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의 푸른빛 밤 풍경에 기도하는 소녀를 비추는 동그란 달님이 맘에 들었습니다. 첫장 "마음 속 깊이 감동을 받으면 꿀먹은 벙어리 같이 된다"는 말에 미소를 머금고 한장 한장 넘겼답니다. 금박으로 장식한 멋쟁이 달님이 밤마다 들려주는 이야기와 원유미님의 붓놀림으로 담아낸 그림이 들어있는 <그림없는 그림책>.

이야기 한편에 한컷씩 들어있는 은은한 그림이 눈길을 잡아끌었습니다. 모든 그림속에 보름달로, 반달로, 때론 상현달과 하현달의 모습으로 담긴 달님이 금방이라도 속삭일것처럼 나를 동화속으로 끌여들였습니다. 짧은 이야기 속에 담겨있는 의미를 새기며 고개를 끄덕이고, 입가에 배시시 미소를 잡아두기도 했습니다. 

행간을 짚어내기 어려운 아이들이 인생의 심오한 진리를 찾아낼 수 있을까? 어쩌면 황당해하며, ’이게 무슨 이야기야? 뭘 어쩌자는 거지?’ 툴툴거리지는 않을까 쬐금 걱정되기도 하더군요. 그래서 어린이보다는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오래전에 잃어버렸을 어린시절의 순수를 찾아 달님과 떠나는 열일곱편의 추억여행......달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눈에 잡힐듯 그려낸 안델센의 문장에, ’묘사’란 바로 이런 것이지 감탄하며 곳곳에 밑줄을 좌악 그었답니다.

’세상만사가 달님에겐 모두 동화’(22쪽)지만, ’멋진 장관을 보고 감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늘 봐 왔으니까 시큰둥했던 거지’(24쪽)라는 말에,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구나~ 반성문 쓰는 학생의 심정이 되기도 했답니다.

달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마다 사람을 사랑하고, 특히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마음에 새기며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암탉에게 뽀뽀하고 용서 빌고 싶은 아이, 아기를 가져오느라 라일락 가지를 바스락 거리는 하느님의 자취를 느끼는 아아들, 예쁜 원피스를 개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아이, 나무에 걸린 인형을 보며 동물을 보고 웃었던 죄를 기억하는 아이, 한밤중 살그머니 어머니의 물레를 돌려보는 아이, 굴뚝 위에서 해님도 달님도 내가 보일거라며 만세 부르는 아이, 곰과 병절놀이를 하는 아이들, 빵 위에 버터도 듬뿍 발라달라고 주기도문에 살짝 끼워넣어 기도하는 아이, 이 얼마나 사랑스런 모습입니까?

따뜻한 시선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안델센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동화란 이렇게 따뜻한 감동을 주는 것이겠지요?금박으로 쪽수를 표시한 이야기가 끝나고, 85쪽부터 친절한 해설이 붙어있어 안델센의 작품세계나 작가의 마음을 훤히 들여다 보듯 이해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가리지 않고 책을 읽고, 42년간의 여행을 통해 많은 체험을 했기에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었던 안델센이 부러웠습니다.

장맛비로 하늘의 달님을 바라볼 수 없었던 요즘, 우리네 머리 위의 달님은 어떤 것을 보고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걱정이 앞섭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 세상에서도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아름다움과, 자잘한 잘못을 덮어두고 장점을 찾아내리라 믿고 달맞이를 해야겠습니다.  

<그림없는 그림책>을 읽은 우리는, 하루에 한번쯤은 하늘을 우러르고 달님과 별님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과 여유를 간직하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아~ 나는 왜 공부를 해야하지?" 학창시절에 수없이 던졌을 질문이라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은 철들어 진로를 모색하면서 던졌을 것이다. 자기 계발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2막을 시작하면서 끝이 날까?

많은 어른들은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가지라고 말한다. 그러나, 자기의 아이가 꿈을 펼칠 때, 부모 맘에 안 든다는 이유로 뿌리에서 싹이 돋아나 자라기도 전에 싹둑 잘라내지는 않는가? 아이의 꿈이 아니라 부모의 꿈을 대리만족시킬 도구로 생각지는 않는가 반성하면서 두번, 세번 펼쳐들게 한 책이었다.

