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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카스 스와루프(저자)

Q&A(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저자. 영화화 되며 소설이 더 주목을 받은 듯.

이 작품이 두번째 작품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영화를 대충 흘려보았던 기억이 난다. 인도 소설이 원작이라는 독특한 영화였고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였던 작품으로 기억이 난다. 또한 낯설었던 인도의 환경과 제도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생각하게 만든 작품으로도 기억이 난다.

천인공노할 만행을 서슴지 않고 실행에 옮기며 살아가는 공공의 적인 비키 라이의 살인사건 뒤에 감춰진 6명의 용의자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적혀있지만, 단지 그 용의자의 행방뿐이 아닌 다른 뭔가가 뒤에 감춰져 있는 느낌이다. 관료의 이야기에서는 인도 정치 판도의 비난이 적혀있고, 미국인의 이야기에서는 미국에 대한 조롱이 적혀있는 듯 하고, 여배우의 이야기에는 인도 영화산업에 대한 자부심도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때, 이 작품속에는 인도 카스트 제도에 대한 비판이 녹아들어있고, 안드로메다로 간 인도의 몰지각한 정치인들의 이야기가 통렬한 비판으로 다가온다.

어찌 보면 전혀 다른 6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듯한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연결해놓은 작가의 능력과 독특한 구성이 높게 평가하고 싶다. 6명의 용의자 이야기를 적어놓았는데.. 독특하게도 각각의 용의자를 이야기하는 서술방식이나 구성방식이 각자 특색있게 꾸며놓아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마지막에 가서도 그 구성방식으로 꾸며놓아 독특하다고 생각되었다. 예를 들어 여배우의 이야기는 일기형식이고 미국인의 이야기는 거의 대부분 대화체형식이고 원주민의 이야기는 대부분이 서술 형식으로 되어 있어 그 형식으로만 봐도 상당히 독특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의 반전은 뭐 그리 충격적이지가 않았지만 나름대로 반전을 꾀한 모습이 좋았고, 반전이 너무 많다보니 의외로 충격이 덜하다는 반전을 쨉으로 날리다보니 충격이 덜한 것 같다. 하지만, 마지막의 범인이 드러난 부분에서는 오히려 없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뭐 어떠랴. 작가는 그 범인을 통해 인도의 현실을 비판하고 싶었던 마음이 간절했던 것 같다.

읽는 내내 전혀 개연성이 없던 6명이 얽혀가는 재미가 상당히 좋았고, 상당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워낙에 이 작가 쓴 표현들이 재미와 참신함을 동시에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새삼 작가의 능력에 감탄했다는...

문학동네에서 나온 책들은 참... 신선하고 재미있는 책들이 많아 출판사만 보고서 책을 선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작품에서도 문학동네의 이름값을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겠다.

나름 기대는 않했지만, 꽤 괜찮았던 작품으로 추천하고 싶다.

이 작품도 영화화 된다는데 영화화 해도 워낙에 구성이 좋아 성공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살짝 해본다.

45쪽
영화는 오직 빛줄기로만 이루어진 일차원적 현상이다. 장 폴 사르트르는 이를 가리켜 "전부, 전무로 귀결된 전부이자 전무"라고 하지 않았던가. 내가 영화로만 평가된다면 역사는 나를 얼빠진 글래머 인형으로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스크린의 하찮은 꿈 그 이상이다. 그리고 내 일기가 출판되는 날(물론 적절한 편집이 있어야겠지만)세상은 그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나는 이미 끝내주는 제목까지 정해놓았다. '실존의 여인 샤브남."
: 영화에 관한 말이 기억에 남아 적어보았다.

125쪽
"음. 아무래도 오래전에 이 말을 했어야 했나보오. 세상엔 일곱가지 사회악이 존재한다오. 리타 아가씨. 원칙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 지혜 없는 지식, 도덕성 없는 상거래, 인문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숭배, 그리고 양심 없는 쾌락이라오." 그는 손가락을 꼽아가며 열거해나간다. "마지막 악은 남자와 정부 사이의 관계를 뜻하오. 내 말의 중요성을 아가씨께서 이해하면 좋겠소만."
:간디가 빙의된 모한 쿠마르의 말

360쪽
그들의 계획이 무엇인지 오랫동안 열심히 고민했지만 도저히 알아낼 수 없었다. 그라다 마침내 시칸다르한테서 힌트를 얻었다. 2월 21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을 때 그가 검은색 가죽벨트를 차고 있는 것을 보았다. WWF 레슬러들이 챔피언을 먹었을 때 두르는 그런 대형 벨트였다.
"야, 그거 기가막힌데? 어디서 난거야? " 내가 물었다.
"아부 테크니칼 형이 만들어줬어." 시칸다르가 대답했다.
"와, 1월 26일에 RAW 타이틀 매치가 있나보군. 랜디 오턴도 참가하나?" 내가 흥분해서 외쳤다.
하지만 시칸다르는 랜디 오턴이 누군지 몰랐다. 그래서 난 몇 가지 동작을 가르쳐주기로 하고 벨트를 빼앗아 내 허리에 둘렀다. 그리고 막 버클을 채우려는데 시칸다르가 황급히 벨트를 빼앗았다.
"이런 병신, 우리 모두 죽을 뻔했잖아!" 그가 비명을 질렀다.
"죽어? 어떻게?" 내가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때 테크니칼이 끼어들었다.
"이건 벨트가 아니야, 멍청아. 즉석 폭파 장치라고, 뇌관을 누르는 순간 오십 명은 날려버릴 수 있어. 버클은 바로 그 뇌관이고."
:이런 얼치기 미국인과 테러범들의 납치극은 이 작품의 압권이다. 어찌보면 미국을 풍자하는 글로도 볼 수 있겠다. 이 작가의 스토리 텔링 능력을 새롭게 봐야할 듯 하다. 6명의 이야기들이 완성도 높은 하나의 단편으로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554쪽
나는 떨리는 손으로 돈을 받았다. "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네요."
"인생이 다 그런거야. 모퉁이 너머에 뭐가 있는지 누가 알겠나?"
"하지만 난 청소부 아들에 불과한걸요."
"그래서? 조니 워커는 버스 운전사였지. 라지 쿠마르는 하급 관리였고, 메무드는 택시 운전사였어. 행운의 여신이 노크할 땐 문만 보지 , 그 문 뒤에 누가 있는지까지 챙기진 않아."
: 이 작품의 중간 중간에 나오는 대사들을 보면 기억하고 싶은 글들이 많이 나온다. 작가의 능력에 새삼 감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