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는 나는 아이들에게도 뭔가 해 줄수 있는 이야기들이 별로 없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체험학습을 하거나, 민속촌에 갔을때도 아이아빠도,나도 실제 해 본적이 없는 농사 이야기를 하려면 어렵기만 하다.

 

마른 풀처럼 보이지?

이것은 짚이야. 짚 중에서도 볏짚이지.

벼에서 이삭을 떨어내고 남은 잎과 줄기란다.

보리에서 나오는 보릿짚,

밀에서 나오는 밀짚 들을 모두 합쳐서

짚이라고 부르지.

때로는 옷도 되고, 때로는 신발도 되고, 가방도, 그릇도,방석도......

 

정겨운 우리 짚 문화에 대한 소개가 되어있는 책이다. 짚신, 도롱이, 씨오쟁이,멱둥구미, 섬,멱서리, 새끼줄, 낫꼿이,망태,삼태기, 이엉,멍석, 닭둥우리,달걀꾸러미,금줄,제웅,볏가릿대..... 이런 것들이 모두 짚으로 만들어 졌던 것이라고 한다.

플라스틱에 길들여져 가는 아이들에게 마른풀이며 아무것도 아닌 우리 문화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며 동네 할아버지처럼 친근한 우리의 할아버지가 직접 손수 만드신 짚신을 만드는 과정을 보는 것은 아이들에게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것 같다.

 

책을 보고 나서 얼마 후에 민속촌에 갔다가 새끼 꼬는 모습을 보았다. 방석도 만드시고,짚신을 수없이 만들어 놓은 것을 보고, 아이랑 함께 해 보았는데, 생각만큼 쉽진 않았다.

 

 

 

짚으로 만들어진 옛 집을 둘러보면서 아이들은 "아이~ 냄새."하면서 짚에서 나오는 특유의 냄새가 신기한듯 코를 막았다. 어릴적 나도 우리 아이들처럼 그랬던것 같은데 이제는 이런 냄새가 정겹게 느껴지는걸 보니 새삼스럽기만 하다.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문화를 좀더 알려줘야 할텐데 라는 큰 숙제를 해야하는 듯한 느낌이다. 이제는 부모세대에도 생소한 농사짓는 옛 문화를 책을 통해 알려줘야 할때가 된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은 생각이 자라기 전에 몸부터 자라는것 같다. 어른의 몸을 가지고, 아이들의 생각을 가진 요즘의 아이들을 보면서,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방법부터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나 자신에 대한 소중함을 느낀다면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관심도 자연스레 얻어 질수있는게 아닐까.

나의 몸과 마음에서 나는 누구일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하게 되는데,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에서  정해진 답이 있는게 아니라고 한다. 한때 이 해답을 찾으려 많이 방황했던 기억이 난다. 사춘기가 시작되기 전 아이들에게 나는 누구일까?라고 생각해 볼 수있게 함으로 나 자신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고, 다른 친구들에 비춰지는 나와 내 자신이 생각하는 나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있게 한다.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몸이 말하는 걸 마음이 알아주지 않으면 몸도 마음도 힘들어 진다는 사실도 배우게 된다.  화가 났을 때 감정을 표현하는 말들이 모두 몸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아이들에게 '복장 터진다.'는 말을 자주 했던 터라 한편으론 미안해지기도 하고, 또 아이들도 의사 소통이 되지 않았을 때 이런 감정을 느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계 속의 나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사람들과 나의 관계속에 생각해보고,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도 느낄 수있다. 칭찬을 들었을 때와 꾸지람을 들었을 때의 다른 기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무엇 보다 자신 안에 들어 있는 여러 가지 내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볼 수있다. 활발한 모습도 있고, 소심한 모습도 있다. 부지런한 나도 게으른 나도 있다는 것을 알 수있다. 그리고 내 안에 있는 네 개의 방을 엿볼 수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방으로 나도 알고, 남도 아는 내 모습이다. 또 하나는 남에게는 닫혀 있지만 나만 열 수있는 방으로 나만 아는 내 모습이다. 또 하나는 남에게만 열려 있는 방으로 내가 모르는 내 자신의 모습이다. 마지막으로 하나는 나에게도 남에게도 자물쇠로 꽁꽁 잠겨 있는 방으로 예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소중한 나를 생각하게 한다. 남과 비교할 수 없는 나 자신의 소중함과 누군가를 소중히 여기기 위해 내 자신을 소중히 여길줄 아는 마음을 배우는 것,무엇보다 마음을 전할 수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이든지 어떤일을 하던지 내가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내가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일깨워 준다.

