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작가의 첫 작품이라고 들었다. 읽고난 내 소감은 처음같지 않다 이다.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고 심리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설명이 좋은 글을 쓰는 작가로 이어진다는 말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놀라웠다. 줄거리만으로도 궁금하고 주인공에게 무슨일이 일어난건지 제멋대로 온갖 상상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결코 과장되거나 억지스럽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 소재여서 더욱 받아들이기가 편안했다. 전에 없던 이야기가 아니면서도 식상하지 않게 느껴지는 점에서도 좋았다. 물론 이야기의 흐름과 글 자체도 좋아서 마음놓고 빠져들어 읽었다. 벌써 다음 책이 기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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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와 자식의 이야기는 아주 흔하다. 어린 자식의 안위를 위해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드는 부모의 모험은 여러번 봤다. 하지만 이 책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수전 웹스터는 아들을 죽인 혐의로 6년형을 선고받았다. 사랑하는 남편과 부유한 환경에서 아쉬울것 없이 지내던 수전은 힘들게 아이를 가졌고 낳았다. 그리고 오래 지나지 않아 그녀는 12주 된 아들을 죽인 엄마가 되었다. 자신은 아들을 죽인 기억도 없고 믿을수도 없었지만 모든 증거가 그녀를 향했다. 사람들은, 세상은 지독한 산후우울증에 시달린 그녀가 아들을 죽였다고 했다. 자신의 인생은 물론 가족들의 인생도 조각나버렸다. 그 누구보다 자신이 극심한 혼란과 상처에 허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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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후 그녀는 과거의 자신을 지우고 새이름과 새로운 집을 얻어 살아간다. 이제 그녀는 수전 웹스터가 아니라 엠마 카트라이트이다. 작고 조용하며 남의 일에 별다른 참견을 하지 않는 동네에서 조용히 살고있던 일상은 어느날 배달되어온 사진 한장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소인조차 찍히지 않은 봉투에 남자아이 사진이 있었다. 그녀는 모르는 아이였다. 장난으로 넘겨버리고 던진 사진이 뒤집히자 죽은 아들의 이름이 쓰여있었다. 자기가 죽인 아들이 살아있기라도 한것처럼. 마음이 흔들리지만 머리로는 믿지 않았다. 그런 그녀를 작정하고 뒤흔들기로한듯 의문의 우연이 계속 이어진다. 사회에 좋은일을 하며 엠마로 살기 원했던 그녀는 다시 수전이 되어 아들이 죽은 일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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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어렸을때 동생을 잃어버릴뻔 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나도 겨우 6살의 아이여서 기억은 안나지만 그날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에겐 잊을 수 없는 일이어서 몇번이고 들었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3살난 아들이 없다는걸 안 엄마는 너무 놀라고 제정신이 아니어서 나를 길에 두고 동생을 찾아다녔다고 했다. 여기서 꼼짝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으라는 말 한마디만 남기고 말이다. 동생을 찾고 난 후에야 또다시 정신없이 나를 두고 온 곳으로 왔다고 한다. 큰 일이 없었던 그날의 일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해프닝이 되었다. 아이를 잠시 잃어버린 것으로도 이렇게 강한 감정을 남긴다. 하물며 아이를 자기손으로 죽였다는 기억 밖의 현실은 어떨까. 나는 수전이 너무도 불쌍했다. 여전히 애처롭게 보였고 그 일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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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부터 끌린 책이었지만 읽고 나니 더욱 좋아졌다. 눈물이 핑 돌게하는 살인사건 추리소설이라니... 내가 아이를 가진 경험은 없지만 내게 이모 혹은 고모라고 부르며 품에 안기는 작은 아이들이 있다. 그 아이들을 보면 언제나 신기하고 마냥 기뻤다. 내 아이가 아니어도 그런 느낌이라 엄마로서 말도 안되는 일을 겪은 수전에게 몰입이 됐다. 그 감정은 너무 자연스러운 것이어서 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주지 않았을까. 데뷔작이라는 이 책 한권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는 말이 이해가 됐다. 엄마인 친구에게 권해주고 싶어진다. 

