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일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한 초등학생이 친구들 앞에서 비참하게 살해된 사건이 있었는데, 학교와 시에서 주관해서 그 학교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집단 심리치료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 미술치료였는데, 미술치료 전문가가 충격적인 사건을 접한 아이들에게 단체 그림을 그리게 하고, 그림을 그리면서 아이들의 다친 마음을 치료해주는 모습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4주이상 진행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처음의 사건 직후 아이들 그림은 충격을 받은 심리가 그대로 드러났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해소 되어가는 과정이 그림으로 표현되는게 눈에 보였다. 그러면서 심한 충격직후 아이들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성인이 되었을때 언젠가는 마음속에 꾹꾹 눌러 두었던 감정들이 폭발할 경우도 있다는 전문가의 말은 앞으로 아이들에게 표현할 수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엄마와 그림대화>는 그림을 그리면서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어있다. 제 5장으로 나뉘어 있다.

제 1장 자유롭게 그리기 (난화 작업)

자유롭게 그리기 활용 사례 수용이 이야기 

활동1. 내 마음대로 낙서해요

 활동2. 점을 이용해 모양을 만들어요

 활동3. 서로 이야기하며 그려보아요

칼럼 미술치료(Art Theraphy)

제 2장 집 그리기

집 그리기 활용 사례 미나 이야기

 활동1. 집을 그려 보아요

 활동2. 가족에게 방을 만들어주어요

 활동3. 우리 마을을 그려보아요

칼럼 ADHD와 미술치료

제 3장 나무 그리기

나무 그리기 활용 사례 민성이 이야기

활동1. 열매가 달린 나무를 그려보아요

활동2. 나무가 있는 자연 풍경을 그려보아요

활동3. 우리 가족이 나무가 되었어요

활동4. 나무에 선물이 열려요

칼럼 우리 아이도 스트레스를 받을까요?

제 4장 인물화 그리기

인물화 그리기 활용 사례 지호 이야기

활동1. 사람을 그려보아요

활동2. 내 모습을 그려보아요

활동3. 내가 거인이 되었어요

활동4. 빗속에 서 있는 사람을 그려보아요

활동5. 나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일까요?

칼럼 존중받는 아이로 키우고 싶어요!

제 5장 가족화 그리기

가족화 그리기 활용 사례 진수 이야기

활동1. 우리 가족을 그려보아요

활동2. 동물 가족을 그려보아요

활동3. 물고기 가족을 그려보아요

활동4. 수리수리 마수리! 바뀌어라, 우리 가족!

활동5. 우리 가족 소망 게시판을 만들어보아요

칼럼 창의력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어요!

부록

색채의 상징 및 치료 응용

교재에 삽입된 제품의 특징 및 활용 설명

 글쓴이는 포천 중문의대 차병원 임상미술치료클리닉 교수인 김선현 선생님이셨다. 이미 『임상미술치료의 이해』.(학지사,서울.2006.외 7권)의 책을 내신 분이시고,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누구보다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을 잘 이해하신 분이 쓴 책이었다. 내 뱃속으로 난 아이들이지만 우리 아이들도 두 녀석이 너무도 다르다. 어쩌면 다른것이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알 수없을때 누구보다 답답함이 느껴졌다. 목차에서 보여지듯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과 얘기를 나눌 수있다. 그림대화용 전용교재로 공룡모양의 디노크레용/숨은 그림 크레용/글라스 칼라/딩동댕 비눗방울이 들어있어서 다양한 재료들을 사용해 볼 수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림 속에 아이의 모습이 있다는 저자의 말이 어느때 보다도 마음에 다가왔다. 이사한지 한달이 안됐고, 큰아이가 전학을 하였는데, 처음에는 무척 힘들어 했다. 학교도,사는곳도,친구도 낯설어 학교가기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향수병걸려서 전에 다니던 학교의 홈피에 들어가 친구들에게 안부인사를 묻고, 친한 친구에게 전화하던 아이에게 유아용 교재라는 이 책은 오히려 작은애 보다도 큰아이에게 더 많은 힘이 되었다.

 미술에 초보인 엄마가 아이들의 마음을 읽을 수있도록 전문가 선생님의 친절한 코멘트가 달려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심리를 엿볼 수있는 알쏭달쏭?! 이란 코너에서는 자신감을 길러주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산만한 아이,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툭하면 삐치고,반항적인 행동을 보일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등의 갖가지 궁금한 점들이 나와있어서 육아서 못지 않게 도움이 된 부분이었다. 각 장 마다 소개된 5개의 칼럼도 유용하다.

