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중학교 시절 즐겨 보았던 
만화인 ’그남자 그여자’를 봤다. 

사실 이 만화를 처음 접한 건 애니였는데
당시엔 만화에 적응을 하지 못해서 애니만 보고 말았다. 

그러다 문득 이 만화가 생각나서 10년만에 찾아보았는데 꽤 재밌었다. 

유쾌하면서 발랄하면서 매력있는 인물들이 많이 나온다. 
주인공 격인 아리마와 유키노는 물론이고 츠바사,아사바 같은 인물들도 좋았다. 

여러 인물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기분이 꽤 훈훈해졌다. 
그러면서 동시에 수험을 하느라 삭막하게 공부만 했던 내 학창시절이 
떠올라 조금은 슬퍼지기도 했다.

이야기는 엄친아인 ’아리마’와 엄친딸인 ’유키노’가 만나면서 시작되는데
초반의 분위기는 발랄하기 그지없다. 

2등신 캐릭과 과장된 표정이 자주 나와 웃음을 유발한다. 

순정만화를 쉽게 읽지 못하는 나도 적절한 유머가 섞인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내숭덩어리였던 유키노가 내숭을 벗어던지면서 하나 둘 진정한 친구를 사귀어 가는데
전형적인 성장 만화의 패턴을 따르고 있다. 

뻔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인물의 심리가 세심한 필치로 그려져 
무척이나 재밌었다. 

가벼웠던 만화는 중반부 들어서 갑자기 반전을 한다. 
또 다른 주인공 ’아리마’의 갈등이 부각되면서 분위기가 급격히 어두워 지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갑작스런 변화에 적응을 못하고 
만화를 접었다. 기분 좋아지는 만화인줄 알았는데 
읽으면 우울해지니 누가 읽겠는가. 

애니로 만들어진 부분도 사실 이쯤까지다. 
아리마의 어두운 내면을 살짝 비춰주고는  끝나는 것이다. 

나도 잘 적응은 안 됐지만 뒷내용이 궁금해 끝까지 읽었다. 
완벽한 줄 알았던 인간의 불안정한 정신이라니, 
묘하게 끌리는 이야기다. 

결국 아리마는 정신이 맛이 갈대로 가지만
유키노의 사랑으로 극복한다는 훈훈한 이야기로 만화는 막을 내린다. 

학원 만화다 보니 당연한 결말이긴 하지만 행복해진 둘을 보니 
기분이 좋기도 하고 솔로인 내가 생각나 슬퍼지기도 했다. 

오랜만에 좋은 만화를 읽었단 생각이 든다. 
가슴 따뜻해지는 만화였다. 

사실 등장인물들이 죄다 너무너무 잘나서 설득력이 떨어지지만 
뭐 어떠랴. 만화인걸.

알제논을 위한 꽃다발은 솔직히 뻔한 소설이다.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장애인이 뇌수술을 통해 천재가 된다.’
SF 작가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음직한 상상이다. 

그만큼 여러군데서 써먹었고 익숙한 소재다. 
하지만 중요한 건 어떤 소재를 쓰느냐가 아니라 
소설을 쓰는 작가의 능력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 점을 더욱 더 절실하게 느꼈다. 

이 글은 주인공 찰리의 지능이 낮을 때부터 
어느 천재들보다 뛰어날때까지의 변화과정을 
세심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글을 읽고 있노라면 주인공의 지능 변화가 확 느껴진다.
앞에서 한 50페이지정도만 넘겨도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문장의 구성이나 맞춤법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이요, 
심리 묘사가 확연히 달라진다. 

초반의 찰리가 세상을 보이는데로만 바라보았다면
중후반의 찰리는 보이는 것을 넘어 인간사의 숨겨진 이면을  깨닫는다. 

찰리는 자신이 보았던 게 모두 진실이 아니었단 사실에 고뇌하고 
괴로워한다. 그를 대하는 사람들의 반응도 달라지기에 찰리는
예전보다 오히려 고독해진다. 사람들에게 다가서기 위해 뇌수술을 
받았는데 반대로 멀어지는 것이다. 

이런 과정들에서 보여지는 찰리의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은
눈물없이 볼 수 없다. 난 눈물이 별로 없는 편인데 
찰리에 대해 공감하고 나서부턴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이 소설은 안타까움의 연속이다. 
주인공의 괴로움을 멀찍이 바라보기만 해야하고
도와줄 수는 없다. 소설 속 인물이지만
어느 인간들보다 몇 배는 따뜻하고 여린 인물이다. 
그래서 그를 지켜보는 내내 슬펐다. 

전체적으로 굉장히 재미있으며 감동적이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소설이란 이런 게 아닐까 싶다. 

SF입문자 용으로도 좋고 선물용으로도 좋은 소설이라 생각한다.

’열흘 간의 불가사의’의 후속편 격인 작품이다. 

전작의 경험때문에 퀸은 정신적 방황을 하고 있다가 
연이어 일어난 살인 사건 때문에 다시 일어선다. 

일명 ’고양이’라고 불리는 연쇄 살인범은 
뉴욕에 사는 사람들을 계속해서 죽여나간다.

덕분에 이번 작은 다른 작과는 달리 정해진 용의자가 없다. 
뉴욕에 사는 사람은 모두 용의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범인을 잡을지 무척이나 궁금했는데 
수사 과정이 정당함으로 유명한 작가 엘러리퀸 답지 않게
조금 불공평하다. 연쇄 살인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운 부분이다. 

후기의 엘러리 퀸 답게 이번 작품도 추리 과정보다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묘사가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연쇄 살인마가 등장한 뒤 뉴욕 시민들이 어떻게 변하는지가
상당히 상세하게 다뤄진다. 

전체적으로 볼때 이 작품은 지루하다. 
사람들이 연이어 죽어나가지만 크게 긴장감이 느껴지지도 않으며
심심하기만 하다. 

단 한번의 살인사건이 일어났음에도 높은 긴장감을 유지했던
’열흘 간의 불가사의’와 대비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결말만큼은 무척 좋다. 
결말에서 엘러리 퀸은 다시 한번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준다. 
단지 그의 말을 들었을 뿐인데 무릎을 탁치며 감탄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결말을 읽기 위해 긴 소설을 읽을 필요가 있을 지는 
조금 의문이다. 

물론 난 퀸의 팬이라서 읽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