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순간부터 신랑은 신부를 법적인 아내로 맞이하여 좋을 때나 궂을 때나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서로 아끼며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P349
이 결혼서약의 문구가 무엇을 말하는지 결혼 16년차인 현재 조금은 알 것 같다. 서로 각기 다른 방식대로 살던 사람 둘이 만나 가정을 이루고 '우리'라는 울타리를 만들어 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랑하는 감정만으로 모든 것을 이해하고 용서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것이 현실이다. 결혼식에서 서로 다짐하는 서약처럼 '모든 순간 서로를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를 좀 더 꼽씹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작가의 전작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이 큰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1,200명의 노인들을 면담하여 삶의 끝자락에서 그동안 살아왔던 인생의 지혜를 인터뷰한 내용을 기반으로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전작이 인간이 겪게 되는 다양한 이슈에 대한 지혜였다면, <이 모든 걸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이 책은 결혼이라는 주제에 집중되어 있다. 작가는 미국에 거주하는 700여 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했고, 그들의 평균 결혼 기간은 43년, 최장 기록은 76년이었다. 책은 성공적인 결혼을 위해 배우자를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 부터 결혼 후 배우자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까지 30가지 지혜로 정리한다. 지식이 아닌 지혜는 경험에서 생긴다. 나보다 먼저 살아본 노인들은 앞으로 내가 걸어갈 시간들을 이미 걸어보았기에 그 것에 대한 조언을 충분히 해줄 수 있는 것이다.
노인들에게 인생은 더 이상 신비에 둘러싸인 존재가 아니다. 이미 겪어야 할 것을 다 겪었기 때문이다. 젊었을 때 품었던 꿈과 희망이 현실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인생길에서 부딪히는 한계와 장애가 무엇인지, 누군가와 관계를 끝낼 때의 느낌이 어떤 것인지 그들은 안다. -P27
결혼을 모험에 비유하기도 한다. 아무리 조사하고 계획하고 준비해도 살아봐야 알 수 있는 부분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결혼의 첫 관문인 배우자를 선택함에 있어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좀 명확지 않은 것 같지만 사실 나도 지금의 남편을 만났을때 무언가 느껴지는게 있었다. 물론 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고, 내 미래를 함께 할 사람을 만나면 알아볼 수 있을꺼라는 막연한 맘이 있었는데 '이 사람이다'는게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과학적으론 설명할 수 없지만 많은 현자(노인)들도 유사한 표현을 한다. 자신의 마음을 따르라고.
그리고 결혼을 결정하기 전 현실적인 부분에서 따져봐야 한다. 마음이 끌린다고 해서 현실문제를 배제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생계를 꾸릴 능력이 있는지, 돈 관리에 문제가 없는지, 좋은 부모의 자질이 있는지 등은 현실적인 잣대지만 미래의 행복을 위해 중요한 요건이기도 하다. 다음으로는 서로의 가치관이 같던가 동일한 곳을 지향해야한다는 것이다. 성격은 서로 다른 것이 상호보완 될 수 있지만 가치관은 갈등의 씨앗이 되며 궁극적으로는 긴 시간을 함께 할 수 없는 장벽이 되고 만다.
결혼은 두사람의 결합만이 아니라 두 집안의 결합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이 서로의 집안 식구 때문에 파경에 이르기도 하기에 결혼하기 전에 충분히 숙고해볼 일이다.
'관계를 시작해선 안 되는 3가지 위험신호' 를 보면서는 격한 공감이 생겼다. 사실 이 정도의 사람이면 주위에서 모두 말리는 상황이 될테니 지인들의 조언도 무시해선 안될 것이다. '최고의 짝을 선택하는 5가지 비결'을 읽으면서는 결혼을 앞둔 사람들에게 꼭 보여 주고 싶은 부분이었다.
'시작이 반이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 말이 결혼이라는 것에서만은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
반이 아니라 진정한 시작이다. 아무리 좋은 배우자를 선택했을지라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생활했던 두 사람은 여러 어려움에 직면한다. 그럴때마다 서로 자신의 생각들을 대화로 풀어야 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대화하라'고 현자들은 말한다.
"대화를 꼭 하라고 말하고 싶어. 결국 그게 망가져서 탈이 난 거야. 대화를 회복해야 해. 대화의 눈높이를 맞춰야 하고 서로를 필요로 할 때 항상 그 자리에 있어야 해."-P117
'관계를 파괴하는 3가지 위험신호' 는 결혼 생활 중 참고 넘어가서는 안될 부분이며,
'아름다운 소통을 위한 5가지 비결'은 연습하고 실천해보고 싶은 부분이었다.
책 한권에 많은 인생의 지혜가 담겨 있다. 결혼과 관련된 내용이지만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배우자를 만나고 결혼해서 살아가는 것이기에 가장 중요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의학의 발전으로 100세 시대를 앞두고 있으니 부부가 함께 꾸려갈 시간은 더욱 길어졌다. 현자들의 가르침을 참고하여 좀 더 지혜롭게 대처함으로 함께 행복한 순간을 더 많이 만들어 갈 수 있다면 그것이 성공한 결혼이 아닐까. 책을 읽는 동안 내 결혼생활을 되돌아보고 나는 남편에게 좋은 배우자인가 점검해보는 시간이었다. 이 책은 결혼을 앞둔 사람 뿐만 아니라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는 모든 사람에게 훌륭한 지침서가 되어 줄 것이다.
"부부가 평생 함께하는 결혼 생활에는 기쁨과 고난이 기묘하게 뒤섞여 있다. 그래서 인생을 걸 만한 가치가 있다."
-P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