3장의 칼럼 <우리 아이도 스트레스를 받을까요?>에서

...그런데 스트레스는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시작하고 나면 더욱 위협적으로 다가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본격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되기 시작하는데 데이비드(David,1983)는 <The Hurried Child>라는 책에서 "현대적인 사회생활과 변화에 대한 압박으로 말미암아 오늘날에는 아동기라는 개념의 존재 자체가 위협당하고, 학생은 그들이 미처 준비도 하기 전에 어른의 육체적,심리적,사회적 부속물로 취급되도록 강요받는다."라고 지적하였습니다. 그는 초등학생의 연령과 능력을 무시한 채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한계 이상의 것을 이해하도록 요구하거나 초등학생이 판단할 수 있는 범위 이상의 것을 결정하도록 요구하는 것, 또는 행동하는 데 필요한 의지를 갖기 이전에 강압적으로 행동하도록 요구하는 것 등이 모두 아이들에게 성장 압력을 주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부모와 학교 그리고 대중매체가 이러한 성장 압력을 가하며 초등학생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략

...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아이를 스트레스의 무차별적인 공격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양육 태도입니다. 아이를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환경에서 키울 수는 없습니다. 즉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보다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인 것입니다....중략 (105p)

 나 역시도 큰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별로 시키는 것도 없지만, 유치원에 다닐때만 해도 괜찮다 하던 모든 일들이 학교라는 테두리 때문에 안돼는 일이 많아졌고, 갑자기 스스로 해야할 일들이 너무나 많이 늘었구나 라고 새삼 뼈져리게 느끼게 되었다.

 몇 번은 책의 내용을 따라하면서 아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게 되어 좋았지만, 무엇보다 엉뚱한 미술도구에 아이들이 이렇게 좋아하고 신기해 할 줄은 미처 몰랐다. 글라스 칼라로 거실 통유리에 동생에게 낙서??고, 비눗방울 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이 즐거워 했다. 초등학생이 되었다고 해야할 일에 대해서 알려주고, 안돼는일에 대한 잔소리만 늘어놨던 엄마가 숨은 그림 크레용으로 아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슬며시 보여주니 오랜만에 아들이 활짝 웃었다. 웃어 주었다.

 처음에는 다양한 미술재료가 들어있는것 외에 뭐 그리 다른게 있나 하면서 책 가격에 한번 더 놀랐지만, 책을 천천히 읽고, 아이들이랑 활동을 하나씩 해 보면서 "역시~ 돈값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가 정상인지 아닌지 혹은 심리 관련 치료를 받으려면 이 책의 몇배가 되는 치료비를 지불해야 하는 점을 생각한다면 책 가격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록부분도 알차다. 색채의 상징및 치료에 응용할 수있는 설명과 함께 교재에 삽입된 제품의 활용방법이 나와있다. 처음엔 이 부분을 미리 읽지 않아서 숨은 그림 크레용을 복사지에 그렸는데 알고보니 도화지나 스케치북에 그려야 색깔이 선명하게 나오는 것이었다. 다양한 미술재료들을 접할 수있는 기회가 되어서 흥미로웠고, 비눗방울 역시 색깔을 섞어 쓴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신기하기만 했다.

 

요즘 화두로 떠오르는 대화의 기술이 필요한데, 그림을 그리면서 그림을 통해서 아이들과 주제를 갖고 자연스레 얘기 할 수 있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다. 고집불통 작은아이때문에 알게된 책이었지만, 큰아이와 더 많은 얘기를 할 수있었다. 그리고, 미술도구를 함께 쓰면서 남매가 더 돈독해지는 것 같다. 아이들은 자라는데, 엄마는 그대로인 것 같은 생각이 가끔 들었다. 함께 공부하면서, 얘기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자랄 수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아이들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특히나 동물원에 다녀오기라도 하면 동물을 그려달라 하는데, 이건 도통 어떻게 그려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았다. 이미 고착화 되어버린 사고방식을 바꾸기가 영 어렵고, 그림을 그린지 너무나 오래되서 그럴때마다 색칠공부를 사주거나 인터넷을 뒤지곤 했었다. ○,△,□만 그릴줄 아는 딸아이와 함께 그림 그리기에 도전을 했다.

 

 

윗 그림을 보고 따라 그렸다. 한글을 아직 모르는 아이에게 한글과 영어도 통문자로 보여줄 수있어서 그림을 그려주니 색칠만 아이가 했다. 38개월된 딸아이에게 아직은 혼자 그리는게 좀 어려운 듯 해서 밑그림을 그려주고 원하는 색을 골라 색칠하게 했더니 좋아했다.

 

나비의 모양도 조금은 색다르다. 날개에 다양한 무늬가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있도록 해주는 것 같다.

 이 책의 저자인 화가이자 조각가인 필립 르정드르는 프랑스인으로,6살에서 14살까지의 어린이 들을 위한 미술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필립은 학교교육에도 자주 참가하면서 모든 어린이들이 그림 그리기에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이 책을 완성하였다. 