칼데곳 상에 빛나는 모디캐이 저스타인의 글과 그림인 이 책은, 겉표지부터 발 아래 보이는 빌딩과 도시의 차량행렬이 아찔했다. 클로즈 업 시킨 그 남자의 발이 시선과 호기심을 끌어당겼다.

2001년 9. 11 테러로 사라져버린 쌍둥이 빌딩을 기억하면서 32년 전 줄을 매고 건넌 사나이, 필립에게 기립박수를 치고 싶었다. 그림이 보여주는 차분하고 안정된 분위기가 좋았고, 어둠속에서 밤을 꼬박 새우며 준비하는 필립과 친구들을 색감으로도 충분히 느끼며 동트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다.

한번 맘 먹은 일은 반드시 하고야 만다는 그 남자, 필립 요즘 아이들이 멘토로 삼아도 될만한 사람이다. 아이들도 꿈을 갖고 목표는 정하지만 노력하지 않거나 뜻을 세우기만 하고 실천의지가 약해서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필립은 뜻을 이루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노력했다.  

페이지가 넓게 펼쳐지면서 발 아래 보이는 도시와 갈매기.

400미터 상공의 전선줄에서 바람에 흔들리며 느끼는 자유와 행복.

필립의 도전에 충분히 감동할 수 있도록 펼쳐 놓은 그림이 좋았다. 지하철에서 나온 행인의 시선을 따라 같이 올라갈 수 있게 확장된 그림도 아이들의 시선과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내가 늘어난 페이지를 펼치며 읽어줄때 아이들은 탄성을 질렀다. 위험한 목표에 도전하여 꿈을 실현시켰지만 자칫 불안할 수 있는 필립이야기를, 펜자국과 부드러운 색감으로 안정된 분위기와 따뜻한 안도감을 느낄 수 있게 그려진 그림이 참 좋았다.

또한 필립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이 한층 정겹고 실감나서 마치, 나도 군중속의 한 사람이 된 것처럼 빠져들게 했다. 이제 쌍둥이 빌딩은 사라졌지만, 그 사이에 줄을 매고 건넌 필립의 용기있는 도전과 성공은 전설처럼 전해내려올 것이며, 세계의 어린이들이 자신의 꿈을 꼭 이루고 말겠다는 의지를 키울 수 있도록 또 한사람의 멘토로 자리매김 될 것이다. 

남들이 하는 일을 뒤따라 가는게 아니라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내가 꼭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키워가는 길잡이가 될 멋진 책! ’쌍둥이 빌딩 사이를 걸어간 남자’는 아이들의 보물이 되기에 충분하다.

이 책을 읽으며 여러번 눈물이 났습니다. 나의 학창시절 좋은 선생님과 안 좋았던 선생님을 떠올리며 잠시 추억여행도 떠나고, 초,중,고 삼남매를 둔 엄마로 우리 아이들도 이런 선생님을 만났으면 하는 바램이 컸습니다

이상석 선생님은 부임하여 열정이 넘치던 시절, 무지하거나 깊이 생각지 않고 저질렀던 교사로서의 언어적 폭력이나 체벌에 대해 솔직하게 고백한 글을 읽으니 진정으로 용기있는 선생님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지금도 무수히 행해지고 있는 교단의 폭력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답니다. 깊이 생각하시겠지만, 학생부에 기록되는 교사의 평가가 한 사람의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문집을 만드는 선생님의 열정이 아름답습니다. 함께 생활하고 어우려져 그네들의 삶과 추억이 담긴 문집을 만들어내는 사랑 그것이 바로 학창시절을 행복하게 추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쁨을 만들어냅니다. 학창시절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는 기억을 갖고 있는 한 비뚤어지거나 그릇된 길로 가다가도 돌아설 수 있는 용기를 줄 것입니다.

이상석 선생님~~~~~~ 그 열정, 그 사랑, 교단에 서는 날까지 주욱~~~ 계속되리라 믿습니다. 중학생 아들의 추천도서 목록에 들어있어 만날 수 있었던 책중,고생 자녀들과 부모가 함께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합니다. 물론 교직에 몸담고 계신 선생님들의 필독서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선생님들, 그래도 이땅의 정신적인 지주는 당신들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