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파크도서를 움직이는 힘, 북피니언과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는 <북피니언 만인보>의 네 번째 주인공은 필명 ‘이제마뛰어넘기’다. 매의 눈으로 인터뷰 대상자를 찾던 필자의 마음을 끌었던 건 ‘신뢰할 수 있는 한의사 한방내과 전문의’라는 타이틀과 의료제도를 비롯해 정치, 자기계발서 등 다양한 분야의 책에 대한 꼼꼼한 리뷰였다. 그리고 ‘이제마뛰어넘기’가 상대적으로 보기 드문 ‘남성’ 북피니언이라는 점도 특별하게 다가왔다. 10월의 끝자락에 진행된 <북피니언 만인보 4탄>은 그렇게 시작됐다. 

인터뷰를 위해 ‘이제마뛰어넘기’의 북피니언 블로그를 방문했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꽤나 젊은 나이였고, 한의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었다. 많지는 않지만 주기적으로 올라오는 꼼꼼한 리뷰에서는 지적인 느낌이 풍겼다. 인터뷰를 제안하자 “왜 자신이 뽑혔는지 모르겠다”면서 겸손한 태도까지 보였다. 보면 볼수록, ‘이 남자 갖고 싶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흔히 말하는 ‘엄친아’의 매력을 가진 인물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북피니언 만인보 4탄>에서는 조선 말기 최고의 한의학자 이제마를 넘고 싶다는 젊은 한의사 ‘이제마뛰어넘기’와의 수다를 펼친다. 

 
↑ ‘이제마뛰어넘기’의 모습

리뷰는 나를 탄탄하게 만드는 방법

Q. <북피니언 만인보>에 남자는 처음이다. 알고 있는가. 

북앤은 알고 있었지만 <북피니언 만인보>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래서 인터뷰를 하자고 해서 당황스러웠다. 북피니언 활동을 활발하게 한 것도 아니고, 리뷰 수가 많은 것도 아니라서 내가 해도 되나 싶더라. 

Q. 양보다는 질이다. 

사실, 어제 블로그에 인터뷰 제안이 들어왔다고 해서 ‘왜 날 선정했는지 모르겠다’고 글을 썼다. 누군가 ‘당신이 쓴 리뷰에 임정태란 사람이 묻어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뽑았을 것’이라고 댓글을 남겨줬다. 인터뷰한다는 사실 자체가 기분 좋다. 리뷰를 더 열심히 써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Q. 북피니언 블로그 제목을 보고 직업이 한의사인 줄은 알겠다. 그 외에 자기소개 부탁한다. 

2007년에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전공의 과정을 다 마치고 올해 서른 살이 된 임정태라고 한다. 지난 4월부터 공중보건 의사로 경상남도 거창군립 노인요양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 환자가 많은 곳이다.  

Q. 나이도 젊고 직업도 좋다. 내 주변에 좋은 여자가 많은데 소개시켜주고 싶다.

이미 결혼했다. 작년 5월에 결혼했고 내년 5월에는 아이가 태어난다. 

Q. 아쉽다. 신혼인데 지방으로 내려가게 된 모양이다. 

한방내과 수련의는 대부분 군의관이 되는데 올해는 군의관 정원이 많지 않아서 나는 공중보건 의사로 3년 동안 일하게 됐다. 원래 거창 산골에 위치한 약산약초 교육원에서 함께 공부하던 선생님들이 있어서 거창에 지원을 했는데 운 좋게 합격한 것이다. 덕분에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Q. 서울에 줄곧 살다가 다른 지역에서 사는 것은 어떤가. 

이런 황금기는 다시 없을 것 같다. 아내도 한의사인데 마침 아이를 가졌다. 공중보건 의사는 일반 병원보다는 시간적 여유가 많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기 좋은 시기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주변 사람들과 자전거도 타고 운동도 즐기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Q. 황금기라서 책도 많이 읽는 듯 하다. 한의학은 물론, 의료체계에 대한 도서 리뷰가 많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준다는 의미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리뷰는 내가 나중에 찾아보기 위해서 써두는 것이다. 그래서 인용하는 부분 페이지도 다 써놓는다. 리뷰를 쓰게 된 계기가 있기는 하다. 대학교 시절, 우연히 논쟁이 붙었다. 예전에 봤던 책들의 내용을 근거로 삼으려고 했는데 기억이 하나도 안 나더라. 그래도 1년에 30~40권씩을 읽었는데 머리에 남는 게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우연히 <서른살 직장인 책읽기를 배우다>란 책을 읽었는데 리뷰를 써야 많이 남는다고 나왔다. 그때부터 책을 읽으면 꼭 글로 남긴다. 