 4살 아이에게는 혼자그리기가 벅찼지만, 8살 큰아이는 책을 보면서 곧잘 따라그렸다. 동물원에 관한 학습을 했을때, 혹은 그림을 그리고 싶을때 아이랑 놀아주지 못할때 아이가 원하는 동물을 고르고, "오늘은 누구를 만나볼까?"라고 해주면 특별한 놀거리를 찾지 못할때 요긴하게 쓰이는것 같다. 아이들이 표현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그림그리기를 좋아한다. 그동안 동물을 그려달라고 해도 잘 그리지 못하는데 라면서 회피해왔던 그림그리기가 요즘엔 새롭게 재미를 느끼게 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여러가지 동물들을 그릴 수는 있는데, 그 모습이 다양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가령 나비를 그릴때도 날개를 펼친 모습말고, 옆에서 보는 모습이나, 위나 아래에서 볼 수있는 모습을 따라 그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점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어찌됬건 아예 그리지도 못하던 내게 독수리며,물개, 긴이빨고래등 다양한 동물을 그릴 수있게되서 좋은 기회였다.내년에 다섯살이 되면 우리 딸도 혼자서 도전해 볼 수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본다.

쓰나미의 아픈 과거가 잊혀지기도 전에 지구 곳곳에서 이상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다. 각 나라들은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 종량제를 외치지만 우리 아이들 세대에 얼마나 큰 재앙이 몰려올 지 알수가 없다. 환경을 아끼고 보존해야한다는 것은 알면서도 지구라는 것을 하나의 생물체로 인식해 본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좀 낯설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의 저자이자 200편이 넘는 과학 논문의 저자이면서 가이아 이론의 창시자라는 제임스 러브록은 1961년 이후 독립된 과학자로 일하면서 영국과 미국의 대학들과 계속 관계를 맺어왔다고 한다. 그는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사상가 중 한 명'(『뉴 사이언티스트』),'환경 운동에 있어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옵저버』)로 평가 되어 왔다고 한다.

 '가이아'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땅의 여신이다.게(Ge＾)라고도 하며 만물의 어머니로서 땅을 인격화한 신이다.

가이아란 무엇일까? 가이아란 누구일까? 여기서 말하는 가이아란 무엇일까? 서문에서 크리스핀 티컬은 여기서 '무엇'은 지구의 뜨거운 내부와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상층대기 사이에 있는 땅과 물로 된 얇고 둥근 껍질을 말한다. '누구'는 40억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 안에서 살아온 살아 있는 생물들의 상호 작용하는 조직을 말한다.이 무엇과 누구의 조합 그리고 둘이 서로 끊임없이 영양을 주고 받는 방식에 '가이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12p)

 지구 시스템은 물리적,화학적,생물학적, 인간적 요소로 이루어지는 단일한 자기 조절 시스템으로서 행동한다. 구성 부분들 사이의 상호 작용과 되먹임은 복잡하며, 시간적,공간적으로 다양한 규모에서 가변성을 보여준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가이아다.(14p)

 생물시간에 동물은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고 했다. 암세포가 우리 몸에 들어오면 방어태세를 갖추며 싸움을 시작하듯이 살아 있는 지구도 역시 자신의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는 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들이 가이아의 영역을 넘어서 끊임없이 환경을 파괴하며,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들은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생태계를 파괴하고, 끊임없이 자원을 고갈 시키고 있다.

 러브록은 지구의 현재 상태를 설명하고, 가이아가 무엇인지, 가이아의 생활사에 대한 언급과 함께 에너지원으로 쓰고 있는 것들에 대한 언급을 한다. 현재와 같은 일상생활을 계속 할 경우에 우리의 후손은 거의 전멸할 것이라는 위험한 예측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위험한 예측은 현실로 다가 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구 온난화라는 비극에서 살아 남더라도 실상 우리 중 약 30퍼센트는 암으로 죽을 것이라고 한다. 인간의 복지를 위해 살아있는 행성이라는 개념의 가이아에게는 너무도 가혹하지 않았을까.

 생각 없이 전기를 쓰고, 물을 쓰고,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는건 아닌지 새삼스럽게 주위를 돌아보니, 사람이 지나간 뒤에 남는 흔적이 참으로 크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저 분리수거나 잘 하고, 좀 걷는 것 만으로 환경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 자신이 크게 착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제목처럼 인간이 자신들의 복지를 위해 무분별하게 지구 전체를 파헤치는 동안 가이아 스스로 그것을 복구시키려 끊임없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미쳐 인식하지 못한 것 같다. 지구도 역시 살아있는 행성이었다. 한그루의 나무를 살리는 것도, 생명체가 살 수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것도 모두 가이아의 시스템 덕분이었다는 사실을 안다면 우리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 좀 더 불편해질 필요가 있다. 과학자인 저자가 설명하는 과학적 지식들은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단 한가지는 지금 이대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실상을 깨닫고, 이미 황폐해질대로 황폐해진 가이아를 다시금 되돌려 놓기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는다면 정말 심각한 결과는 예측할 수없을 것이다. 지구 곳곳에서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린란드가 따뜻해져 살기 좋은 곳이 되어버리고, 극지방이 예전만큼 춥지 않다는 것이다. 그와는 반대로 열대지방에서는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가 되어가고 있다니 지구인들이여 빨리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