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마션이 영화로도 만들어질만큼 많은 사랑을 받은 작가 앤디 위어가 두번째 소설을 발표했다. 달의 여신 이름이기도 한 아르테미스이다. 이사람 소재하나는 일관성 있어서 아직까지는 좋다. 밤이고 낮이고 매일같이 하늘 올려다보기를 좋아하는 나는 우주에 대해서도 흥미를 갖고 있기때문에 이 작가의 이야기는 줄거리만 봐도 구미가 당긴다. 그런데 대놓고 소재도 과정도 과학적이고 몹시 수학적이라서 새삼 작가에게 더 궁금함이 일었다. 컴퓨터공학 전공에 프로그래머로 일했다고 소개되어 있다. 물론 글은 꾸준히 썼었고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한것도 두말할 것 없었다. 대체로 전문적 지식이 돋보이는 작품을 쓰는 작가들을 보면 이력이 이런 경우가 많다. 어려서부터 책 좋아해서 많이 읽었고 나름대로 글을 써오면서 다른 전공을 하고 있는 똑똑한 사람. 다음 작품도 매우 똑똑함을 뽐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이번에 선택한 것은 달이다.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의외로 별로 자세히 알지 못하는 그 달에 도시가 세워져있다는 설정이다. 가상의 우주도시를 화성이 아니라 달에 세웠다는게 참신했다. 작가는 뛰어난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글을 쓰기때문에 이번 책도 읽다보니 정말 달에 저런 도시를 세울 수 있는건가 싶어졌다. 몇주간의 이동시간을 거쳐 중력의 변화를 몸소 체험하며 달에 관광하러 가는 사람들. 아마 정말 실현된다면 그런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풍경도 그리 볼 것 없는 잿빛도시를 보고싶을까. 솔직히 나는 그런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일까. 책의 뒷표지에는 마치 달의 도시 아르테미스 홍보처럼 다섯 가지 매력이라고 소개하는 글과 그림이 있다. 가만히 봤다. 다른건 별로였지만 매력 1인 중력감소로 누구나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다고 한 부분과 마지막인 매력 5, 불구의 몸이 움직이고 관절염도 사라진다 라고 소개된 곳은 솔깃했다. 참 재미있다.

 

  지구에 비하면 도시의 구성이나 인구, 사회제도등이 훨씬 간소하고 단순한 아르테미스에도 빈부의 격차가 있었다. 그에 따라 사는 모양새나 환경에도 차이가 있어 씁쓸했다. 주인공 재스민 바샤라도 사회 하층민의 삶을 살고 있는 아가씨이다. 용접공으로 명성을 쌓은 아버지와 사이는 서먹해져있는 상태이고 돈을 모으기위해 돈되는 일이면 무엇이든 한다. 평소에는 물건 배달을 하고 비공식적으로 밀수도 하고있다. 그렇게 기를 쓰고 돈을 모아 온전히 자신만 쓸 수 있는 화장실과 욕실, 안락한 침실과 주방이 있는 집을 갖는게 꿈이다. EVA마스터가 되어 관광안내를 하면 돈을 훨씬 안정적으로 많이 벌 수 있지만 불행하게도 재즈는 소설이 시작하자마자 우주복의 구멍때문에 불합격하고 만다. 그런 그녀에게 밀수고객인 트론이 거액을 걸고 은밀한 의뢰를 맡긴다. 그 일로 재즈는 밀수와는 비교도 안되는 모험(?)을 할 수 밖에 없게됐다.

 

  작가가 말했듯 마션에 비하면 줄거리가 좀 더 복잡하다. 갈수록 일이 커지고 감춰졌던 사정이 드러난다. 주인공도 참 매력적인 사람이지만 그리 내 딸로 두고싶지는 않은 유형이었다. 읽으면서 나는 그녀의 애비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어졌다. 나였으면 싸우다 뒷목잡고 쓰러지지 않았을까. 그나마 미친 열일곱 살이 아니라 다소 철이 든 스물 여섯이어서 다행이다. 소동으로 보면 다행스러운 수준이 아니지만. 이야기는 정체되지 않고 쭉쭉 흘러가서 좋았지만 여자로서 재즈에게 동질감이 그리 들지는 않았다. 특히 몇몇 비유는 좀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남자 작가의 한계인지 문화권의 차이인지 분간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군데군데 웃으면서 재밌게 읽었다. 이 색다른 풍경의 이야기가 영화로 어떻게 탄생할지 벌써부터 너무 궁금하다. 마션은 영화채널에서 나오는걸 봤지만 아르테미스는 개봉하면 꼭 영화관에 가서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