 사춘기에 접어들기 전에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권 그림책이라고 해서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었는데, 사람의 권리, 또 한 인간으로서 성장해 가는 동안 겪을 수있는 감정적인 부분들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 보고 이야기 나눌 수있는 귀중한 책인것 같았다. 남자 아이라 그런지 심각하지 않게 가볍게 읽는 것 같았고, 아직은 아이가 느끼는 것보다 엄마가 얘기하는 바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저학년인 탓에 사람에 대해서,자신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이런 책을 읽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으로서의 내 모습과 성에 대해서, 그리고 앞으로 내 미래에 대한 결정은 스스로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어릴 적에는 꿈이 많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잘하는 것에 대해 알지 못해서 이기도 하지만,무엇이든 될 수있을 것 같은 희망에 부풀어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주인공 이슬비는 평범하지만 밝은 아이이다.

'나의 꿈'에 대해 글짓기 숙제를 내주시면서 선생님은 잘한 친구는 교장선생님께 상장도 받는다는 말씀을 하셨다.

슬비는 무엇보다 교장선생님께 상장을 받는 상상을 하면서 '나의 꿈'이라는 글짓기를 잘 하고 싶어졌다.

 

상장을 주시는 교장선생님을 상상하면서 '교장선생님이 되면 어떨까?'하는 상상을 하고 있는데,

친구 재현이가 옆에서 한마디 거든다.

"너 그러다가 대머리 된다.교장선생님은 대부분 대머리시거든."하는 바람에 대머리가 되버린 자신의 모습에

얼른 고개를 흔들어버린다. 교장선생님은 안된다고.

친구 아람이가 발레리나가 되겠다며 우아하게 돌아보이자, 슬비는 갑자기 발레리나가 되고 싶어졌다.

그런데 아람이의 말이 더 걸작이다. 발레리나는 이미 아람이가 찜했으니 안된다고.

문구점에 간 슬비는 슬러시를 먹고 있는 친구들을 보고 텅빈 주머니때문에 먹지 못하고 있는 슬비에게

퉁명스럽게 말씀하시는 문구점 아주머니가 얄미워졌다. 나중에 문구점 아줌마가 되면 못 사 먹는 친구에게도 친절할거라고 생각한다.

슬비는 되고 싶은게 너무 많은 아이다.

엄마를 따라 미용실에 가서는 미용사가되는 상상을 해 본다.

 

슬비에게는 머리결이 상한다고 파마도 못하게 하신 엄마는 염색에 파마까지 하고 오셨다.

그리고, 슬비의 글짓기 숙제를 얘기하시던 엄마는 다짜고짜 " 넌 뭐가 되고 싶어?" 라면서 험악한 얼굴을 하셨다.

미용사도 되고 싶고, 문방구 주인도 되고 싶고 ... 계속 이렇게 얘기해대자 엄마는 좀 더 거창한 것을 요구하셨다.

그러자 슬비는 조금전 드라마에서 본 "파티플래너가 되고 싶어."라는 말에

엄마는 한숨을 푹 쉬시며 엄마 생각에는 사람들에게 존경 받는 의사 선생님이 좋겠다고 하셨다.

나이팅게일이나 슈바이처박사같은 얘기를 쓰고 그 분들을 닮은 의사가 되고 싶다고 쓰라고 하셨다.

몇 번을 고치다가 급기야 나중에는 엄마가 슬비의 것을 빼앗아 엄마가 쓰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안되겠기에 슬비는 글짓기 숙제를 내지 않았다. 좀 더 솔직히 쓰고 싶었다.

생각끝에 슬비는 솔직하게 썼다.

"교장 선생님도 되고 싶지만, 대머리가 될 것 같아 포기했고,

숙제 많이 내 주는 선생님을 혼내주겠다..."

 

상장은 받지 못했지만, 선생님은 슬비에게 잘 썼다고 칭찬하셨다.

너무 솔직하게 썼다고 알밤도 한대 주시면서...

 

솔직하고 귀여운 슬비의 모습에서 그리고, 슬비를 닥달하는 엄마의 모습에서 엄마가 된 내가 아이에게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아이들이 원하는것과 부모가 바라는 것은 다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아이에게 부모의 의견을 강요하고 싶진 않다.

누군가가 그러지 않았던가.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 더 무서운 것은 즐기며 하는 사람이라고.

내 아이가 즐기며 할 수있는 무언가를 찾기를 바란다. 설령 잘 하지 못하는 것일지라도 하고 싶은일,즐기며 할 수있는 일을 찾기를 바랄 뿐이다.

 

삽화와 함께 꿈을 찾는 이야기는 저학년에서 중학년 정도의 도서인 것 같다. 글밥도 많지 않지만,

만화처럼 그려진 삽화에서 평소 화내고 아이들에게 잔소리하는 엄마의 모습도 볼 수있고,

엄마 몰래 슬비의 편이되어 아이랑 같이 드라마를 보며 웃는 아빠의 모습도 사실적이다.

 

꿈이 많다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있다는 무한한 가능성도 갖는 거라고 생각한다.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요즘 아이들이 하루 하루 바쁜 생활에 밀려 자신이 되고 싶은것이 무엇인지 알지못하는 것 보다

자신이 되고 싶은 그 무언가를 향해 힘들어도 즐겁게 공부 할 수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