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추리 스릴러 단편선을 읽었습니다만 썩 만족스러운 작품이 하나도 없더군요.
죄다 한 두군데 정도는 나사가 빠진 듯한 작품들 뿐이었습니다.
소외된 장르다 보니 작가가 모자라서 일까요?
이 정도가 한국 추리 스릴러의 전부는 아닐 거라 믿고 싶네요.
푸코의 일생
: 1,2부로 나뉘어 있는 단편인데 1부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만
2부는 사족처럼 느껴지더군요. 뻔히 내다보이는 전개다보니 별 재미가 없더군요.
그럭저럭 읽을만은 했지만 썩 만족스럽진 않았어요.
알리바바의 알리바이와 볼가사의한 불가사리
: 제목을 보곤 뭔가 있겠지 싶었는데 읽어보니 결국 말장난이더군요.
밀실 살인이란 이제는 고전이 됐다고 할 수 있을정도로 많이 써먹었죠.
물론 잘 쓰면 많이 쓰인 소재도 재밌어 질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이 글은
잘 된 글과는 거리가 멉니다. 문장도 조악하고 잘 읽히지도 않아요.
나름 추리 소설 잡지의 형식을 빌려 여러 추리를 투고 받는 식을 택함으로서
변화를 꾀했는데 이것도 몇십년 전에 '김내성'작가가 써먹은 방식이라 신선하지도 않아요.
아무리 좋게 평가해도 실험작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네요.
암살
: 잘 뽑힌 소설이고 전달하고자하는 주제도 확실하지만 추리소설로선 영 아닙니다.
작가 분이 너무 손쉬운 방법을 택하셨더군요. 치밀하게 수사를 거듭한 끝에
범인을 잡게 되는 전개를 원했는데 '치트'를 써서 뚝딱 잡다니!
이래서야 추리 소설을 읽는 의미가 없잖습니까? 수사 과정만 정밀하게 그려졌다면
좋았을텐데 아쉽네요.
씽크홀
: 너무 뻔한 소설입니다. 이전에 쓰인 다른 소설들의 반복에 불과해요.
안녕 나의 별
: 연예인과 팬의 이야기는 거의 읽지 않았던 터라 신선하더군요.
약간 문장이 정제되지 않은 것 같긴 하지만 수월하게 읽히는 편이었습니다.
그냥 저냥 읽을만 했습니다. 다잉메세지는 억지스럽고 사랑했던 여자를 죽일 정도로
잔혹했던 남자의 갑작스런 자살은 이해가 잘 안되지만 그러려니 해야죠.
거짓말
: 책을 읽기 전에 살짝 서평을 보다 이 작품의 반전(?)을 알아버렸습니다.
덕분에 글이 좀 심심하게 읽히더군요.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순 없을 거 같으니 넘어가겠습니다.
불의 살인
: 분량이 짧다보니 사건이 너무 급박하게 진행되더군요.
등장인물을 슬슬 파악하려는 찰나에 소설이 끝납니다.
차라리 분량이 좀 더 길었으면 나았을 거 같네요.
피가 땅에서 호소하려니
: 음......... 이 글도 너무 빨리 끝냈습니다.
슬슬 소설에 재미를 느끼려는 찰나에 끝나버리네요.
'불의 살인'은 분량에 압박을 느껴 어쩔 수 없이 짧게 끝냈단 느낌이 드는 반면
'피가~'는 조루같더군요. 쓰다가 진이 빠져서 대충 마무리 지은 느낌.
일곱번째 정류장
: 이번 단편선에서 가장 괜찮았습니다. 시점이 적절히 바뀌며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는 것도 좋았고
적당히 맺고 끊어서 재밌게 읽었네요.
오리엔탈 히트
: 무난합니다. 첩보물의 공식에 딱 들어맞는 글.
이게 장점이라면 장점이고 단점이라면 단점이겠죠.
웬만큼의 재미는 보장하나 신선하지는 않죠.
최근에 본좌급 스릴러인 '자칼의 날'을 읽어서 그런지
'오리엔탈 히트'는 평범하게만 보이더군요.
공포문학단편선은 4권에 이르러선 꽤 발전했더군요.
추리 스럴러 단편선도 권을 거듭할 수록 좋은 작품이 나오길 바랍니다.
하지만 1편의 수준이 이래서야 사람들이 뒷 권을 사고 싶을지 의문이 드네요.
2권은 낫단 얘기를 들었으니 읽어보긴 해야겠습니다. 혹시 또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