후예> 속 유시진이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쓱 끝낼 때마다 자랑하듯 내뱉던 대사 '그 어려운 걸 제가 자꾸 해내지 말입니다'를 조금 변형했다. 책을 읽다보니 이 대사가 부부의 집짓기 이야기와 딱 어울리는 말이라서 말이다. 그 많은 어려움을 딛고 끝까지 해냈다. 모두가 안될거라 했을 때 도전했고, 결국 3대 모두가 만족할 만한 집을 얻었다. 끝이 보일 것 같지 않은 날들이었고, 그 속에 쏟아부은 열정은 열정대로, 돈은 돈대로, 몸과 마음이 축나는 것은 옵션이었지만, 그래도 결국은 해피엔딩을 맞았다. 그래서 결코 만만찮았던 과정도 이제는 책 속 한 페이지로 남길 수 있는 추억이 되었다. 다시 하라고 한다면 미친 짓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지라도. 

 

자신들만을 생각해 동선을 짜고, 꿈꾸던 로망들을 실현하기 위해 디자인했으며, 고생스럽긴 했지만 벽돌 하나까지 손수 올라가는 것을 지켜봤고, 원래 살던 집보다 작은 평수로 지었기에 물건을 줄였다. 많은 것을 줄여 나간 삶이지만 자신만을 위한 공간이기에 만족감은 더해갔다. 그러니 집이란 건 원래 이런 거여야 했다. 내가 그동안 보고 알고 있었던 집이라는 개념은 모두 잘못된 것이었다. 사람이 우선인 집, 그 곳에서 꿈을 꿀 수 있는 집. 그 집을 완성해 행복하게 살고 있는 후암동 몽블랑 하우스 가족에게 박수를 보내면서. 나는 태생적 귀차니스트라 아마도 저런 집을 지으려 생고생을 하지는 않겠지만, 언젠가 후암동 근처를 지날 때면 꼭 한 번 지나쳐보고 싶은 곳이란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다.
"그 어려운 걸 해내다니, 부럽지 말입니다."

 

 

* 인터파크도서 신간리뷰단을 통해 제공된 도서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가만약집을짓는다면, 권희라, 김종대, 리더스북

세상의 모서리에 부딪혔을 때, 결국 나를 지켜주는 것은 사소하다 여겼던 행복의 조각들입니다.

내딛는 말의 이 문장이 너무도 좋았다. 작가의 말들은 대체로 책의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기에 꼭 읽어보는 편인데, 무무의 글이라 첫 장부터 취향을 저격당한 문장을 만났다고나 할까.

 

사실 <사소한 것들로부터의 위로>는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에세이집은 아니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 일종의 처세술 책이다. 그동안 작가 무무가 썼던 <오늘 뺄셈>이라든가 <사랑을 배우다> 등의 책들에서처럼, 책을 인용해서 옛날 이야기를 인용해서 하고 싶은 글을 이어나가는 방식은 비슷하다. 따뜻한 무무의 시선도 비슷하고 유려한 글솜씨도 다르지 않다. 그래서 자기계발서 같지 않은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을 받는다. 게다가 제목까지 이렇게나 감상적이니, 읽는 내내 '자기계발서의 탈을 쓴 에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무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오랜만에 나온 신작 <사소한 것들로부터의 위로>가 반가운 것만은 변치 않는 사실일 듯 하다.

 

자기계발서, 특히 '힐링'이라는 단어를 위시한 자기계발서들은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내가 모르고 있는 사실을 늘어놓는 것도 아니고, 모두 알고 있는 사실들을 마치 '너무도 새로운 진실'인 양 써 놓는 글들을 아주 자주 봤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힐링'이라는 단어, '위로'라는 단어에 반응하는 것은 그만큼 팍팍한 삶에 지쳐서일텐데 독자의 머리위에서 배놔라 감놔라 타령하는 글들은 전혀 유쾌하지 않고 말이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무무의 이번 신작 <사소한 것들로부터의 위로>도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다. 무무가 하는 이야기도 자신을 위로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고,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 모든 게 본인에게 달렸다는 요지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역시나 이 부분들은 내가 그다지 좋아하는 부분들은 아니다. 하지만 난 무무의 그 따뜻한 글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내 취향저격 '문장'들을 찾아다니는 데 몰두했다. 작가의 주옥같은 이야기들 또한 물론 좋지만, 역시 위로와 힐링은 내게는 좀 맞지 않는 단어같다는 느낌을 다시 한 번 받으면서 말이다.

 

인생은 한 폭의 그림과 같다. 화려한 수채화든 정갈한 소묘든 나름의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다. 중요한 것은 각각의 그림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감상할 수 있는 안목이다. (31쪽)

 

나는 내가 가진 그 어떤 것도 영원히 붙잡아 두지 못했다. 어떤 물건을 평생 간직하고자 하면 금방 잃어버렸고 사랑을 붙잡아 두려 하면 떠나갔다. 이후에야 깨달았다. 무언가를 소유하는 유일한 방법은 붙잡지 않고 놓아주는 것임을. -미국 작가 닐 도날드 월시 (71쪽)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 주변에 나쁜 사람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고약한 함정이 많은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괴로운 일은 자기 자신이 만들어낸다. (110쪽)

 

세상에 그치지 않는 비는 없다. 아무리 세차게 내리는 비도, 우중충하고 어둑어둑한 날씨도 언젠가는 맑게 개고 따스한 햇볕이 비출 것이다. 그때 우리는 발견할 수 있다. 비가 내린 후의 하늘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새로운 공기가 얼마나 깨끗하고 상쾌한지 말이다. (265쪽)

 

책은 나를 사랑하는 방법, 내려놓음에 대한 찬사, 어린아이같은 단순함의 힘, '행복'에 관한 고찰, 결혼 생활에 대한 이야기, 포괄적 삶에 관한 이야기까지 총 6개의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나와 주변, 결혼생활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그 모든 이야기 속 중요한 무게의 추는 '나'에게 있다. 나를 사랑하고, 나의 욕심을 내려놓고,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는 마음 편한 모자람을 선택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선택을 했다면 후회하지 말고 돌아보지 않는 게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게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삶이 될 것이며, 무엇보다 오늘을 살아가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을테다, 같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하나의 이야기를 해 나가는 데 있어 2~3가지 이야기들로 예시를 들어주어 그 상황의 안타까움들을 직접 눈으로 보게 만든다. 이야기들이 이어지는 게 매끄럽고 마치 하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만큼 구성도 뛰어난 편이라, 읽는 데 지루함을 느낄 수가 없었다. 적재적소에 넣인 예시들은 글을 읽는 내내 생각하게 하거든. 결국 <사소한 것들로부터의 위로>에는 오늘의 나를 사랑하는 방법들이 담겨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닌 듯 하다. 자기 자신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바른소리 모음집 같은 느낌도 난다. 읽는 내내 '잘 사는 것이란 뭘까'란 생각을 하게 했던, 중심을 바로잡기 어려웠던 이들을 향한 메시지북 같은 느낌이다.

 

 

사소한것들로부터의위로, 무무, 프롬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