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아름다운 시적인 제목과 반전으로 유명한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의 작가 우타노 쇼고의 새로운 책이다. SNS, 조작방송등 요즘 심심찮게 들어볼 수 있는 소재들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어 한결 친숙한 느낌을 준다. 작가의 책을 생각해보니 거의 못봤다. 작가이력을 보고 이렇게 많은 책이 있었나 새삼스러웠다. 그 이야기들과 시간을 훌쩍 뛰어넘은 기분이 들었다. 거꾸로 거슬러 가는것도 나쁘지 않겠지 생각하면서 첫장을 열었다.

 

  불행한 남자가 있다. 집안은 기울었고 자신이 가장이다. 때문에 일을 그만둘 수 없다. 하지만 그 일도 지옥같다. 견습이기때문에 하루종일 온갖 잡일과 손님의 머리만 감기고 있다. 어느새 손의 지문도 사라졌다. 그렇게 일해도 그는 인정받지 못했다. 오히려 무시와 경멸,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동료들은 자신을 비웃고 자신은 동료를 비웃는다. 물론 대놓고 앞에서 내색하지 못한다. 그는 가슴속의 화를 트위터에 분출한다. 그가 여과없이 내뱉은 그 문장들이 지금 인터넷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과 너무도 비슷해서 씁쓸했다.

 

  그는 우연히 자신이 갖고있던 가위로 사람을 죽였다. 그 일은 그에게 해서는 안되는 짓이라는 죄책감이 아닌 인터넷상의 비방을 올리는것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마음을 글로 올리는것만으로 해소되지 않은것이 살인으로 인해 탈출구를 찾았다. 그렇게 그는 점차 살인자가 되어갔다. 그리고 그 일에 대해 적은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그런 그를 주목하는 사람이 있다. 조작방송도 서슴치 않는 그는 자신의 어려움을 살인자를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 살인현장을 찍기위해 범인을 추적하고 접촉한다.

 

  정말 여러모로 이해가 안되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적어도 내겐 그랬다. 주요인물들의 사고방식이 그렇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줄거리를 봤을때부터 가장 황당하게 생각한게 대중들의 반응이었다. 인터넷이라는 세상에서 익명의 한 사람이라는 위치가 사람들을 너무 충동적이고 자극적으로 만들어간다. 어떻게 살인자의 트위터가 인기를 얻고 유명인으로 탈바꿈되는지 봐도 참 이상하다. 사실 이 책에서만 그런건 아니다. 요즘 흔히 접할 수 있는 1인방송을 보면 자학이 아닌가 싶을정도의 컨텐츠가 많다. 남는것도 없고 진정한 치유도 아닌 말장난이 난잡하게 이어지는 영상도 많다. 그런걸 만드는 사람도, 좋다고 보는 사람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나쁘고 비열한것보다 이해못할것을 보는게 더 힘들다.

 

  그런 마음과는 별개로 책은 참 쭉쭉 넘어간다. 이야기 전개도 막힘이 없다. 등장인물들이 저마다 원하는대로 치열하게 움직인다. 우타노 쇼고표 반전도 제법 인상을 강하게 남긴다. 작가 또한 서문에서 결말을 정하지 않은채 써내려간 스릴 넘치는 작품이니 즐겨달라고 했다. 읽고나니 그 기분을 알것도 같았다. 그래서일까. 너무 오랜만에 만난 작가가 더욱 반가워졌다.

