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읽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즐겁게 읽은 책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것은 독서만큼이나 흥미로운 활동이다. <북피니언 만인보> 세 번째 주인공 ‘위풍당당한쏭이’는 이런 독서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성실한’ 북피니언이다. 마음 맞는 북피니언들과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친목을 쌓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고 한다. 만약 북피니언 공식 채널인 정글북(http://book.interpark.com/blog/kytack1)에서 전하는 ‘북피니언 소식’ 코너를 유심히 읽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마주쳤을 법한 이름이기도 하다. 선물을 주고 받거나 이벤트와 관련된 포스팅에 자주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또 지난 연말에 열린 <2010 최고의 책> 시상식에서는 인기 북피니언으로 선정될 정도로 북피니언 활동에 적극적인 인물이다.

그녀는 인터뷰를 요청 받고 그 동안 진행된 <북피니언 만인보>를 낱낱이 읽어봤다고 한다. 예상 질문에 대한 ‘바른’ 대답을 준비했을 터. 예기치 못한 질문을 던져봤다. 하지만 그녀는 만만찮은 내공을 가진 젊은 주부로서 ‘신랑자랑’ 신공을 발휘하며 미혼인 필자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어쩔 수 없이(?) 필자는 그녀와 최근 읽은 책은 물론, 최근에 열린 북피니언 오프라인 모임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북피니언 만인보 3탄>에서는 단순히 ‘독서’를 넘어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좋아하는 그녀와의 수다를 전한다.

 
↑ 위풍당당한쏭이와 ‘내조의 왕’ 남편의 모습(좌) 북피니언 오프라인 모임 당시 사진(우)

책을 읽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즐기다

Q 목소리가 앳되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고맙다. 위풍당당한쏭이라는 필명을 쓰는 인천에 사는 송현숙이다. 나이는 31살인데, 생일이 안 지났으니깐 만으로는 20대다. 북피니언을 좋아하고 덕분에 책을 더 많이 읽게 됐다. 신랑 덕분에 북피니언을 더 열심히, 즐겁게 하고 있다.

Q 남편과 함께 북피니언을 즐기나 보다.

남편은 그냥 구경만 한다. 맞벌이를 하는데 아무래도 가정에서 여자가 할 일이더 많지 않은가. 하지만 우리 신랑은 북피니언을 하라면서 집안 일을 많이 도와준다. 덕분에 마음 편하게 포스팅을 하고, 이벤트를 할 때도 도와준다. 지난해 인기 북피니언으로 선정돼 트로피를 받았는데 집에 손님이 오면 남편이 꺼내서 자랑 아닌 자랑을 하기도 한다.

Q 내조의 왕을 둔 모양이다. 부럽다.

2009년에 책 100권을 먼저 읽는 사람에게 선물을 주자는 내기를 했다. 당시에 내가 이겨서 신랑이 선물 대신 금일봉을 줬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매년 100권을 읽으면 신랑이 금일봉을 준다. 올해는 벌써 100권을 넘겼다.

Q 책을 굉장히 많이 읽는다. 혹시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나.

아니다. 국민을 위한 일을 하고 있다. 어디서 어떤 일을 하는지 모두 말하면 왠지 바른 말만 해야 할 것 같아서 조심스럽다. 이 정도까지만 밝히겠다.

Q 그 정도 독서량이면 책을 무척 좋아하는 것 같다.

지금은 인천에 살지만 고향은 경북 안동이다. 시골이라서 어릴 적에는 책이 많지 않았다. 교사인 막내 이모가 읽을 책이 없는 나를 위해서 방학 때마다 책을 사서 보내줬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시리즈 책이었는데 책 앞장에 편지를 써서 보내주곤 했다. 방학 때는 이모가 보내준 책을 기다리는 낙으로 살았다. 그렇게 책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가졌다.

Q 어릴 적 독서습관이 중요하다는 말이 와 닿는다.

어릴 때는 많이 읽었는데 대학교 다니면서는 취업 때문에, 취직해서는 직장 생활에 치여 책을 거의 안 읽었다. 그러다가 2008년에 우연히 북피니언에 대해 알게 되면서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실 이벤트에 참여하면 책을 공짜로 준다고 하길래 시작한 것이다.

