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어보기 전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은 그리 높지 않았다. 그저 ’남녀의 감동적인 사랑이야기이겠거니...’ 하는 정도로 짐작했을 뿐이었다. 어렸을 때엔 감동적이거나 슬픈 이야기나 아름다운 사랑의 테마의 소설들을 주로 읽었고 좋아했다. 그런데 점차 바깥 세상의 고통이란 걸 조금씩 맛보기 시작한 것 때문인지 눈물짜는 슬픈 이야기는 어느새 기피하게 된 나였다. 나 역시도 힘든데 소설 속 주인공들에게  감정이입해 슬픔을 느끼는 건 왠지 감정소모일뿐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요즘에는 유쾌하고 발랄한 이야기의 책을 찾기 시작했다. 

나보다는 언니가 책을 많이 읽는 편이어서 요즘 무슨 책이 괜찮냐고 했더니 기욤 뮈소의 ’구해줘’를 추천했던 것이다. 별 기대감이 없어서인지 불평없이 읽어갔다. 책을 다 읽은 것은 아니고 이제 막바지에 다다랐다. 원래 책을 읽기 시작하면 다른 일 안하고 다 읽어버리는 성격인데 요즘엔 책만 읽고 놀 수가 없어서 밤에 자기 전에 침대에 엎드려 읽다 잠들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이제 소설의 끝자락에 다다른 시점에서 나의 느낌은 기대 이상이다. 책을 읽기 전의 나의 선입견은 이미 사라졌다. 내가 섣불리 생각했던 주제는 단순한 남녀의 감동적인 사랑이었지만 ’사랑 그 자체’가 이 소설의 주제인 것 같다. 그레이스 코스텔로의 딸 조디는 10년 전 죽은 엄마와 그녀의 사랑이자 동료였던 마크 루텔리와 샘의 사랑으로 "구해"졌다. 그런데 샘과 줄리에트의 결말은 아직 읽지 못해 알수 없지만 분명 줄리에트의 운명도 "구해"질거라 믿는다. 줄리에트를 향한 샘의 사랑이 그녀를 반드시 구할거라 믿는다.
책에 밑줄을 긋거나 낙서하기를 싫어하는데 이 책만큼은 맘에 드는 구절에 밑줄을 좀 그었다. 사실, 아직 창창히 젊은 나인데 책을 읽고 며칠 지나면 분명 재미있었고 감동적이었음은 분명한데 무슨 내용이었는지 잘 기억이 안난다. 연필로 좀 그었다. 나이가 무섭다..

	"일주일 전만 해도 전혀 몰랐던 여자를 이리도 헌신적으로 돕고 있는 이유가 뭐죠? 무엇이 당신을 그렇게 하도록 만들었죠?" 콜린은 몇 초 동안 조용히 샘의 말을 기다렸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복잡합니다." 샘이 말했다.  "그게 뭐죠?" "사랑."
p.231

	우리의 역사는 바로 그 1초에서 비롯되었죠.
p.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