  언제나 즐기고 신뢰하는 세계문학상의 14번째 수상작을 만났다. 저마다의 개성이 있던 이전 수상작들처럼 이 책도 독특한 자기색을 드러내는 소설이었다. 박형근이라는 작가의 이름은 낯설었는데 이 책 이전에 <20세기 소년>이라는 책으로 디지털작가상 대상을 수상했다고 소개되어있었다. 읽어보지 못한 책이고 줄거리도 모르지만 묘하게 제목이 낯설지가 않다는 느낌만으로도 한결 친근해진 기분이 들었다. 어쨌거나 작품은 많지 않지만 대상만을 수상하는 저력있는 작가라는 인상을 받았다. 다음 책을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슬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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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김신은 잊고싶은 기억때문에 우주로 왔다. 우주인이 되기위한 모든 과정을 마침내 다 견뎌내고 지구를 떠났다. 지금까지 살았던 터전 지구를 외부로부터 확인하고 우주 어딘가쯤에서 정신을 잃었다. 눈을 뜬 곳은 황당하게도 지구, 어느 학교같은 장소였다. 모든것이 지구같았다. 하지만 지구일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유명 디자이너의 모습을 한 외계인을 만난다. 약 2주간 외계인과 많은 대화를 하면서 김신은 자신이 그렇게도 잊으려고 했던 과거의 기억과 마음을 마주한다. 지구인에 대한 배려를 듬뿍 받으며 김신은 약 2주간 외계인과 지냈고 지구의 사람들은 외계인들이 만들어낸 김신의 가짜모습을 보고 있었다. 자신들과 만난 기억을 지워야한다는 외계인에게 김신은 그러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그들은 그 부탁을 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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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로 돌아온 김신은 스타가 되었다. 비록 예상좌표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귀환한 김신에 대한 사람들의 환영인사는 뜨거웠다. 사람들은 그의 이야기를 듣고싶어했고 대중의 열망은 좋은 돈벌이의 소재였다. 그는 기획사를 통해 마치 연예인인듯 많은것을 했다. 전부 하라는대로 짜여진대로 말이다. 실제로도 이런식으로 저바닥이 움직이는걸까. 설마 지금도 저렇게 가증스러울만큼 이미지를 만들어내는걸까 궁금해질 정도였다. 강연을 가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으러 온 사람들에게 각본을 읊고 질문조차 각본대로라니 그야말로 완벽한 꼭두각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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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화려한 연예인놀이는 오래가지 않았다. 대중의 기대에서 벗어난 김신의 언행은 그를 빠르게 높은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사람들은 그를 이제 사기꾼, 허언증 환자라며 비난했다. 그는 이제 외계인의 존재에 대해서도 말해버리고 말았다. 반짝 예수가 되었다가 원인 불명의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일부 뇌세포가 완전히 죽었으니 그렇게 만든 혈관의 이상을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는 의사의 말에 그는 자신이 약속을 어긴 벌을 받았음을 깨닫는다. 참 이상하다. 왜 병으로 쓰러지고나서야 삶에 대한 의욕이 솟아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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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식속에서 다시만난 외계인에게 김신은 다시 제안을 한다. 외계인은 그 말을 듣고 나약하고 속물적이지만 인간답다고 한다. 이제야 인간다워졌군 이라는 한마디가 참 긴 여운을 남긴다. 다시 회복을 기다리는 김신의 미래가 그의 바람대로 세속적이지만 아름다워 행복한 것이길 바란다. ​

  민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게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왜 좋아하는지도 딱히 이유를 댈 수 없었다. 스스로 그림을 그리는 취미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해서 그림감상조차 조금 부담스러워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래도 자꾸만 눈길이 가는게 또 그림이어서 기회가 생기면 책으로라도 그림을 보려고 했다. 아주 우연히 민화를 알게됐고 다른 그림을 볼때와는 어딘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어느샌가 민화는 잘 알고싶은 마음이 1순위로 드는 그림이 되었다.

 

  이번 책은 아주 커다란 판형이 눈에 띈다. 그림을 설명하는 책들이 그리 작지 않은편이지만 이 책은 정말 컸다. 취미나 실용서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도의 사이즈여서 조금 놀랐다. 하지만 보관의 용이함을 떠나 우선 책이 크니 책에 실린 그림도 큼직해서 보기가 좋았다. 같은 그림이어도 작은것과 큰것은 역시 달랐다. 이 위력은 여러폭의 그림이 모두 실려있는것을 볼때 더욱 커졌다. 한번씩 넋을 놓고 멍하게 쳐다보곤 했었다. 그 자체만으로 감상하는 기쁨이 있었다. 받고보니 우리 옛 그림 시리즈로 나오는 책이었다. 이 책은 민화라는 주제로 나온 5번째 책인데 앞서 출간된 책들도 다 보고싶어졌다.

 

  각각의 주제로 분류해 몇편의 민화를 소개하고 설명하는 책이다. 그저 생각할때 민화는 그리 색다를것이 없고 종류도 많지 않다고 여겼는데 책을 보니 참으로 단순한 생각이었다. 민화라고 부르는 그림의 범위가 워낙 넓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자격도 특별히 있는게 아니었다. 그림이 집의 장식용으로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림에 소망과 염원을 담았다. 악한것으로부터 집을 막는 부적의 기능도 바랐다. 때문에 가난한 서민들도 그림을 갖길 원했다. 그림의 수요가 넓고 꾸준했다는 뜻이다. 그렇기때문에 그림을 조금이라도 그릴 수 있는 사람들이 그림을 팔았다. 너무도 이해가 됐다.

 

  그림에 마음을 넣은것이다. 사람들이 찾지 않을 수 없다. 언젠가 남향집의 현관에 잎이 푸른 나무의 그림을 두면 좋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다. 그 뒤로 그런 그림에 한결 눈길이 갔던 기억이 있다. 지금 시대의 사람들도 그런 마음이 있다. 옛사람들이라고 덜했을까. 그 마음을 이해하고 민화들을 보다보니 한결 친숙하게 다가왔다. 하나하나가 개성넘치는 아이들처럼 보였다. 섬세하고 화려한것도, 간결하고 단출한것도, 자유롭고 익살맞은것도 그 자체로 좋았다. 그림의 책을 보면서 가장 마음 편하게 봤던것 같다. 한번쯤은 직접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을 기다리면서 한번 더 그림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