Q. 리뷰의 생활화인가보다

나는 리뷰를 안 쓰면 책을 안 읽었다고 생각한다. 장르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인문서만 해도 꼭 리뷰를 남겨야 한다. 리뷰를 쓰면서 한 번, 나중에 다시 찾아 읽으면서 또 한 번 책을 곱씹을 수 있고,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 리뷰는 스스로를 위해 쓰는 것이지만 읽는 사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더 논리적으로 쓰려고 고민하면서 자연스레 공부를 하게 된다.


책을 통해 사고의 균형을 맞추다

Q. 알고 있겠지만 북피니언은 상대적으로 남성이 적다. 어떻게 북피니언을 시작하게 됐나. 

포인트 때문이었다. (웃음) 3년 전쯤에 인터파크도서에서 책을 사다가 우연히 ‘독서의 달인’을 봤다. 리뷰도 쓰고 포인트도 쌓기 위해 시작했다.

Q. 모르긴 해도 한의사라면 굉장히 바쁠 텐데 리뷰를 꼬박꼬박 올리는 것 같다. 

앞서 말했듯이, 리뷰를 쓰는 것은 스스로 논리를 탄탄하게 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다. 또 같은 일에 종사하는 동료들이 알았으면 하는 의학 제도와 관련된 내용도 올린다. 나중에는 일반인들이 알아야 하는 의학 상식도 올리고 싶다. 

Q. 정치관련 서적도 즐겨 읽는 것 같다. 

원래 정치에 관심이 많다. 대학교 신입생 시절 아주 잠깐 운동권에 있기도 했다. 선배들의 말은 맞는 것 같은데 거부감이 들었다. 재미도 없고 생각보다 권위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민도 많이 했었다. 최근에 본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에서 진보든 보수든 자신들의 목소리를 논리적으로만 접근하니깐 대중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대목을 발견했다. 옳고 그름의 당위적인 논리도 중요하지만 감성적 접근도 필요하다는 말에 크게 동감했다.    

Q. 의학과 정치 말고 즐겨보는 분야의 책이 있나

시오노 나나미 작가의 책은 꼭 본다. <로마인 이야기>보다는 그 작가가 쓴 에세이가 더 재미있다. 사회나 역사 분야의 책도 즐겨 읽는다. 

Q. 리뷰를 살펴보면 소설은 잘 보지 않는 것 같다. 

요새는 생각이 바뀌었지만, 예전에는 소설을 읽는 것을 시간낭비라고 생각했다. 얻어가는 것이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소설을 통해 문학적 감성을 채운다. 아무래도 과거에는 지식을 전달하는 책을 위주로 읽었기 때문에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 소설을 읽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해 만든 한의사 독서모임 때문이다. 같은 소설을 읽어도 생각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을 보면서 소설을 읽게 됐다. 그래도 아직도 많이 보는 편은 아니다. 

Q. 아무래도 감성보다는 이성적인 직업의 영향인 것 같다. 

맞다. 독서도 공부의 일환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지금은 폭이 많이 넓어졌다. 

Q. 본인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을 꼽는다면.

리영희 교수의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를 꼽는다. 중학교 시절 처음 읽었는데 충격을 많이 받았다. 어렸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심지어 언론도 진실이 아니란 것을 알았다. 세상 일에 내가 관심을 갖지 않으면 누군가에 의해 휘둘리고 논리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때부터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로도 유시민, 진중권, 홍세화 작가의 책 등을 꾸준히 봤다. 편향되지 않으려도 다양한 책을 찾아보지만, 쉽게 구미가 당기지는 않는다. 

Q. 최근에 본 책 중에 한 권을 추천한다면. 

켄 올레타의 <구글드>를 추천한다.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을 하면 그것이 궁극적으로 큰 수익이 된다는 내용이 있다. 예를 들자면, 일반적은 포털사이트는 자신들의 이익을 고려해서 메인페이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에 광고를 배치한다. 하지만 구글은 사용자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세계최고의 포털사이트가 되지 않았나. 이런 내용을 보면서 한의학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의사가 아닌 환자의 이익을 우선 생각하면 궁극적으로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다고 본다. 

Q. 책을 통해서 많은 깨달음을 얻는 유연한 사고를 가진 것 같다. 당신에게 책은 어떤 의미인가.

원래 사람은 사람에게서 많이 배우는 법이다. 일종의 멘토 욕구인 것 같다. 남자의 경우 술자리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많이 배우는데 나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해 아쉬운 점이 많았다. 그런 아쉬움을 책으로 풀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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