Q 원래 그런 이유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잿밥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했지만 금새 북피니언에 빠져들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바로 북피니언에 접속했다. 댓글 달고 서로 안부를 물으면 1~2시간은 금방 간다. 농담이지만 그 시간에 책을 읽었으면 정말 많이 읽었을 것 같다.

Q 마음 맞는 북피니언끼리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올 봄부터 매달 만나다가 일정을 맞추기 힘들어서 앞으로는 분기마다 모이기로 했다. 지난 주말에도 만났다. 11시 반에 모여서 6시까지 놀았다. 보통 7시간은 수다를 떤다. 수원이나 용인 등에서 온 북피니언도 있어서 더 이야기하고 싶어도 그쯤에서 헤어진다. 11월에는 영등포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Q 7시간씩이나 앉아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나.

보통 책 이야기로 시작한다. 어떤 책을 재미있게 읽었고, 신간이 나왔는지 서로 정보를 주고 받는다. 그러다가 신변잡기로 넘어간다. 자녀와 남편 이야기, 영화 이야기 등 할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아, 인터파크도서 이야기도 빼놓지 않고 한다.


북피니언 덕분에 다시 책을 읽다

Q 오프라인 북피니언 활동에 열심이다. 언제부터 시작했나.

지난 해 북피니언 ‘순오기쌤’이 인천에 왔다가 내게 전화를 했다. 얼마 후 ‘그대를만나다’님도 만나게 됐고, 최고의 책 시상식에서 다른 북피니언도 만났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정기적으로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가까운 북피니언 중에 인천에 사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공지를 해서 만나게 됐다.

Q 오프라인 활동은 어떤 점이 좋은가.

좋은 책을 읽으면 주변에 추천해주고 싶고, 책과 작가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가. 그런데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책 이야기를 하면 본의 아니게 잘난 척하게 되는 것 같더라. 그렇게 책 이야기를 참으니깐 답답하더라. 북피니언 오프라인 활동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라서 그런 이야기를 편하게 주고 받을 수 있어서 좋다. 서로 공감하고 갈증을 풀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책 좋아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없다. 나이나 직업을 떠나서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참 좋은 점이다.

Q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한가.

물론이다. 남녀노소 불문이다. 포스팅에 댓글을 달면 연락을 하겠다. 처음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도 있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다. 7시간은 기본이다.

Q 책 모임을 좋아한다는 말의 전제는 책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어떤 책을 즐겨 읽나.

소설을 좋아한다. 북피니언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일본의 대표소설을 많이 찾아 읽었다. 최근에는 한국 소설이 참 좋다. 김애란, 천운영 등 젊은 작가들의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대체로 한 작가에 꽂히면 모든 작품을 다 찾아보는 편이다. 최근에는 일본 추리 소설에 빠져 살고 있다.

Q 내 인생의 책을 꼽아본다면.

이 질문을 할 것 같아서 생각을 해봤는데, 흔히 말하는 거장을 말해야 하는지 고민되더라. 책을 읽는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지내서 한 작품을 꼽는 것이 쉽지 않더라. 그래도 굳이 정한다면 책을 다시 읽게 만든 오쿠다 히데오 작가의 <공중그네>로 하고 싶다. 이 책을 읽은 후로 소설에 취미를 붙이게 됐다.

Q 요즘에 좋아하는 작가를 꼽는다면.

성석제 작가를 좋아한다. 정말 만나보고 싶다. 차후에 신간이 나오면 꼭 인터파크도서에서 작가와의 만남을 추진해주길 바란다. 지난 번에 인터뷰도 읽어봤다. 군포에서 ‘책 읽기 운동’에 힘쓴다는 말도 들었는데 멀어서 가보지는 못했다. 꼭 한 번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Q 끝으로 인터파크도서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해달라.

예전에는 북피니언끼리 선물도 주고 받고 교류가 활발했다. 한 번은 이벤트에 당첨돼서 10권이나 선물 받은 적도 있다. 서로 이벤트를 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다시피 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서로 교류도 적고, 나서는 사람도 드물다. 이런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무엇인가가 생겨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