  콜린 매컬로라는 이름을 나는 이책,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를 통해 처음 알았다. 1부마다 3권씩 있고 총 7부이니 얼마나 어마어마한 양인지 알 수 있다. 독자로서 읽기에도 만만치 않지만 이만큼 써내려간 작가에 대해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긴 시간의 일을 소설화하면서도 철저하게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사실처럼 써냈다. 자료가 넘치는 현대도 아니고 고대의 역사이다. 로마는 시대를 앞선 문화와 정치등으로도 유명하다. 그런 나라의 고대역사를 부족한 자료를 가지고 쓰다니 볼때마다 놀란다. 보면 볼수록 좋다 못해서 기가 차려고 한다. 3부에서 처음 알게됐지만 로마역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내게 관심을 갖게 해주었고 지금은 너무 반가운 책이 되었다. 특히, 이번엔 카이사르다. 역사에 무지한 사람도 한번은 들어본 이름일만큼 유명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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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지금도 로마역사를 잘 안다고 자신있게 말하진 못하겠다. 하지만 조금씩 알아갈수록 카이사르에 대한 관심과 호감과 동경이 커져가는 느낌이다. 다른책에서 카이사르에 대한 언급이 잠깐 있었는데 이해를 돕기위해 했던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타고난 금수저 이상이다. 돈도 많고 인기도 많으며 권력도 강했다. 그 자신이 눈부신 외모를 가졌고 그에 못지않게 훌륭한 지성의 소유자이기도 한, 그야말로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런 표현보다 더 마음에 드는 구절을 여기서 발견했다. 폼페이우스가 카이사르에 대해 생각하는 부분이다.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았던 이가 어느샌가 존재감을 강하게 뿌려댈때 느끼는 위압감이 어떤것인지 짐작하게 한다. 동시에 카이사르의 능력과 매력이 얼마나 강한지도 보여준다. 태양같은 사람이란 이런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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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는 마술사 같았다. 어느 순간 눈앞에 서 있는가 하면 눈 깜짝할 새 돌담 너머로 이동해 있었다.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 눈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었다. 그뿐인가. 막강한 적들이 그를 영원히 불태워 없애버렸다고 생각할 때마다 그는 잿더미에서 솟아오르는 불사조처럼 어떻게든 살아났다. (p.244) 어떻게 해서 카이사르는 온 로마가 자신을 흠모하게 만들었을까? 카이사르는 기운을 북돋는 시원한 바람처럼 원로원을 휩쓸고 지나갔다. 심지어 원로원은 카이사르에게 감사제까지 열어주었다! 카이사르는 신화를 몰고다녔다. 사람들은 카이사르가 얼마나 빠르게 이동했는지, 어떻게 동시에 여러 명의 비서들에게 편지 내용을 구술하는지, 얼마나 쉽게 큰 강에 다리를 놓았는지, 절망에 빠진 보좌관들을 어떻게 죽음의 아가리에서 끄집어냈는지 이야기했다.​ 하나같이 카이사르 개인을 찬양하는 이야기들!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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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부에서의 카이사르는 이미 눈부신 명성을 떨치는 명장이다. 폼페이우스가 말한대로 사람들은 카이사르에 열광하고 빠져들었다. 그의 흉상을 팔고 그에 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그저 국민의 인기가 있는게 아니라는것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책은 그의 영광만을 ​보여주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빛이 강하면 그늘도 깊어진다고 했다. 카이사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있었다. 그로 인해 상처받고 그의 행보로 인해 위기감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저마다 적대감을 품고서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카이사르가 너무도 잘나고 가진게 많은 사람인건 분명하지만 그와 동등한 입장에서 그를 위해 움직여줄 사람은 없었다. 사랑하는 어머니와 딸의 죽음으로 그는 더욱 외로워졌다. 책에서 확인한 이런 모습으로 나는 유명인 카이사르에서 역사 속 한 인간 카이사르를 처음 만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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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상의 그 누구와 견주어도 아쉬울게 없을만한 인물을 본격적으로 만나겠구나 싶어 들떴다. 물론 그의 죽음은 전혀 평화롭지도, 위대하지도 않았다. 다음 6부에 카이사르의 죽음이 그려진다고하니 5부는 카이사르의 빛과 그림자를 생생하게 느끼는 시간인 셈이다. 그 흐름을 생각하면 마냥 좋을수가 없다. 그런 복잡한 기분이지만 아직까진 기대감이 좀더 크다. 사심이 더해져 그 어느때보다 더 재미있게 읽어내려갔던 책이다.